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과학, 그것도 물리 교사임에도 자식인 나는 과학을 지지리도 못했다.

점수가 낮은 것뿐만 아니라 유년시절부터 별로 관심이 없어서 늘 뒷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공부는 해야겠고 마구잡이로 외우려고 하니 당연히 시험을 치면 필패였다.

여전히 과학이라는 두 글자는 나에게 엄청난 산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험이라는 압박은 없다 보니 오늘 리뷰를 쓰는 책처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도 읽어보는 내 나름대로의 용기도 가져본다.

 

우선 책 제목이 시선을 끈다.

상당히 이목을 끌 수 있는 제목인데, 서문을 읽어나가보면 과학 도서임에도 상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서술하다 보니 딱딱할 것이라는 느낌은 많이 없어졌다.

제목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들은 결국 오차를 허용하지 않고 더 정확하게 무언가를 풀어나가려고 했던 사람들을 지칭한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보통 책에서 지칭하는 사람들은 도드라졌던 과학자들을 내세우지만 이 책은 엔지니어들을 앞면에 내세우는 특이점이 있다.

아마 이 부분은 저자만의 차별성을 뚜렷하게 하는 특징점일 것이고, 그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밀공학자로 일했던 것이 크게 연관 짓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에세이 형식의 글이라고 해도 이 책이 엄청 만만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일단 페이지 수가 약 480페이지가 되고, 목차도 10장까지 있기 때문에 완독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력 있고 꽤 계획적인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정밀하게라는 이 책의 문구처럼, 각 장들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사실, 발명 등에 대해서 정밀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부분은 새롭기도 하고 사실 읽어나가면서 조금은 빡빡해져 가는 느낌을 들었다.

실제로 장이 넘어갈수록 현대로 가까워지고(모든 장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엉성함이 없어지고 정밀해져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 5장의 자동차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 유명한 포드에 대한 이야기가 당연히 자동차에서 빠질 수는 없었는데, 자동차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대척점에 있었던 포드와 로이스의 이야기를 대조해나가면서 풀어나간다.

포드는 대량, 다수의 대중을 위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그리고 로이스는 소수의 고객을 위한 자동차 생산으로 포커스를 맞추었다.

사실 5장까지는 과학의 대단함, 기술자들의 노력에 대한 존경, 점점 정밀해져가는 사실들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9,10장으로 넘어갈 때에는 대단함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과연 이 무한한 정밀성에 대한 가치 추구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실제 10장에서는 정밀성을 더욱 정교하게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라고 말한다.

물론 나 역시 지금 부의 척도는 단순히 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나의 시간을 어떤 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가, 그리고 그 시간을 쓸 수 있음에 따라 사람이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는가에 따라 분류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엔지니어들과 공학도들이 정밀성에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사람들의 삶을 안락하게 만들기 위함이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너무나 정교하고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 때문에 사람들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 무서운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과학 인문도서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편안한 문체, 개인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장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아 흥미롭다.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과 함께 조금이나마 철학적인 사고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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