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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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남과 북의 정상이 화기애애한 장면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사할 때만 해도 평화의 길이 한 뼘 더 가까워진 듯했다.

지금은 그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과연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하지 않은 세월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그 간극에서 오는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동과 서로 나누어졌던 독일이 하나가 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격차와 갈등이 있고, 그에 따른 불만과 피로감도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경우에도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 하더라도 한국전쟁을 겪지 않는 세대이다 보니 전쟁의 무서움이나 한 민족이 나누어진 아픔에 대해서 가슴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점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전쟁 세대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이 사리질 것이라는 예측도 당연하다.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작년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의 무드가 이루어지던 시절을 시작으로 저자가 집필을 한 책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한국이 아닌 영국에 있는 저자는 자신도 먼 타국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영국 참전 용사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 전쟁은 특이하게도 전쟁이 발발한 일자로 명명된 전쟁이다.

'6.25 전쟁'이라고 하면 남과 북의 전쟁, 그리고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소련, 중국의 개입으로 인한 분단이 가장 쉽게 떠오른다.

유엔군으로 많은 국가들이 남한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영국의 참전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일 것이다.

근데 참전 용사의 나라인 영국에서도 이 전쟁을 'forgotten war'라고 부른다.

슬프게도 서서히 잊혀 간 전쟁이 아니라 애초에 알지 못한 전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참전 용사들이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한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영국 참전 용사들은 한국의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빵빵한 지원 속의 미군과 달리, 영국 참전 용사들은 열악한 지원 속에 한국 전쟁에 참전을 했고, 전쟁을 하기 전 추위에 이기지 못하고 동상에 걸려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잘라낸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마이클 역시 영국 참전 용사였다.

대표적으로 저자가 마이클을 취재하면서 그의 흔적을 찾아가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참전 용사들을 대변한 하나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저자 이향규가 찾아낸 마이클에 관한 내용들이나 동료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떤 대단한 목표나 신념을 가져서 참전한 것이 아닌 보통의 젊은 청년이었다. 대부분의 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우리는 역사와 시대의 큰 흐름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는 것 아닐까 싶었다.

다양한 인터뷰와 증언, 기록들을 저자들이 소개하면서 이전까지 몰랐더 영국의 그때 당시의 시대상이나 한국의 세계적인 인식 등을 다시 한 번 알아본 좋은 계기가 아닌가 싶다.

학창 시절에 좀 더 세계사와 세계지리에 관심이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끝까지 읽으면서 어떤 소명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멀리서 와준 그들의 참전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또한, 저자의 많은 생각의 표현 중 아래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여러 상념을 지나 결국 이 청년에게 다시 눈길이 머문 것은 그가 이 공간의 주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장관, 영국 왕실의 공작들이 자기 이름을 아주 작은 글씨로 새겨서 이 공간을 방해하지 않은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P42 중에서

 

많은 한국 전쟁 참전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영국 참전 용사에 대한 기념비가 2014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늦었지만 그들의 희생을 대한민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언급과 행동을 했다는 점에 안도했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국제적으로도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 한국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참된 외교가 아닐까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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