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 최고의 화두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출판업계에서도 몇 해 전부터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접했다.

그 이유는 아직 내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을 읽기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나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머뭇머뭇했던 이유 중에는 자극적인 사건들과 언론 기사도 한몫했다.

극단적인 입장들이 날카로운 단어들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진실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올바른 페미니즘이 대한민국에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과는 별개로 과연 페미니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한영교가 지은 '두 번째 페미니스트'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 책이다.

 

언론에 노출된 자극적인 보도나 기사와는 달리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이 억울하고 피해를 받아온 존재가 아닌, 남녀 모두에게 균등한 시각을 갖춘 생각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의 작가인 서한영교는 남성이다.

그리고 저자 역시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남성의 모습과 기질이 두드러졌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평범한 한 남자였던 그가 한국 문단의 패거리 문화와 페니스 파시즘을 목격한 뒤 큰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연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눈이 먼 애인과의 인연과 그들이 사랑 속에서 피어난 아이의 임신과 출산 과정까지에 느낀 감정들과 그의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와 표현 중에는 선입견이 담긴 표현들이 많다.

가령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여자를 꽃으로 표현하는 것),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는 것, 습관적으로 욕하지 않기 등이 대표적이었고 저자는 강도 높은 언어 훈련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생각해보면 저자가 실행한 언어 훈련은 페미니즘이라는 특정 단어를 떠올리지 않고도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자제하거나 사용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한 것들이다.

요즘 꼰대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가 된 것과도 연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쯤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은 여성에게만 마치 특혜를 주는 듯한 인상은 조금 더 옅어진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와 같은 책을 쓰게 된 저자는 페미니즘에 관해서 상당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나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관자이거나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부류에 속할 것이다.

아마도 선택에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연히 갈라질 것이다.

고 노회찬은 선택의 기로에서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지 못하는 길을 선택하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

그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회사로부터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두려워 남성 육아 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남성분이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현재 휴직 중에 있는데 뒤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용기와 선택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적은 사람들만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이용하는 현실은 여전히 남성이 가장의 짐을 혼자서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한영교가 말하는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육아를 하고 내면의 여성성을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남성이 가장의 짐을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도 같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페미니즘은 어느 한 쪽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아닌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상호 보완, 대체가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대중매체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거창할 것도 없고,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찾아보고 읽어보고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하면 될 것이다.

페미니즘은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궤도를 수정해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인식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건강한 사회로 변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결국에는 개개인이 모여야 사회가 이루어지고 변화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 갖지 말고 겁먹지 말고 너도 나도 알아보자.

 
 
 

정치인 노회찬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당장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고 있다. 고맙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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