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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詩집살이
김막동 외 지음 / 북극곰 / 2016년 4월
평점 :
뒤늦게 배운 한글로 써 내려간 할머니들의 시, 그 세월동안 할머니의
가슴에 꽉 차 있던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한 권의 시집에 담겼네요.
여자는 공부할 필요 없다며 동생 업어키우게 하고 일 시키는 바람에
한글 모르는 게 평생 한이었던 친정엄마가 생각나 더더욱 울컥했던 시집...
한글을 가르쳐드리려 했으나 "자꾸 이자뿐다. 아이구 내가 바본갑다."
라며 한탄하시던 엄마께 좀 더 애틋하게 한 자 한 자 알게 해 드렸으면
엄마도 이런 가슴 속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리도 진솔한 시로 담지 않으셨을까
뒤늦은 후회가 차오릅니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처럼 생을 온몸으로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삶이 오롯이
담긴 시집,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투박한 단어, 구수한 사투리에
담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와락 가슴에 와닿습니다.
읽다보면 엄마가 보고싶고 또 그리워지는 그런 눈물나는 시집입니다.
<추석1> 박점례
새끼들을 기다렸다
보고 싶고 보고 싶은 새끼들
이 놈도 온께 반갑고
저 놈도 온께 반가웠다
새끼들이 왔다 간께 서운하다
집안에 그득흐니 있다가
허전하니
달도 텅텅 비어브렀다.
<눈> 윤금순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