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 & 컬러링북 : 세계 불가사의편 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 & 컬러링북
토마스 패빗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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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기 전에 서점에서 나눠주는 무료 샘플을 한장 챙겨다 미리 체험해본 적이 있었다. 심심할 때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왔는데 의외로 꽤 재미를 느꼈다. 오밀조밀한 점과 점사이를 순서를 찾아 잇다보면 어느새 완성된 그림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그림이 제법 그럴듯 한게 폼이 나니 완성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마저 든다.(참고로 그때 그렸던건 메롱하는 원숭이였다.) 이 책은 내가 체험했던 그 책의 후속편이라 해야할까. 다른테마로 출판된 시리즈인데 테마가 세계의 불가사의다. 한장 짜리로 체험을 해서인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단행본인 이 책은 제법 빳빳하고 두꺼운 종이로 구성되어 사이즈도 큼직하고 책의 무게도 꽤 있었다. 점잇기와 컬러링을 즐길 책과는 별개로 부록처럼 작은 책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는데 독자가 그려나갈 불가사의의 완성모습과 함께 해설이 간략하게 쓰여있다. 테마의 보충 설명을 해주는 이 책은 사이즈가 작다해도 일반 단행본보다는 큰편이라 컬러링 연습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주로 잠이오지 않는 밤이나 집에서 해야할 일의 진행이 더디고 너무너무 하기 싫을때 이 책을 잡았다. 하다보면 자꾸 코를 박아 눈이 좀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하나를 끝내면 개운한 마음으로 책에서 손을 뗄수 있다. 하나를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은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중간에 끊지 않고 했을때 제법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혹여라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자제해야 할듯... 공부가 아니라 선긋기에 집중력과 시간을 훅 뺏겨버릴지도 모른다. 이젠 대중에게 노출이 많이 된 여느 컬러링북처럼 취미생활로 여유롭게 즐기기에 적당한 책이다. 제목에서 어필하고 있는 집중력에 기대를 거는 독자가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인보다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 자체를 체험하고 가르칠수 있는 놀이북으로 활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점이 1000개나 되고 순서가 쓰여진 숫자의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최소 초등고학년 이상이어야 될것 같다.(증명된바 없는 자유로운 추측이자 의견ㅋㅋ)

 

 

 

 

 

 (제일 처음 완성했던 영국의 스톤헨지, 연필로 그려봤는데 색칠을 어찌해할지 고민 중)

 

 

점잇기는 깨알같은 점과 숫자를 따라 선을 긋는데 하다보면 종이에 코를 박고 집중하게되는 묘한 힘이있다. 1000개의 점을 이어야 그림이 완성되는데 중간에 끊기가 힘들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하는 마력이 있달까. 컬러링을 겸하고 있는 책이다보니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수 있을 것 같다. 연필부터 다양한 굵기와 색의 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것도 자유롭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테마가 테마다 보니 건축물이나 거대한 자연물이 주로 그려지는데 나같이 컬러링에 서툴고 색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칠하기엔 뻔하고 제한된 색상만 떠올라 약간 애먹을수도 있다는 것. 점잇기와 컬러링 두가지 매력을 지닌 책이지만 난 점잇기에 더 중점을 두었기에 내가 칠한 컬러링이 어색해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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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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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두 주인공인 꼬마와 할머니가 얼마나 괴짜인 인물일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랬고 이 책의 두 주인공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단 두 권의 책만으로 작가의 인물소개 스타일을 알겠다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미운 모습 보여주고 반전매력 발산하기' 정도일까. 객관적인 시선에서(서로에게 그리 중요치 않은 대중의 눈으로 볼때)그들이 하는 행동은 소위 말썽이라 불릴만큼 평범하지 않다. 원칙을 따지는 고집쟁이 할배였던 오베와 만난다면 "이 사고뭉치들!" 하고 노발대발하게 만들만큼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콤비는 서로를 어마어마하게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말썽들이 서로를 위해서 한 행동이란 걸 서로만은 알고있기에 함부로 미워할수 없다. 오베는 그의 콤비였던 부인을 잃고 '오베라는 남자'와 '오베였던 남자'라는 이중적인 시각을 이용해 그의 매력을 발산했다면, 이 책에선 온전히 한편인 손녀 엘사의 시각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기 때문에 읽다보면 누구나 할머니의 팬이 될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밤중에 동물원에 침입하고, 수상한 사람(엘사와 할머니)을 찾아낸 경비원에게 똥을 던진 이유가 손녀가 학교에서 당한 좋지 않은 일을 잊게 만들어주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였다면?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해주는 할머니가 있다면 정말 슈퍼히어로로 보일 것 같다.

 

 

사는 "완벽하게 사실주의적이지도 않고 전적으로 가짜라고 볼수도 없는 이야기가 가장 훌륭한 이야기 "라고 했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한다. 할머니가 어떤 이야기를 가리켜 "사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된다"고 하면 바로 그런 의미였다. 할머니가 보기에 전적으로 사실이거나 전적으로 허구인 이야기는 없었다. 전부 다 모든 면에서 진짜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렇지 않았다. (본문중 257-8p)

 

 

오로지 상상력만으로도 서로를 즐겁게 만들고 깰락말락 나라의 왕국 6개를 건설할만큼 두 사람의 기발함과 상상력은 도무지 끝이 없어보인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왕국과 그 세세한 컨셉들이 감탄스러웠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환타지 소설 시리즈를 만들어낼수 있을 것 같았다. 엘사가 좋아하는 해리포터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더더욱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환상의 왕국들이 할머니의 편지를 받은 주변 사람들로 인해 점점 현실과 이어진다는 점이다.

 

엘사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연하게도(?) 겨울왕국 열풍을 몰고왔던 D사의 공주님과 같은 이름을 가졌고, 공주님보다는 커서 스파이더맨이 되고싶으며, 학교아이들과 추격전을 벌이고 싸우는게 일상인,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7살치고는 성가실 정도로 똑똑한 여자아이다. 책에서 자주 나오는 말로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한다"라고 했다. 엘사에게는 실제로 슈퍼히로가 몇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친하고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할머니가 사라진다. 주변에선 아무도 그녀가 죽었다고 말해주지 않고 돌아가셨다, 멀리떠났다고만 말한다. 슈퍼히어로가 사라진 8살이 거의 다 되어가는 7살짜리 여자아이에게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간 보물찾기(편지 찾기 및 전달)를 의연히 진행해간다. 편지를 매개로 둘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깰락말락나라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겹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편지에는 책의 제목처럼 할머니의 미안하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 이유는 아주 세세하고도 천차만별이라 전부다 공개되지는 않는다. 온전하게 전부 보여주는 편지는 엘사에게 남긴 편지뿐이다.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엘사가 할머니를 떠올리지 않는 시간이 없었고, 할머니의 과거와 연결된 모든 사람(엘사 가까이에 있었고,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고조된 감정이 이 마지막 편지에서 펑 폭발한다. 엘사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도 할머니가 보고싶어졌다. 엘사의 할머니이든, 나의 할머니이든.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한다"는 엘사와 할머니의 말이 진실이라면 7살이었던 나에게 슈퍼히어로는 과연 누구였을까.

 

 

 

괴물이라고 해서 전부 다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건 아니다. 슬픔으로 탄생된 괴물도 있다.(본문 중 193p)

 

처음에 엘사의 할머니가 미아마스에서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을 때만래도 정신과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사람이 전후 맥락 없이 횡설수설하는 것 같았다. 엘사는 몇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 말들이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말 훌륭한 이야기들은 다 그런 식이다. (본문 중 139p) 

 

 

지난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능수능란한 문체가 좋았다. 원어표현에서는 과연 어떻게 쓰였을까 궁금하기까지한 의도적인 맞춤법 실수나 위트넘치고 과격한 표현들(예를 들어-우라지게 사랑한다)도 재미있었다. 더구나 이번엔 아이의 시선을 빌려 순진하면서도 약았고 동화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이중적인 면면의 교차가 자연스러웠다. 이런 특징으로 이 책의 장르는 순식간에 코믹과 감동을 넘나든다.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다 순식간에 찡하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해서 뒷이야기를 감히 상상하지 못하게 했다.(사실 초반엔 몇번 시도해보았으나 번번이 뒤통수를 맞아 후반에 가서는 시도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읽었다.)

 

앞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로 긴밀하게 이어지는 의도적인 짜임이 치밀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엘사의 표현대로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이유인 "과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이 책에서도 그러한 과거찾기 과정이 등장한다. 아직 자라는 중인 엘사만이 유일하게 그 과정을 피해간다. 하지만 이 책의 모든 내용이 곧 엘사의 과거가 되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기대하게 된다. 주변 모든 어른들에게 우라지게 사랑받으며 특이하게  살아갈 엘사는 젊은 할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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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드라이플라워 - 예쁘게 말리는 법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나를 위한 시간
하우투드라이 꾸까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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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방법에는 바람과 시간에 꽃을 맡겨두는 자연건조법, 글리세린 등의 약품을 이용한 인공건조법,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이 책에서는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자연건조법을 배웁니다.   (본문 24p)
 

 

 

존댓말로 조근조근 가게에 찾아온 손님에게 상냥히 알려주는 투가 참 친절하다. 보통 이론을 먼저 보여주고 Q&A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드라이플라워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질문들을 모아 책의 서두에 먼저 배치한 것도 특이했다.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아름다운 꽃, 더 자세히는 아름답게 잘 말린 꽃들의 사진을 잔뜩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드라이플라워에 대해 소개하고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포인트는 아주 간단하다. 꽃을 말리는 것은 바람과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다만 이 책에서는 꽃을 더 "예쁘게" 말릴 수 있는 팁을 주는 것 뿐이라고. 

 

 

책의 구성은 세개의 class로 나뉘어져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class 1. 드라이플라워 어떻게 말릴까-에서는 드라이플라워에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만드는 방법을, class 2. 드라이플라워 어떤 꽃이 좋을까-에서는 주변에서 접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말리기 쉬운 몇몇 꽃들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class 3. 플로리스트가 만든 소품,선물 만들기-는 드라이플라워나 소재을 이용한 소품들을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class 1에서 사근사근 간단한 인사말을 건냈다면 class 2 부터가 본격적인 만남의 시작이다.

 

 

 

 

class 2를 보면 오른쪽 페이지에 꽃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말리는 방법, 예쁘게 사용하는 팁을 나누어 설명해주는데 왼쪽 페이지엔 완성된 드라이 플라워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바로 위에 사진속 꽃은 에키놉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꽃만은 꼭 시도해봐야지 절로 결심하게 하는 꽃이 몇 종류 있었는데 이도 그 중 하나였다. 아는만큼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인다고 꽃이름(어원)에 고슴도치라는 단어가 숨어있다고 한다. 이름에도 꽃의 자태에도 굉장히 끌려서, 언젠가 꽃집이나 꽃시장에 들러 이 꽃을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 내가 쉽게 상상되었다.

 

 

 

실제로 해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보기엔 참 쉬워보인다는 게 함정이다. 말리는 과정이 끝나면 투명한 유리병, 작은 화분이나 깡통에 담아두기만 해도 무심한 듯 멋스러운 소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경탄스럽다. 말리는 과정은 시간이 해결해줄지 모르지만 예쁘게 말린 꽃을 가지고 이것저것 소품을 만들고 어딘가에 장식을 하는 과정을 보고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내 방 혹은 우리집 곳곳에 아직 봄이 오기 직전 썰렁한 분위기를 바꿀수 있게끔 꾸며보고싶은 욕심이 난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하게 들었다. 본디 특별한날, 혹은 축하할 날에 사람들은 꽃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을 받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거기다 수제 라는 타이틀과 만든이의 정성이 더해지니 누구나 웃으며 받아줄 것 같은 기대가 된다.

 

 

꽃은 살아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를 유지해주기 위해서는 그대로 바라봐주기만 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햇빛과 물을 주고 그 외에도 많은 애정과 손길이 필요하다. 드라이플라워는 생화와 닮은듯하지만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조금은 이기적이게도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두고 보기만 해도 생화보다 더 오래 지탱해주는 강인함도 가지고 있다. 꽃잎과 줄기가 가진 물기를 없애 만드는 것이 드라워플라워라지만 꽃이 가진 태생적인 매력이나 힐링효과는 전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사진으로만 봐도 행복해지는 데 취미생활로 말라가는 꽃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책사이에 꽃이나 잎을 넣어 말린 후 코팅해 책갈피를 만들곤 하는데 이것도 드라이플라워에 속한다고 생각해도 될까. 이제 납작해진 꽃의 앞뒤면 뿐이 아니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동그란 꽃의 머리를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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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릴게
스와티 아바스티 지음, 신선해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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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이유로 집을 떠난 제이스는 엄마가 전해준 주소만을 따라 몇 년만에 보게될 형의 집앞에 섰다. 반갑게 자신을 환영해줄지, 많이 자란 서로의 모습에 어색해할지, 갑자기 찾아온 자신을 떨더름하게 바라볼지, 아니 그 전에 자신의 형이 이 곳에 살고 있는게 맞는지 초조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선 제이스의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그가 집을 떠난 첫번째 이유, 엄마와 자신에게 쏟아지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형 크리스천은 이미 오래전에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갔다. 판사인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살던 그는 지금 그의 가족과 자동차로 19시간 거리에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었다.

 

 

 

재회한 두 형제는 서로에게 묻지않는다는 조건으로 낯설고 아슬아슬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집을 떠날 때 급하게 엄마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말은 엄마가 곧 제이스를 따라 집을 나오겠다는 약속이었는데, 제이스는 지속적으로 엄마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그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있다. 엄마가 오기로 한 추수감사절까지의 날짜를 하나하나 세며 그는 낯선 동네와 새로운 학교생활, 친구들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옆집에 사는 형의 애인 미리엄은 제이스가 전학처리를 밟은 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애인의 숨겨진 과거에 대한 실마리, 난데없이 나타난 애인의 동생이라는 골치아픈 사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해결해나가려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미리엄과 제이스의 대화가 부분부분 흥미로웠고 미리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와 그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는 커서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쉽다? 어려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오로지 그 상처에 휘둘리게 된다? 제이스의 시선에서 풀이된 책의 내용을 보아서는 미리엄을 포함한 사건의 전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제이스를 단순히 학대의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어딘가 고장났을 가엾은 아이로 바라보는 것 같다. 이는 일종의 낙인과도 같다. 범죄나 악질적인 행동을 한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까지 우리는 알게모르게 비슷한 낙인을 찍고 바라보는지 모른다. 동정을 받는 것도 무언가 치료가 필요한 아이라는 시선도 영 불편한데, 심지어 그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우려 드는 미리엄은 제이스의 시선에선 그리 달갑지 않다. 폭력이나 가정학대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안정하고 상처입었으리라는 시선은 일반 사람들의 흔한 관점이고, 사실과 그리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상처를 들여다 볼지언정 걱정스런 시선만큼 인생의 전부를 그 사건에 휘둘리며 살아가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스와 크리스천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축구부 활동을 하며, 일을 구해 일상에 적응하는 한편 제이스는 시시때때로 자신을 덮치는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다. 일상의 곳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짜증에 최악의 상황-혹은 자신이 해낼수 있는 폭력적인 반응들에 대해 마음속으로만 풀어내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이스가 집을 나오기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그가 스스로 절대 용서할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런 자신에게 벌을 주기 위해(또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활 곳곳에 제약을 두며 애쓰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여기에서 제이스가 집을 떠난 두번째 이유. 그는 스스로가 가진, 어쩌면 아버지에게 물려받았을지 모를 폭력성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고리를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왔다. 책의 후반부에서야 언급이 되지만 그는 언제 폭발하지 모를 스스로의 분노나 폭력이 무서웠다기 보다는 그로 인해 초래될 '아버지-어머니'같은 굴레를 주변사람에게 씌우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폭력 후에 늘 거짓으로 사과를하고 남탓을 하며 붙잡아두는 아버지나 그에 학대당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악질적인 관계를 자신이 똑같이 재현하게 될까,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그 지옥같은 굴레의 피해자가 될까 제이스는 두려워했다. 타고난 성질이나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에게서 알게모르게 배우게된 분노나 폭력성이 내재되어있다고 하더라고 제이스는 참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가족을 사랑할 줄 알고 그 관계를 망치지 않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형 크리스천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준다.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시도, 집을 떠나는 것까지 제이스가 경험한 대부분의 것을 크리스천 역시 경험했고 아주 어려서부터도 터울이 제법있는 형은 자신이 늘 따라다니고 의지하고 싶었던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상처를 가진 약자이기도 했다. 얼핏 두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회복해가는 훈훈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영 불안불안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김이 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오기로 한 그날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진행이 빨라지고 두 사람 사이의 진심이 드디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어도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스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내고 형과 함께 상처를 보듬어나간다. 그 과정이나 속마음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

 

 

 

과거에 읽었던 가정폭력을 다루었던 몇몇 작품들에 비해 그 폭력의 과정이나  정도에 집중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덕분에 불안정하고 흔들릴지라도 우울하고 어둡기만 한 칙칙한 분위기의 소설은 되지 않았다. 나쁜 경험 이후의 일상과 트라우마로부터의 탈출, 다면적인 심리와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경험을 한 세명의 인물(제이스,크리스천,엄마)이 서로 다른 상처를 갖고, 다른 반응을 보이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가장 오랜시간 시달리고 그만큼 만성이되어(혹은 그 외에 드러나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로) 쉬이 떨치지 못하는 엄마의 회복과 극복을 기다리는 제이스의 마음이 이 책의 제목(한글판)에 실려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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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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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를 읽어보면서 부디 이 이야기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기를 바랬다.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이별해야 하는 사람이 평생 떨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가족이라면, 그 이별의 종류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라면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리 없다. 골골 80, 골골 90이라는 말이 흔하게 들려올 정도로 (병을 가지고 있다해도)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시한부 선고와는 조금 다르게 기계 등에 의지해 치료와 수명연장을 지속할 것인지, 마지막 치료를 포기하고 가족의 품에서 혹은 호스피스에서 스스로의 마지막을 준비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그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건 그에 대한 이론적, 윤리적  대립이나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운운이 아니다. 실제적으로 결정을 내린 한 사람의 마지막과 그 가족이 보낸 14일간의 기록이다. 글로써 남겨진 것이 그들이 느낀 복잡한 감정과 거쳐야 했을 여러 과정의 반의 반이나 다 담아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있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인 리사 고이치는 미국의 코미디언 겸 방송인이고 이 책의 주인공은 그녀의 어머니 밀리 고이치와 가족들이다. 85세의 밀리는 신장 투석을 위해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고 곁에서 돌보던 그녀의 아들이자 리사의 오빠는 이른 아침 리사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약간의 불안과 갑작스런 연락을 시작된 이야기는 담담한 어머니의 결정과 가족들 사이에 일어난 잠깐의 갈등, 그리고 순응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소설처럼 조금은 장황하게 시작되지만 치료중단이라는 결정을 두고 남매간의 언쟁부부을 빼면 마치 일기와 같은 조금은 단조로운 일상의 기록같다. 감정에 마냥 치우치거나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모습, 가족들의 심정을 구구절절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죽음'을 전제로 한 평소엔 준비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의 준비와 미리 마음먹고 있었다하더라도 쉽사리 실감하지 못할 이별과 상실의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는 저자의 심정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내가 첫발을 떼었을 때 내 잡은 손을 놓아준 사람, 처음으로 두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뒤 의자에서 손을 떼어준 사람, 고등학교 때 매드 도그 20/20을 마시고 취했을 때 외출금지령을 내렸던 사람, 남자애 때문에 흐느껴 울 때 나와 함께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주었던 사람, 내가 당신이 받은 것 중 가장 귀한 선물이며 태어나줘서 정말 기쁘다고 말해준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자기는 이제 끝났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종료. 끝.(본문 중 - 1일 째, 34p)

  엄마는 두 번 다시 나를 위해 요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해야한다. 세상에,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여기에 없구나 하는 현실이 와 닿자 불현듯 고아가 되어 길을 잃은 기분에 빠졌다.(본문 중 - 7일 째, 164p)

 

 

 

14일은 누군가의 죽음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갑작스런 죽음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죽음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죽음이 오기 전에 이런 저런 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참 잔인하다. 직접 겪어낸 저자는 죽음 이후에 닥쳐올 슬픔에 빠져 그런 준비를 해야 하는 처지보다는 낫다고 했지만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현실적으로는 죽음 이후에 온몸으로 그 이별만을 받아들이기도 벅차 준비가 미리 되어있다면 수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고통을 줄여줄 모르핀을 준비하고, 어머니의 관을 고르고, 장례일정을 예정해본다, 감정적으로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저자는 이 과정을 모두 해내고, 마지막 죽음 직전의 증상들을 체크해보며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한다.

 

아직까지는 살아온 날이 길지 않았기에, 어쩌면 운이 좋았기에 겪지 않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은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미리 마음에 상처 한줄을 내어 놓는 미련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일이고 누군가는 이미 그 힘든 과정을 겪고 이겨내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일은 마음에 위안을 준다.

 

곧 이별하게 될 그 사람이 준비기간 동안 쓸쓸하지 않게 옆에서 온 가족이 지켜봐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고역일수도 있지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내게만 소중한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막연하게만 알고있던 '임종을 지킨다'는 표현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조금 더 실감하게 되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자문해보곤 한다. 결말이 뻔하고 슬플테고, 아플 이야기를 왜 읽어야할까. 특히나 이 책처럼 소설도 아니고 실제인물의 이야기는 그 누군가가 내게 특별한 이도 아니고, 글의 문장이 화려한 것도 유명작가의 글처럼 능숙하고 아름답게 쓰여진 것도 아닌데, 구태여 다른 이의 죽음을 보며 내 마음 울렁거릴 이유가 있을까. 특별한 재미나 교훈이나 매력을 느끼고자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관해 쓰여진 책(특히나 죽음같이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은 늘 읽고난 후 가슴에 무언갈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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