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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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서로 서로 얽혀있다.

건축 그리고 건물 더 나아가 그것들이 포함된 도시라는 공간은 도시계획이라는 큰 설계도 아래 건축이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도시 역시 많은 것들이 응축된 집합체다.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유현준 교수만 보더라도 건축학과 교수이지만 상당한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하나의 건물, 그리고 그러한 건물들이 모여진 도시라는 곳은 단순히 짓는 개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역사, 철학을 모두 반영한 실로 놀라운 개념임을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를 통해 확인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저자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나는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과 관련된 주제에 더욱 관심이 갔다.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참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다시 느꼈다.

왜 이 공간에 이 건물이 들어왔을까라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나는 서울이 참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외국을 많이 나가서 그 공간들을 많이 거닐어본 건 아니지만 서울의 강북은 최첨단 현대의 모습과 한국의 오래된 역사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건대 앞 자양동에 위치한 '커먼 그라운드'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연히 건대 쪽을 지나가다 '커먼 그라운드'를 먼 발치에서 본 적은 몇 번 있어서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이 건물이 서울과 한국이라는 곳에 주는 의미를 꽤나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서울의 많은 지역이 다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녔고, 단순히 커먼 그라운드라는 공간도 특이한 발상을 한 공간이라는 생각만 막연히 했었다.

근데 이 공간은 자양동이라는 공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자양동은 도시계획에 의해 정비된 서울의 몇 안 되는 공업지역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커먼 그라운드가 들어선 곳은 택시 회사의 차고지였는데 오랫동안 빈 땅으로 있다 보니 한 기업에서 8년 동안 이 땅을 빌려 한시적으로 상업과 문화시설로 사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그 출발이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건물 재료가 아닌 컨테이너와 같은 가설건축물로 이 공간을 채우고 젊은 세대들이 이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자 기존의 번화가의 핫플레이스와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 공간이 성공하면서 주목했던 점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형화된 공간이 아닌 신선하고 새로운 이질적인 공간도 좋아하고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얻은 팝아트처럼 문화는 고급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유명하고 훌륭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공간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커먼 그라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P177 ~ P178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인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정식 명칭보다 별칭으로 더 유명한 정동길은 다른 궁들에 비해 위압적이지 않고 적절한 높이의 궁과 돌담길, 역사적 이야기, 그리고 연인이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까지 합쳐지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늘 사랑받는 거리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재 서울 시립미술관의 자리에 대법원이 과거에 위치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법원에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런 속설이 생겼다는 설 역시 재미를 더해준다.

매번 걷지만 늘 좋은 길은 그 길이 가진 의미와 지금의 풍경,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특별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는 세련되고 바쁘고 빠르게 유행이 변화하는 곳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나는 체험하고 있다.

기존의 도시의 느낌을 보여주는 곳들과 함께 정동길이나 커먼 그라운드와 같은 해당 장소의 특색을 살리는 공간들이 공존하면서 특별함과 행복감을 선물해주는 공간에서는 나는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에 이 책을 통해 확인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성장을 쫓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던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성격을 가진 동네와 공간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공간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이는 과정에서 우리 도시는 더욱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변할 것입니다.

P19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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