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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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정말 많이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
그 무렵에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가벼웠던 일본 소설들을 많이 봤었다.
그중에서도 오쿠다 히데오 소설을 좋아했다.
졸업 후 일본 소설 쪽은 잘 안 보다가 이 책은 뭔가 끌려서 샀다. 심각해 보이지 않아서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과 비슷할 것 같아서 고른 거 같다.
결과는 정말 대 만족
쉽고 재밌게 읽히고 가벼우면서도 그 내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멋진 소설이다.

어디서 본 이야기였는지 들은 이야기였는지는 몰라도 "모든 가정사는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가정에는 각기 다른 문제점들을 안고 있고 그 문제를 풀 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봤는데 보고 나서 이제는 오쿠다 히데오가 정말로 완성형 작가가 되었나? 하는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말 정말 좋았다.

p.312
"안 되지, 기권은. 시합이든 뭐든 죽을힘을 다해 끝까지 싸우면 이기는 거야."
"맞아.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 자신을 이기는 거야, 근성있게!"
아들들은 기세등등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 어른들은 지는 것에 익숙해서 미리 연막을 피운다. 그러나 열다섯 살은 경쟁의 한가운데 있는 생물이다. 져도 된다느니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208
그래, 감정을 드러내니 가족이 뭉치는구나. 다쓰오에게도 그러는 편이 좋을까.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메뉴얼이 없다.

p.154
"요즘 들어 생각한 건데, 자식의 인생이 부모 것이 아니듯이 부모의 인생도 자식들 것은 아니라고 봐."

p.114
메구미는 귀를 의심했다. 교훈 하나. 자신은 절대 이런 아들 바보는 되지 말자.
" 와세다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했으니 일단은 성공한 거지."
교훈 둘, 자식을 성공과 실패로 가르지 말자.

p. 113
메구미는 배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엄마는 딱 두 가지만 바랄게. 농담이 통하는 사람일 것. 그리고 포기하지 말 것.

p.87
결근한다는 전화를 어머니가 대신 걸어 주는 머더 콤플렉스 남자, 걸핏하면 상사를 제치고 상석을 차지하고 앉는 중역군,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올드미스 선배에게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묻는 외계인, 직장에서 풍수를 따지며 자리르 바꿔 달라는 황당남......

p.61
"그런데 전에 내 상사였던 부장님이 나타나서 열변을 토하는 거야. 부부 생활은 서로 맞춰 가는 거다, 서로 다른 게 당연하다, 가치관이 다른 것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오히려 다른 편이 자식을 키울 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식은 부모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보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유일한 가치관보다 훨씬 좋다, 그렇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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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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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봤을까? 암튼 일본에서 치매환자분들이 서빙을 하는 음식점이 있다더라는 것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러고선 흘려버렸는데 지난번에 KBS에서 이런 비슷한 것을 송은이 씨가 참여해서 한다는 걸 보고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겨 챙겨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책을 보기 전에는 이 음식점이 계속 영업을 하는 매장인 줄 알았는데 2일 동안만 열었던 이벤트 개념의 매장이었어서 좀 아쉬웠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과연 어떻게 치매환자분들만으로 서빙이 가능할까? 이게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던 거라 실망감이 없지 않았다.


책은 잔잔했다. 하지만 그 잔잔함이 내겐 큰 파동으로 느껴졌다. 치매라고 하면 가장 무서운 질병, 가족들이 간병을 하다가도 가족들까지도 병들어가는 치유 불가능한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도 중증은 아니지만 치매 증상이 있어서 나를 알아보시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일깨워줬다. 일단 어떤 사람에게 치매라는 딱지가 붙으면 그전까지 그 사람을 수식해줬던 여러 가지 수식어들은 전부 사라지고 이름보다도 더 앞에 치매라는 떼어낼 수도 없는 낙인이 찍힌다. 하지만 그 사람도 사람이다. 치매보다 사람이 앞설 순 없다는 걸 왜 잊고 있었을까.... 그동안 치매를 단순히 무서워하기만 하고 알아보려고도 안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작년에 보고 못 뵌 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p.4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도쿄에 있는 불과 열두 석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2017년 6월 단 이틀간만 열린, 작디작은 이벤트였다.

p.28
'일본의 이 프로젝트는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주변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노력이 있다면, 치매 환자도 얼마든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치매 환자를 과소평가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이해하려는 관용과 배려만 있다면 우리 사회는 소중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들도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개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노르웨이 공중보건협회 사무국장 Lisbet Rugtvedt씨

p.132
읽는다는 것은 두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에 눈을 돌려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보이고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p.140
오픈 전날 아침, 모두가 다짐한 것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우리도 '하길 잘했다'라고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자고.

p.150
와다 씨는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유지하게 해 주는' 간병을 목표로 꾸준히 싸워왔다고 말한다.
"간병이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을,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필요한 곳에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온전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살아가고, 더 이상 그 힘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게 되면 치매가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닐까요."

p.152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p.153
치매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잖아요

p.155
와다 씨는 치매를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것에 비유한다. 사람에게 치매란 벌레가 달려있는 것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은 변함이 없다. 거기에서 시작하라고.

p.169
'신중하자'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거기서 안주해 버리면 사고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서, 신중함을 넘어 저 건너편 세상으로 가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p.182
'좋은 일 하는 건데 약간의 빈틈은 용서되겠지'라는 생각은 절대 안 된다. 그런 응석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타협이 생기고 질 떨어지는 요리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p.194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함께 즐긴다는, 조금씩의 '관용'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대부분의 실수와 착오라는 것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조금만 대화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아닐까.

p.200
지금껏 틀린다는 행위 또는 치매라는 병은 사회적으로 볼 때 '비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비용'으로 여기던 것이 돌변하여 어마어마한 '가치'로 떠오른 것이다.

p.207
나는 와다 씨의 시설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만두 이야기'라는 원작을 우연히 경험했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216
실수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 없고, 잊어버리고 싶어서 잊어버리는 사람 없다.
바꾸어 말해, 적절한 도움과 지원이 있다면 치매를 앓더라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손님들도 기뻐할 만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본다.

p.230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두 가지 룰
'최고의 질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일부러 실수를 조장하지 말 것.'

읽고 나서 바로 든 느낌은 별 5개 만점에 4개였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보니 별 반 개에서 하나는 더 줘도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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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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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철학을 어떻게든 파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고병권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고병권 선생님이 쓰신 니체관련 책을 보려다

그것보다는 입문서에 가까운 책을 찾다가 만나게 되었다.



항상 철학을 공부해 봐야지 하면서도 칸트나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도통 무슨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처음에는 알고 싶었으나 점점 알고 싶어지지 않아져서 페이지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서 청소년 도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대로 괜찮았다.



우리나라의 교육? 인식 관련해서는 IMF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 것 같다. 그 전에는 대학교 점수도 공대가 의대보다 높았고 문사철 인문학쪽에도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실용적인 학문?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바로 돈이되는 학문이 중시가 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을 배우는 문사철 같은 학문은 등한시 된거 같다. 이런 변화가 작금의 상황과도 많은 연관을 갖는 거 같다.



그런 저런 상황은 차치하고 책으로 들어가자면 정말 좋았다. 가끔씩 청소년 관련 소설이나 책들 중 끌리는게 있으면 읽어보곤 했는데 대부분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았다. 밑에도 정리해 놓았지만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배우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야아 하는지 등 많은걸 생각하게 해줬다.



단순히 나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생각한다" 라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쉽게 "생각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일에 치여서 쉬는날에는 집에서만 틀어박혀 책을 보던가 티비를 보며 졸고 깨고를 반복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상이 주를 이루겠지만 그동안 싫어했던 여행이나 새로운 친구, 새로운 환경 등 좀 더 많은 생각거리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책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철학? 그거 어디다써?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글자크기도 크고 페이지도 130? 이정도로 짧지만 그 여운과 생각할 꺼리는 많으니 추천!!





기획자의 말

사람은 자연학적으로는 단 한 번 태오나고 죽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여러 번 태어나고 죽습니다. 세포의 배열을 바꾸지도 않은 채 우리의 앎과 믿음, 감각이 완전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꿀벌은 밀랍으로 자기 세계를 짓지만, 인간은 말로써, 개념들로써 자기 삶을 만들고 세계를 짓습니다. 우리가 가진 말들, 우리가 가진 개념들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세계입니다. 또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의 한계이지요. 따라서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일은 항상 우리 말과 개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고 또 그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깨우침과 우리의 배움이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나타납니다.



p.19

무언가를 자기만 가지려 하는 사람은 결국 그것밖에 가질 수 없습니다. 내가 내 것을 고집하면 내 주변의 친구들도 그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어 친구가 된다면 우리는 모두 함께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반을 친구에게 선물하자 친구는 제게 재밌게 읽은 책을 선물해 주었죠. 그럼 우리는 음반도 갖게 되고 책도 갖게 되는 거예요.



p.22 어느 어부 이야기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한 늙은 어부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바닷가를 거닐다 할아버지가 자는 모습을 보았어요. 해가 중천에 있는데도 계속 잠만 자는 할아버지가 이상해서 이렇게 물었답니다.

"할아버지, 고기잡이 안 나가세요? 해가 저렇게 높이 떴는데."

그러자 할아버지는 눈을 슬며시 뜨면서 말했지요.

"벌써 새벽에 한 번 다녀왔네."

관광객과 할아버지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럼 또 한 번 다녀오셔도 되겠네요."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 뭐하게?"

"아, 그럼 저 낡은 배를 새 것으로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 그럼 새 배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요."

"그러면?"

"그렇게 되면 더 큰 배를 사고 사람도 더 많이 고용할 수가 있지요. 그럼 더 많은 돈을 벌 테고."

"그렇게 벌어서 뭐하라고?"

"그럼 공장도 세우고 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요."

"옳지. 그러고 나면 뭘 하지?"

"아, 그렇게만 되면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누워서 지내실 수 있지요."

"지금 내가 바로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네."



p.40

철학을 하는 첫걸음은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겁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말은 자기 능력에 대한 일종의 시험입니다. 당신 능력을 시험해 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해낼 수도 있었을 많은 일들을 내버려 둔 채 삶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그 끝까지 나아가 보는 수밖에요. 우리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지요. 물론 신중하게요.

용감하면서 현명하게,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일들을 해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죠.

"우와, 내가 이걸 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들임을 깨닫는 일이지요.



p.50

아이히만의 경우를 보면, 악마란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따져 보지 않았던 거예요. 그냥 주어진 일을 기계처럼 무조건 했던 것이죠. 생각이 없으면 우리도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p.56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때 습관의 지배를 받습니다. 김유신은 이제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을 했기 때문에, 과거의 습관을 칼로 잘라 낸 것이지요.



p.61

제가 여러분에게 '생각하자' 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다시 생각하자' 거나 '달리 생각하자' 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명령에 따라 생각하는 것, 과거에 해 오던 대로 생각하는 것, 자기 편견에 빠져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p.66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 예전에 가져 보지 못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것이랍니다.



p.73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의심해 보는 일이기도 해요. 당연한 것에 '왜 그럴까?' 라고 물을 때, 우리는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 익숙한 일은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을 마주칠 때, 그떄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76

낯선 것과의 마주침이 여러분에게 다른 생각을 낳아 줄 겁니다. 그때 여러분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처럼 '생각이 생겨나는 일', '생각을 낳는 일' 이랍니다. 그러니 물건 찾듯 생각을 뒤지지 마세요. 생각은 낳는 것, 생겨나는 것이지, 갖는것이 아니랍니다. 생각을 뒤지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삶에 도전해보세요.



p.78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것, 낯선 것과 마주하는 것, 스스로 한꼐라고 믿었던 데서 한 발 더 나가 보는 것, 이 모든 게 생각을 맞이하는 준비입니다. 생각은 그떄 우리에게 일어나지요.

'생각한다'는 것은 나를 극복하는 일이에요. 생각이 일어나면 나는 달라지지요.



p.94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고 합시다. 분명히 그 사람은 자기가 먹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 반대입니다. 그가 자유로워지려면 술을 마실 것이 아니라 줄이거나 끊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요. 얼핏 생각하면 그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어서 마시는 거랍니다.



p.95

우리는 공부함으로써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벗어남' 이 자유입니다. 다른 음식을 먹듯 술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술 아니면 못 사는 사람은 전혀 다르지요. 자유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능력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요. 다르게 생각하는 힘, 다르게 살아가는 힘을 가질 떄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p.96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엄마나 아빠가 여러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이 자유를 빼앗았기 때문에 자유가 없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여러분에게는 자유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유란 지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에게 자유가 생겨난 겁니다.

게임이든 무엇이든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로운 것입니다. 어떤 일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무능력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p.109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습관이나 통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요. 로빈슨은 방드르디라는 친구 덕분에 그렇게 되었지요. 혼자였을 때 자유로웠던 게 아니라 친구를 만나면서 자유로워진 것이지요. 로빈슨은 방드르디에게 주인이 아니라 친구로 다가갔기 때문에 방드르디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p.112

"친구란 야전 침대와 같아야 한다."

좋은 친구란 마냥 친구 말에 맞장구를 쳐 주고 무조건 친구를 껴안아 주는 게 아니랍니다. 때로는 친구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따끔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싸울 수도 있어야 하고요. 서로를 일깨워 주려면 사랑만큼이나 싸움이 끊이질 않아야 해요.

아니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싸울 수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니체는 친구를, 침대이기는 하지만 딱딱한 침대인 야전 침대라고 했나봅니다.

여러분 서로에게 그런 친구가 되세요. 서로를 생각하게 해 주는 사람, 서로를 공부하게 만드는 사람,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사람, 여러분 그런 사람이 되세요.



p.121

철학을 '잘 사는 기술' 잘 산다는 것은 행복하게 산다는 말

철학은 잘 살기 위해서 '생각을 하자' 고 말합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깨어있는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생각 없이 그저 관성대로, 습관대로 살지 않는 것이지요. 남들이 한다고 그냥 무턱대로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켰다고 무조건 복종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책이나 신문에 나왔다고 무조건 믿는 것도 아니지요.



p.122

"나는 여기까지야." 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런 한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갈 떄 자유가 시작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한계는 우리의 자유가 끝나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어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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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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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학교를 다닐때 어떻게든 안가고싶어서 발버둥을 쳤지만 죽어도 학교가서 죽으란 부모님의 말씀에 곧 죽어도 등교를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작지만 페이지 수는 제법되는 책 안에는 총 8편의 학교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깨발랄한 이야기부터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다채롭다.

학창시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애관련 이야기가 두편
그리고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게 있는데 그게 바로 괴담!! 그래서 그런지 나머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이 중에서 제일 좋았던 단편은 밀실연애편지 사건이었다. 짧은 분량안에 긴장감, 반전, 그리고 결말까지 다 들어있어 알찼다. 그리고 분위기도 밝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다음으로 치자면 신나는 나라 이야기? 이건 지난번에 봤던 내안의그놈 느낌도 들고 시종일관 유쾌해서 좋았다.

좀 껄끄러웠던건 신의 사탕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읽으면서 좀 힘들었다. 소름이...

단편소설은 아무맥락없이 어느시점에 툭 던져진것처럼 시작되서 그 끝도 모르고 뭉텅 잘려진 느낌이 들어서 싫어했는데 여기 담긴 소설은 하나? ˝우리˝ 빼고는 다 나름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 읽고도 찝찝하지 않았다.

읽는내내 학창시절이 생각나고 재밌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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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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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엔 소설집이다. 창비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응모해 소설집 중 이혼세일을 받아서 읽었다.
옥상에서만나요와 이혼세일 두가지 중 무작위 발송이었는데 이혼세일이 나와 인연이었나보다.

처음에는 이혼세일? 해서 이혼을 판다는건가 아니면 염가에 후려쳐서 이혼을 하게 해준다는건가 싶었는데 이야기의 내용은 이혼을 하면서 아는사람을 불러서 살림을 정리한다는 내용이다.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정세랑작가님은 어쩌면 단편에서 더 빛나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보건교사안은영을 시작으로 지구에서한아뿐 등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으며 심각하지 않아도 그 안에 따스함이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소설집에서는 서로 다른 따스함을 더 많이 느낄수 있겠다 싶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뭏든 이번책도 믿고보는 정세랑 작가님 답게 좋았다. 정식으로 출간이 되었으니 나머지 것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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