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지음, 히로세 겐 그림, 김난주 옮김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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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새를 너에게'를 통해 이 책의 저자 사노 요코를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력을 읽어보니 대단한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2010년에 영면해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사나 요코가 남긴 작품을 앞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길 만큼 충분한 이력들이 담겨있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꼽힌다는 '100만 번 산 고양이'는 내 필수 독서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렇다면 책을 읽기 전에 받았던 작가에 대한 마음이 책을 읽고도 일정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예스다.

'나의 새를 너에게'는 분량의 압박을 받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총 16개의 넘버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환상 동화 같은 느낌의 짧은 이야기다.

중심 소재는 새와 우표다.

첫 이야기의 시작에서 우표가 바로 등장한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사내아이는 우표를 이마에 마치 부적같이 달고 세상에 태어났다.

그 우표는 사람들이 익히 볼만한 우표가 아니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새 그림이 우표에 있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모두 탐낼 만큼 예쁜 새가 그려진 우표였다.

그리고 한동안 우표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여정을 독자들은 읽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손에 돌고 돌던 우표는 목수에게 전달된다.

착한 목수와 그의 아내 사이에는 예쁜 딸아이가 태어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예쁜 딸아이는 부모의 착한 심성과 기대와는 다르게 욕심이 많았다.

그리곤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도시로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면서 자신보다 예쁘지 않은 여자들이 대접받는 점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날, 허름한 차림을 한 남자가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그 사람이 풍족하지 않음을 눈치채면서도 계속 추가 주문을 할 것인지를 물어보면 무안을 줬다.

나중에 이 남자는 이야기의 도입 부분에 나온 우표를 이마에 붙이고 나온 사내아이와 동일 인물이다.

소녀는 자신의 밉상스러운 행동을 책망함과 동시에 남자가 그린 새 그림을 보며 빠져든다.

어디서 많이 봤다고 느꼈던 그 새 그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우표 속 새 그림과 동일했다.

새 그림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사려 거나 취재하려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돌려보낸 자신을 후회하며 남자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우표를 보게 된 그는 자신보다 자신의 그림을 더 사랑한 그녀를 인정하고 오히려 자신의 새를 그녀에게 준다.

사노 요코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느낀 점은 전혀 일본스럽지 않다는 특징을 가졌다는 점이다.

작가의 프로필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유럽 작가가 쓴 동화 소설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만큼 국가 혹은 지역적인 특색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서양적인 환상 동화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품을 전개하기 위해 쓴 중심 소재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새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혹은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의 대상이지만 '새'라는 생물은 어떤 한 가지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생명체를 의미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손에 옮겨 다니는 모습은 전달과 매개체의 상징성을 표현해서 자유로움, 욕망, 전달과 운명, 되돌아오는 것 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짧은 분량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읽기 전에는 항상 가벼운 마음을 가지지만 막상 글을 읽어나가면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느낌이다.

작가 역시 함축적인 메시지를 짧은 분량 안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나의 우표가 이어주는 사랑과 기적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탐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통의 평범한 나를 뜨끔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사노 요코의 아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라고 한다.

사노 요코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나의 새를 너에게' 양장본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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