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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블로그 이웃들...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흐릿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작가
'재수의 작업실'도 먼저 네이버 블로그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그의 소소한 글과
그림들이 좋아서 일방적으로 이웃을 추가했던 것 같다. 이웃추가일을 보니 2011년
12월 2일, 어느새 인연이 4년이 훌쩍 지났다.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모베러 블루스>책을
접하게 되었고 현실에 지쳤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의 그림들이 참 좋았었다. 그런 인연이 SNS로 이어지고...SNS를 통해 거의 매일
올라오는 그의 그림과 짧은 글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감성과 기발한 재치를 보며 웃음과
공감을 나누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니 일방적 팔로워지만 괜스레 뿌듯해지는
것 같다. 책으로 나오기 전 표지투표에도 참가했고 내가 투표한 표지가 선정돼서 더
흐뭇했는지도^^
사실 말이 별로 필요없는 책이다.
일상의 평온함을 작가만의 감성과 재치, 장난끼로 채워진 그의 그림들을 보면, 무미건조라는
말은 저멀리 사라지는 느낌이다. 굴뚝만 그리고 하늘의 진짜구름을 굴뚝연기로 대입시킨
참신함, 스프링을 아이들이 타는 그네로 활용하기도 하고 '배고파돼지겠다' 귀여운
핑크돼지그림과 함께 올린 새벽낙서, 요즘 곧잘 올리는 말안듣는 고양이식구그림까지^^
편안하게 그린 습작같은 작품들이 보는 사람까지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늘 긴장하며 피로함에 젖어있는 우리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주는
재수의 연습장, 누구나 집에 한 권쯤 굴러다니는 스프링 연습장에 쓱쓱 편안하게 그린 것
같은 넉살 넘치는 그림들, 그림들을 주르륵 넘기다 보면 일상 속 소소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순간에 깃든 삶'이라는 책 속 표현처럼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순간 속에서 그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 길을 건너는 사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여학생,
지하철 풍경, 하품하는 모습, 학원버스 기다리는 아이,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따뜻함,
때론 닭살 돋는 애정멘트를 나누는 연인, 때론 아재개그같은 유머에 자신의 뱃살을 수시로
노출하는 자학개그^^까지 주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아넘기지 않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루한 일상, 또 의미없다고 생각했던 자투리 일상들이
너무나 친근하고 고마운 순간들이었음을 이 책을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힘이 된다는 말이 힘이 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즐거움이 일이 되면서
스트레스가 되었을 때 SNS에서 응원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작가,
하지만 그렇게 오고간 즐거운 피드백은 나를 포함한 SNS친구들, 서로를 상생시키는 행복한
선순환이었다. SNS에서 흘려보내기는 넘 아까웠던 작품들, 캡쳐해서 모아두고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두고두고 볼 수 있어 넘 좋았다. SNS공간에서 불쑥 만나는
그림들도 좋았지만 종이냄새가 좋은,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책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마술을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소중하게 대하기 시작하면
소중해지니까."




[놓치고 싶지 않아 캡쳐해 둔 재수의 연습장 중 일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