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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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어두운 성장 소설을 만났다.

사실 제목이나 책 표지 색감을 봤을 때는 가벼운 밝은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챕터를 넘길수록 단순한 아픔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성장 소설이 아닌 잔혹 혹은 깊은 아픔의 성장 소설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각 나라의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고 소설을 읽기라는 건 불가능이기에,

오히려 한 권의 소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과정을 즐겨야 함을 외국 소설을 한 권씩 만날 때마다 배워나가는 느낌이다.

 

'여름의 겨울'은 한 소녀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소녀의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다크하고 깊은 내면의 아픔을 담은 내용임에도 작가의 필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우울한 감정만으로 지속되지 않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이 소설의 갈등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나머지 가족에겐 공포의 중심이 된다.

사냥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오로지 TV를 보는 것에만 집중하는 아버지는 폭력적인 사냥을 즐기는 남성이다.

그리고 항상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두려움에 떠는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직면한 동생이 어두워지는 과정을 표현한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읽은 문단 중 가장 섬뜩한 부분이었다.

 

그 분위기, 질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 분위기는, 그 애가 아니었다. 피와 죽음이 느껴졌다. 어떤 짐승이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 짐승이 이제 질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TV에 온 정신을 쏟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P52 중에서

 

점점 몸은 자라고 있지만 마음은 아픈 채 성장기를 보내게 되는 소녀와 그녀의 남매들이었다.

아버지에 의해 머리칼을 잘리기도 하고(단지 사냥감으로 사용된 소녀의 머리칼) 다양한 아픔을 겪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가 퇴직을 한 이후에는 가족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결국 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죽음에 의해 마침표를 찍게 되는 스토리에서 마음은 무거워짐을 연속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와 표현력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았던 가족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두 가지 축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교차해서 나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프랑스적인 정서에 의해서 더 어두운 가족 관계 설정인 걸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마도 사춘기마저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나의 유년시절을 비교해봤을 때 더 간극이 많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싶다.

더불어, 앞에서부터 강조한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묘사에 대해서는 끝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변에 대한 묘사,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력은 이 책의 내용을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여서 아들린 디외도네라는 이름을 내 머릿속에 지우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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