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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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아노의 글에 다시금 빠져들게 만들었던 책. 늘 그랬듯이 작가 특유의 몰입도가 강력해서 순식간에 읽게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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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레몽 드파르동 지음, 정진국 옮김 / 포토넷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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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높은방, 그 만큼 길다란 높이를 지닌 창이 하나 있다. 창밖엔 언제나 해가 쨍하게 떠서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거리를 비춘다. 이런 창은 세계 곳곳 어디에나 있어서 그 중 몇몇을 모아 이 책이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그 창이 프레임이라고 하면 그 창을 가진 방의 주인은 늘 레몽 드파르동이었다. 이 책은 그 창을 통해 '어딘가'를 방랑하고 다닌 레몽의 시선을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글과 사진이 전부다. 글은 방랑을 마치고 난 후, 사진인화 및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쓰여졌지만 방랑 전부터 스스로 고민하고 고려한 것부터 방랑 도중 스치듯 지나간 혹은 깊이 고민한 생각들, 또는 스스로의 이력이나 사진 · 영상에 대한 생각 등을 담고 있다. 따로 목차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소제목과 짧막한 글들이 정갈한 글씨체로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왼쪽 페이지는 글, 오른쪽 페이지는 사진이다. 사진은 작가 스스로 새로운 시도라 부른 '세로 사진'이라 길다란 책의 한 면을 가득 채운다. 사진 속 풍경들은 늘 어딘가로 이어진 길을 보여준다. 작가가 방랑중에 걸어갈 혹은 걸어왔던 길일 것이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 어딘가의 일부분일 뿐이다. 도시, 농촌, 사막, 산, 어떤 풍경에서의 특별할 것 없는 일부분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간판이나 간간히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표지가 될지 몰라도 굳이 그 장소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인물이 주가 되는 사진은 없고(그림자 혹은 상당한 거리를 둔 렌즈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등장할 뿐) 그렇다고 딱히 '풍경'이 주가 되는 사진도 아닌 것 같다. 적어도 글을 보면 작가는 이 사진들을 우리가 흔히 떠올릴수 있는 아름답거나 인상적인 풍경사진으로 보아주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사진 속에서, 다른 사람, 다른 것들과 대면한다. 나는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다른 것을 더욱 잘 보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정당하게 바라본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사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특히 방랑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것과, 내가 발견했던 것과, 나를 답아당기더니 어느새 나를 쫓고, 내게 집착하고, 다가오는 시간 속에서 나를 사로잡고 뒤흔들며 내 삶을 바꾸어놓는 것들과 마주친다는 점이다.

방랑하면서 나는 나 자신 속으로 여행했다. 이것이면 된다. (본문 중 112-4p)

 

 

작가가 글을 쓰며,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주로 떠올리고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나''현재'에 대한 것이다. 다른 사진들과 달리 주제가 없는 <방랑>을 택했지만 이 두가지만은 이 사진집의 주요 키워드인 동시에 방랑을 통해 작가가 얻은 것들 중에 하나이다. 신기한 것은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독자는 사진을 보며 본인 자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가 꿈꾸는 방랑, 고로 내가 꿈꿔왔던 방랑과 그를 통해 생각하게 되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작가는 <방랑>에서의 사진과 글로 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실제의 실행이 동반되었다는 것만이 독자와의 차이일 것이다. 작가가 쉰여덟이 되어서야 해낸 일을 나는 언제쯤 해낼수 있을까. 아득하지만 그 마음이 더욱 강렬해진다.

 

 

소설이나 일반적인 글이 주가되는 책이 아니라 '사진집'이다보니 얻는 즐거움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는것, 보는것을 좋아한다면 80점이 넘는 전문 사진가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고,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사진 작가나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 책에서 조금조금 정보를 받을수 있다. 기법이나 필름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있다. 그저 똑딱이에서 DSLR보급기로 아주 조금 발전한 나는 그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새로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하고싶은 게 많아진다.

 

 

 

 

 

 

표지의 사진에 눈을 빼앗기고 책을 펼쳐서는 생각지 못한 글솜씨에 빠지듯 집중해 읽다가 책이 끝날 무렵엔 다시금 책속의 사진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글을 읽는 도중에도 사진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쓰긴했지만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 사진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그 시선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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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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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 인물들간의 관계도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관계도를 그리자면 노트 한페이지 가득 사람 이름으로만 채우게 될것 같다. 책의 초반부 주인공의 어머니와 아버지, 또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중심으로 그들이 인생에서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후 어린 파트릭 모디아노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으로 인정받는 21살이 된 어떤 날을 거치기까지 그의 삶이 지나온 순간들과 장소와 사람들과 그것을 증명해주는 여러 증거 및 서류들이 자유스럽게 흘러간다.

 

 

파트릭-라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자전적 소설이다. 늘 그의 소설이 그랬듯이 덤덤하고 명료한 문장들이 무언가를 추구하며 집요하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이토록 냉정하고 담백하게 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성찰 및 성장의 과정과 고난을 겪으며 느낀 감정의 파노라마를 그린 그런 글이 아니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타인이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이 과거에 지나온 모든 행적을 쫓는다. 그 당시 스스로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궁금해하기도 하고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조금은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주인공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소설은 참 드물다. 하지만 파트릭 모디아노의 글은 늘 그렇다. 심지어 작가 자신의 이야기마저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풀어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자신을 '혈통있는 척하는 한마리의 개'로 표현했을 땐 어찌나 놀랐는지.(더구나 이 표현이 나오기 직전까지 화자이자 주인공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아 더더욱 그랬다.)

 

나는 혈통있는 척하는 한 마리의 개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뚜렷한 계층에 속하지 않는다. 너무나 파란만장하고 불확실해서 마치 반쯤 지워진 글자들로 신분증명서나 행정서식을 채우려 애쓰는 것처럼, 나는 이 흐르는 모래 속에서 몇 가지 흔적이나 몇 가지 표지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본문중 10p)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모디아노의 글은 쉽지 않다.' 치밀한 증거들로 이어진 장면과 스토리를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어렵고, 주인공들은 늘 무언가를 찾아헤매지만 그게 무엇인지 끝내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그 무언가를 찾아내며 온전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일도 드물다.(그의 소설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점은 그의 소설을 하나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주인공들은 오열하거나 깊이 좌절하지 않으며 반대로 완전히 행복해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초조한 마음으로, 조금은 강박적으로 시간의 파편들을 긁어모아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찾고 모아 보여줄 뿐인데, 희한하게도 그 인물이 찾아내고자 하는 무언가에 독자는 몰입하게 된다. 쉴새없이 읽게되고 인물들이 깊이 파고들지 않는 감정과 과거를 마음껏 상상하며 소설에 빠져든다.

 

 

특히 <혈통>의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 이전 이후로 나온 작가의 다른 작품들의 단서가 곳곳에 심어져있다는 것이다. 여러 인물, 주소, 그리고 인물의 삶의 모습이 유사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책을 읽기 바로 얼마 전에 <어두운 삼정들의 거리>를 읽었는데, 그 작품의 주요 인물들의 이름(게이 오롤로프, 페드로, 드니즈까지)이 책 초반에 주르륵 나열되어 순간 당황스러워 했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 증거를 보여줄 줄이야.

 

자전적 소설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모든 부분이 사실일리는 없다. 소설이라는 것은 반드시 '그럴듯한 허구'를 포함해야 하기에. 하지만 그의 삶 곳곳에 작가가 된 이후로 만들어진 작품들의 모티브를 준 인물이나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실 난 해설을 읽기 전엔 반대의 생각도 했었다. 작가로 데뷔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뒤에 <혈통>이 나온 것으로 보아 사실은 자신의 팬들을 위해 다른 작품들의 요소를 허구로서 심어준 것을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느 쪽을 믿을지는 자유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한 가지 늘려주었다는 점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러한 점 때문에 누군가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혈통>을 먼저 읽으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 반대의 순서로 이 작품을 접했고 이 방법 또한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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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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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잘하는 아이, 감이 좋은 아이, 가끔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거나 어머니의 불륜을 지켜보면서도 부모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아이.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괴롭힘당하고 정체불명의 사내 플레시코트에게 협박당하고 감시당하는 극한의 상황에 와서도 울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덜덜 떠는 아이가 내내 안쓰러웠다. 겁이 나지 않을리 없고 울고싶지 않을리 없을텐데. 주위 상황에 휩쓸려 강제로 강해지는 아이는 위태롭다.


 

 

주인공 지니는 학교대표로 달리기 대회를 나가 1등을 차지할만큼 특출난 아이었지만, 그 뿐이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먹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며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버지와 다투며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집에서 평안하지 못한 아이는 학교에서마저 질나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그를 달래주는 건 달리기 뿐이지만 더이상 달리기 대회를 출전하거나 그를 위해 연습하는 나날을 꿈꾸지 못한다. 몰래 학교를 빼먹고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 돌아와 있던 어느날 지니는 누군가가 집을 감시하는 걸 느낀다.

 

아주 갑작스럽게 비일상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는 이미 오래전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부모의 사랑과 좋았던 나날들을 간신히 떠올리며 그날그날을 버틴다.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부모는 더 이상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볼모로 플래시코트에게 협박을 당하는 지경이다. 난데없이 집을 침입하고, 뒤를 쫓기고, 무엇 하나 제대로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이야기는 흘러간다.


 

 

초반 이후로 거세게 흘러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 플래시코트라는 인물과 집안에 숨겨진 '무엇'을 찾아내는 미스테리한 요소가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 소설에서 더 관심있게 보아야할 부분은 따로 있다. 거칠지만 위태로우면 위태로운만큼 흔들리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한 지니의 가족에 대한 마음이 이 소설에서의 포인트였다.

 

아이 입장에서 부모를 택할 권리는 없다.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는 가정파괴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치유 및 화해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는 구성원이기도 하다. 어린만큼 상처도 크게 받고 그 누구보다 휘청거리지만 유일하게 화해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이 책에서도 지니의 가족은 지니를 매개로, 하지만 누구도 쉬이 상상하지 못할 커다란 힘에 휩쓸린 사건을 겪으며 서로간의 애정과 마음을 되살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통한 가족간의 화해는 완전한 치유나 해결방법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지니의 가족은 관계와 감정에 있어 너무나 산산조각으로 잘게 부서진 상황이었다. 길고 험난한 이야기의 끝에 찾아온 회복의 기회가 부디 지니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가져다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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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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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고 의지했던 가까운 사람을 잃은 한 사람의 치유과정을 소설로 만들었다. 더디지만 서서히 치유되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히로시의 그 치유과정을 끈질기게 지켜봐주는 주인공 마나카의 시선이 따스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거나 커다란 풍파를 함께 겪어나가는 역동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니 어느새 함께 건너버린 다양한 삶의 고난을 다시 함께 마주하며 그동안 잘 해왔다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포근한 이야기였다. 독특하지만 순수한 두 사람이 어려서부터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관계는, 도드라지거나 격한 애정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단단하게 서로를 붙잡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오컬트적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도 히로시라는 인물의 상처에 배경으로 나타난다. 히로시는 묘한 종교 생활에 빠진 부모님과 떨어져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간다. 비슷하게 외톨이인 히로시와 마나카는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게 되었고 히로시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기점으로 마나카는 히로시를 한층 더 가까이 두고 기운을 복돋아주려 노력한다. 그 노력이란 가만히 내버려두기, 곁에 있어주기, 함께 여행하기,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기 등등 우리가 쉬이 떠올릴만한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녀만의 언어와 생각으로 풀어낸 그 이야기는 조금은 특별하고 아주 따듯하게 들려온다.

 

 

 


언가가 치유되는 과정이란, 보고 있으면 즐겁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계절은, 절대로 보다 낫게 변하지 않는다. 그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처럼, 낙엽이 떨어지고 잎이 무성해지고, 하늘이 파래지고 높아질 뿐이다. 그런 것과 흡사하게, 이 세상이 끝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가, 그 상태가 조금씩 변화해갈때, 딱히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어떤 위대한 힘을 느낀다. 갑자기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문득 불편하던 잠자리가 편안해지는 것은 곰곰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고통은 찾아왔던 것과 똑같은 길을 걸어 담담하게 사라진다. (본문 중 131p)

 

 


마나카는 히로시를 치유해주기 위해 곰곰히 생각하고 노력하는 와중에 치유과정에 대해서 그 과정을 겪는 사람에 대해 히로시와 자신이라는 개별적인 존재들에 대해 성찰적인 사색을 즐긴다. 무겁지 않되 진지하게 그 모든 사색을 즐기는 마나카란 존재는 미숙하지만 어떠한 생각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개방적이고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길지 않은 이야기, 담담하고 사색적인 서술들, 그에 더해진 마야막스의 그림(MAYA MAXX)도 좋았다. 책에는 그림에 대한 다른 해설이나 설명(책에 맞는 장면을 그렸다거나, 이미 그려진 그림을 차용한 것이라던가)이 붙어있지 않다. 그림을 그린이와 그림의 이름만 쓰여있다. 역자나 작가의 후기같은 것 마저 없었다. 오로지 그 이야기만으로 가득 찬 책이었다. 그래서 더 차분하게 글 안에서의 마나카의 사색들을 다시금 떠올리고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기에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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