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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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겐 사회 분야 도서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써나감에 있어서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집중력도 좋고 평소 생각하고 있던 생각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그 생각을 정제한 문장들이 내 생각을 정리해 주는 역할도 때때로 하는 것 같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악셀 하케가 쓴 사회 도서다.

독일인이 쓴 책을 읽다 보면 대한민국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발견하곤 한다.

사고방식, 역사 등이 분명 다르면서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악셀 하케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숫자처럼 딱딱 떨어지거나 명쾌한 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목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듯, 현시대에 대한 현상 분석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중 우리가 지금 간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그 중심에는 '품위'라는 단위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품위'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익숙하지도 않다.

그만큼 지금의 시대가 품위라는 단어의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반대의 지점에 서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의 시대가 가진 사회 현상에 대해서 말한다.

독일 사회 내에 발생한 이슈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알지 못했던 독일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처음 접하고 있음에도 낯설지가 않다.

글로벌 사회를 1990년대부터 표방한 이래, 지금은 정말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을 뿐 독일이나 대한민국이나 일어나는 사회 현상이 대동소이할 만큼 격차가 없고 비슷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책의 서두에서는 품위라는 두 글자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품위는 법이나 규정, 공식이나 체계가 아니라 사람의 주관에 의해 상당히 좌지우지되는 단어다.

그 부분을 저자는 파고들어 독자들에게 품위에 대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방법은 품위가 상당히 대조되는 인물들이 품위라는 말을 쓰는 상황을 예로 보여줌으로써 단번에 이해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독일 나치 정권 시절, 나치 정권의 수뇌부가 한 말 중에 '품위를 지키자'라는 말을 자기들끼리 사용했다고 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죄 없는 생명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자들의 입에서 '품위'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품위에 대한 다양한 사용 예와 정의, 그리고 시대적 현상을 나열하면서 품위는 이런 것들이 아니야라는 소거법으로 책을 중후반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무례한 시대라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품위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 그리고 배려가 제거되고 분노의 감정을 자제하지 않고 분출하기 바쁜 지금의 시대를 일컫는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아마 이 인물은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회자되고 또 회자될 것이다. 정말 연구 대상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과 인간의 대면이 점점 없어지면서 피상적이고 가볍게 모든 일과 대화를 넘겨버리는 크고 작은 일상의 장면들도 이 속에 포함된다.

심지어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급속도로 근접한 단계다.

걱정이 너무 많이 된다.

책에 나온 대표적인 소재들을 몇 개 소개만 하더라도 쉽게 이 책의 어떤 식의 설명과 이야기와 일침을 가할지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 덧붙여 '진지함'에 대해서도 이 시대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나는 지금의 시대가 진지함을 업신여기는 시대라고 정의한다.

유머, 재미의 긍정적인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쪽은 추앙받는데 비해 '진지'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찌그러져있는 상태라고 본다.

오죽하면 '진지충'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오죽하면 '선비'라는 말이 욕으로 사용되고 있을까?

난 지금의 시대가 진지한 자세를 가진 사람들을 평가절하하고 감정에만 기댄 트렌드로 흘려가는 분위기가 우려스럽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 적힌 부재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에다가

차별과 배제, 진지함의 부재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우리는 '품위'에 대해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건 생존의 문제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인간의 철학적인 고민일 것이다.

웃기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기는 어렵다.

근데 어쨌든 이 책을 읽어 한 번 마음이 시원해지고, 또 이렇게 글로 내 마음속에 담긴 생각을 적어보니 한 번 더 마음이 시원해진다.

무례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참 쉽지 않다. 그렇지만 품위를 길러보고 지켜보자.

인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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