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나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거의 90프로인 것만 봐도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을 묘사한 노래와 이야기들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랑 후에 이야기도 참 많다.

술 먹고 잊지 못한 전 애인에게 전화를 하고 그 다음날 이불킥을 하면서 후회하는 일도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다.

적어도 상대방과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헤어짐을 통보해야 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지 못한 언행들과 모습들로 대부분을 채운다.

'참 좋았다, 그치'는 사랑 후의 감정들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비록 대부분의 현실 헤어짐은 지저분하거나 찝찝함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그 마음에는 사랑하는 동안의 솔직함과 용기, 행복함이 낳은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낯설고 피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독자들은 떠올리게 되겠지만 이 책은 미완의 마음을 포장하지 않고 전하는 이야기가 된다.

글을 쓴 이지은 작가와 그림을 그린 이이영 작가의 협업으로 이 책은 꽤나 예쁘고 멋진 글과 그림을 독자들에게 보낸다.

저자 역시 아직은 많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기에 설익은 글들도 있지만 군데군데 번뜩이는 구절들과 어울리는 그림들이 많아 눈을 즐겁게 한다.

어른의 맛이라는 제목의 글도 상당히 좋았다.

칵테일의 맛을 어른의 맛으로 설명해준 바텐더와의 대화를 글로 옮겼는데 그 표현이 눈에 띄었다.

칵테일 맛이 어떤 맛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던 표현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한순간에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다시 혼자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한동안은, 그 시간은 가늠할 수 없지만,

하루라는 일상생활이 당연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또 시간이 흘러 흘러 안정감을 찾고

생각보다 세상에는 나를 위해주는 구석이 여러 곳 있다고 느끼는 시기도 온다.

서두에 이 책은 미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작가가 직접 말한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에 대해서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올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랑과 헤어짐에 대해서 모두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를 저마다 품고 사는데 그 저마다의 이야기를 이 책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한 번 더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