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비 야마다 지음, 매 베솜 그림, 피플번역 옮김 / 주니어예벗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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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생각'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환상동화. 만화 캐릭터같이 생긴 어린 주인공이 왕관을 쓴 달걀같이 생긴 '생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건 큼직한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 초반에 '생각'을 위주로 조금씩 채색이 되어있고 배경이나 주인공 까지도 흑백으로 그려져 있던 것이 점차 범위가 넓어져 마지막에는 페이지의 모든 부분이 채색되어진다. 처음 만난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겁이나 혼자만 간직하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그 생각이 점차 나만의 생각이 아니게 될 정도로 퍼져 결국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이 책의 내용과도 맞아떨어져 글과 그림의 조화나 효과를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동화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생각자체를 하나의 캐릭터로 시각화 한 점도 있고, 생각과 주인공의 주변 배경이 평범한 길이나 실제 장소 등이 아니라 풀, 나무, 시계, 동물등이 주로 등장하는 특정 배경을 형성하고 있어서 더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 장 한 장 엽서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은 마법과 같은 힘을 갖고 있었어요.
'생각'은 내 곁에 있을 때면 나는 기분이 더 좋아지고 더 큰 행복을 느꼈거든요. (본문 중)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그 사람들이 무엇을 알겠어? 이건 '내 생각'인데.
'내 생각'에 대해 나만큼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남들과 다르고 이상해도, 조금은 말이 안 될지 몰라도 뭐 어때? 괜찮아. (본문 중)


나는 '생각'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았어요.
'생각'은 나를 활기차게 만들어주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줬어요. '생각'은 나에게 크게, 좀 더 크게 생각해 보라며 용기를 주었어요. (본문 중)

 

 

 

단순하지만 정말 명백한 사실. 사람은 자기 생각이 있을때 더 활기 넘치고, 남이 뭐라하던 내 생각을 나만큼 잘 알고 좋아해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책의 주인공처럼 남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받아주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일것이다. 나 자신의 생각 역시 곧 나일텐데 우리는 항상 망설이고 우물쭈물거리다 입을 다물어버리곤 한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표현하는데 소극적이라는 것이고, 책에서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생각이 밖으로 나와 세상을 바꿀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안타깝기만 한데, 이 책은 그런 소심한 사람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의 통통튀는 생각을 밖으로 꺼냈을 때 세상을 변화시킬 무언가로 점점 더 커질수 있다는 기본독자(어린이)를 위한 교훈도 물론 있겠지만, 크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작게는 나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찾아낼 수 있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않는 나보다 책을 읽으므로써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내 해석과 의견을 갖게되는 그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생각만 하는 것보다 이처럼 서평으로 남기거나 남들과 이야기하면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지거나 확대되고 때론 변화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은 모여서 또 내가 되기때문에 결국 그렇게 내가 변화하면 나의 세상도 변화되는 것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책을 받고나서 굉장히 여러번, 틈나는대로 자주 읽으며 이 서평을 썼다. 짧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의 동화책은 역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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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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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홀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던 명정에게 해외로 나가 살고 있던 아들의 사망소식이 전해진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아들의 이름으로 택배가 도착했다. 처음엔 아들의 사망소식에 대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지만 그 기대는 금새 사그라진다. 그 택배에 들어있던 것은 인공지능 로봇, 그것도 괴짜 사장의 자기만족을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유형의 샘플 중 하나로 십대 중반의 아시아형 외모를 지닌 로봇이었다. 명정이 준 은결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로봇은 명정의 세탁소에서 그의  말벗이나 소소한 보조를 하며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다.

 

저자는 '마르고 닳도록 반복되어온 로봇의 감정발생서사'라는 말을 하며 조심스러워했지만 나로서는 처음 만나본 이야기였다. 물론 영화(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 T나 I등)나 만화(20세기소년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P)등 다양한 장르에서 접해본 적이 있지만 소설로서는 처음이었다. 로봇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그 로봇은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로봇자체가 강조되기 보다는 로봇과 비교되는 인간만의 특이점이 더 두드러지며 결국 이 책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탁소라는 배경도 작품 내에서 인간 삶에 대한 비유로 여러번 이용되는 장치중 하나이다. 사람이나 삶에 대한 묘사 중 세탁소라는 배경과 결부되어 자연스럽게 비유한 문장들이 눈에 띈다. 은결이 배웠다는 세제 한스푼이 가르쳐준것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처음 그것을 세탁소 내의 스포팅 머신이나 건조기 정도로 여기던 명정은, 이름을 준 뒤로는 모셔놓은 손님 대하듯 하다가 보름쯤 지나 심신이 안정되고 상황에 익숙해지자 이윽고 사소한 일들을 맡기며 편안히 다루기 시작한다. 은결의 존재를 신기해하던 동네 주민들은 방송이 나갔을때 한두 주쯤 반짝 관심을 보이고어느덧 익숙해진다.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일반인이 잔일에 부려먹기에는 다소 기능이 과하다 싶은 고가의 로봇보다 중요하거나 피곤한 일들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빨래처럼 일상 곳곳에 널려있다. 세상은  한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본문 중 29p) 

 

인간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로봇덕에, 그동안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가치관들과, 온몸의 근육에 배어 있어 의문을 가져본 적 없는 습관들 하나하나가 새삼스레 당혹스러워지며, 무엇보다 인간으로 한평생을 살아왔지만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실상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본문 중 53-4p) 


 

 

이 책의 이야기는 사실 큰 기복이 없다. 명정과 은결 가까이에 있는 주변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몇몇 사건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그들의 이웃으로서 혹은 방관자로서 바라보는 은결의 시선과 머리속은 고요하기만 하다. 아니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거나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벌어질때 은결의 머릿속은 복잡한 연산을 거치고 상황 분석등을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으나 겉으로는 잠시간 행동을 멈추는 것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이 정적이다. 프로그래밍되어 있으나 자체 학습이 가능한 로봇의 머리속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하고 싶다- 등의 의지를 가지게 되는 과정은 꽤 고루하지만 차근차근 끈기있게 이어진다.

 

주인공이 느끼는 격렬한 감정이나 주인공이 휘말리는 크나큰 사건은 없더라도 주변인물들이 그를 대신해 더욱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서 매력적이다. 초등학생때부터 세탁소를 드나들던 시호와 준교는 주변 인물중에서도 은결과 가장 깊게 연결되어 있는데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휘둘리고, 미숙하고,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특정상황에서 인간이기에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은결은 명정의 표현대로라면 시호에게 '연심'을 품음으로서 점차적으로 충동과 변덕, 즉 인간다운 감정이나 제멋대로인 점을 점차 갖게 된다.

 

 

인간은 관계를 위해 적절한 빈말과 거짓말을 잘 이용하는 존재이다. 로봇인 은결은 인간의 그런 행동들을 보고 배우며 딱딱한 사실만으로 이루어진 답변외에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런 부분에서 은결이 말하는 예쁩니다-라는 대답이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가 연심일지도 모를 마음을 처음으로 갖게 된 시발점이 된 상황에서 한번, 인간에 더욱 가까워진 로봇으로서 어린 여자아이에게 한번. 그 두번의 말 모두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다정함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은결이 더이상 그저 로봇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은결이 저 자신이 로봇이라는 것을 스스로 지각하고 있다는 점도 자칫 감정발생의 과정에서 흔들릴수 있는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병모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데 이런 스타일의 책이라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계속 읽고 싶어진다. 이야기의 진행과 마찬가지로 평온하게 끝마친 소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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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 혼자지만 따뜻하고 맛있게
김선주 지음 / 조선앤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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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말이다. 혼자 밥먹기, 혼자 술먹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여행가기 등등 이제는 무엇이든 혼자 해내는 혼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밥족은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종류라 인터넷에서 장난반 진담반으로  레벨을 나눠두기도 했다.(하지만 레벨업해봤자 뭐가 좋은건지는....) 개인적으로 혼밥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혼자는 왠지 외롭고 허전해서 싫다, 밖에서 먹는 혼밥은 특히! 라고 생각하는 부끄럼쟁이형, 두번째 혼자 먹든 둘이 먹든 먹는 것에 집중할뿐 그다지 상관없다 하는 마이웨이형, 마지막은 혼자먹는게 어때서? 혼자먹는거면 더 잘 챙겨먹어야지 하는 엔조이형. 엔조이형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파워블로거나 홈메이드 요리 실력을 일취월장시키는 준요리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 혼밥을 표제로 내세운 이 책은 엔조이형 혼밥족을 노린 책이라 할수 있겠다. 만들기 쉽고 일인분만 만들어도 폼나고 맛좋고 아마 영양도 좋은(욕심이려나..) 요리법들이 가득 실려있겠지? 하고 나도 이 책을 펼쳐봤다.

 

 

 

혼자 먹는다고 대충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장을 잔뜩봐서 화려하게 차릴것도 없다. 그냥 약간의 정성만 있으면 맛있고 건강하고, 또 기분까지 좋아지는 예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 저자 서문 "따뜻한 혼밥"중


 

저자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한페이지에 그치는 단순한 서문을 지나면 조리도구와 여러 소스들을 소개하고 곧바로 음식사진과 요리법이 시작된다. 책의 구성은 면, 밥, 샌드위치/토스트, 샐러드 ,고기요리, 국물요리, 안주/간식, 반찬/저장식, 음료/디저트 이렇게 총 9종류의 챕터로 나뉜다. 각 챕터에서 소개하는 요리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쉬운 요리법처럼 조리 과정 설명이 3에서 6안에 대부분 끝이 난다. 아주 본격적이지는 않더라도 재료만 있다면 그럴싸한 한끼 식사가 차려진다. 면이나 밥은 종류에 따라 취향을 탈 수있는 반면 가볍게 식사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의 메뉴는 환영받을 것 같다. 다양한 소스가 쓰이는데 시중에 판매하는 것과 이름은 같아도 홈메이드로 쓱쓱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조합법이 함께 쓰여있어서 더 반갑다. 개인적으로 시중에 파는 샐러드 소스는 양도 너무 많고 한번 샀다가 입에 맞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질 않기 때문에 주로 발사믹 소스 하나로 버티는데 이 책에 나오는 소스들은 시도해볼만 한것 같다. 여러 파트 중에 혼자사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파트는 뭐니뭐니해도 반찬/저장식이 아니었나 싶다. 금새 만들어 금방 먹어버리는 요리들도 반갑기야 하지만 한번 만들어 여러번 사용할 수있는 반찬들의 활용도에는 약간 못미치지 않을까. 약고추장이라던가 페스토 등의 일종의 소스를 자급자족할 수도 있고 장조림이나 냉동용 계란찜등도 눈길을 끈다.

 

 

 

 

 

 

요리 책이다보니 요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외에는 그다지 내용은 없지만 110가지 레시피들이 알차게 들어있다.요리들의 난이도는 중하정도, 생초보들이 보기엔 낯선 재료와 새로운 조합이 많을수 있고, 어느정도 요리경험이 있다면 무난하게 따라 할수 있을 것 같다. 요리 고수들이 보기에는 조금 심심할지도.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했던 요리들이 실려있어 기뻐하기도 하고, 보다보니 만들어먹고 싶다 하는 요리들을 체크해두자 제법 표시한 자리가 많다. 짧막한 글 속에서 저자가 간단한 요리를 하며 스스로 힐링 하고 있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사진에서처럼 정갈하고 맛있어보이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과연 뿌듯할만도 하다고 공감했다. 음식에 관한 직업을 가진 이가 쓴 책이다보니 실려있는 사진속의 요리는 물론 재료까지 예쁘다. 그 과정까지야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책의 사진들은 요리를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제법 있는 것 같다. 반면  낯선 요리이름이나 재료이름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간략한 해설 한줄씩만 있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반길 수 있는 책이되지 않을까 싶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저자는 작업 후의 남은 재료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흔하고 여러모로 쓰이는 재료부터 은근 다양한 종류의 재료들이 등장하기도 해서 부러웠다. 자신이 먹어본 음식이나 소스를 집에서 재현해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될 법한 예쁜 비주얼의 디저트나 음료도 간간히 눈에 띄어서 카폐를 준비중인 지인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혼자살고 있지는 않지만 가족들의 생활스케줄이 맞지 않아 주말 저녁이 아니면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 반찬은 시간이 되는 사람이 적당히 만들어두는 편이지만 혼자 먹으려니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먹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요새는 점심에 도시락을 싸가기도 하는데 샌드위치나 몇몇 표시해둔 요리들을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안주파트에 있는 요리들을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차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사진 속 정갈하고 반짝반짝 빛이나는 비주얼이 나올지는 과연 모르겠으나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준비해봐야겠다. 싼값에 쉽게 위로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밥이라 했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먹방, 혼밥 등등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그만큼 스스로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찌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힐링을 받는다면야 누가 말리겠는가. 고로 밥먹기 좋아하는 자, 저자가 남긴 말처럼 혼자먹는다고 대충 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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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 다이어트 : 단맛 편 - 편하게 빼보자
이토 리사 지음, 김수연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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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빼고 싶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자니 귀찮은, 귀차니스트 다이어터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만화. 본격운동 말고 살뺄 수 있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면 보기좋은 만화.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당당하게 "게으름뱅이입니다"하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실용적이고 효과가 있을 법한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평생에 걸친 자신의 다이어트 후기를 가볍게 하지만 솔직하고 진실되게 털어놓는다. 담백한 다이어트 성공담이나 실패담이 아니라 거의 일상생활에서 살, 다이어트 등에 관련된 일화를 만화로 풀어놓았는데 미묘하게 웃음나고, 공감가고, 가끔은 짠하기도 한 솔직한 만화에세이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어트에 굳이 집착하고 열망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그렇다고 누구나 인정하고 스스로 만족할만큼 완벽한 몸매를 가졌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생각하지 않는가? 아 살좀 빠졌으면 좋겠다, 좀만 더 날씬했으면 좋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 미용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번번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이 책의 작가도 마찬가지다. 거금을 들여 피부과에서 하는 마사지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마음껏 먹고(이정도로 마음껏 먹으면 결국 찐다는 걸 알면서도), 예쁘게 보여야 할 특별한 날(책에서는 시상식)을 앞두고 급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열심히 다니지 않을 걸 알면서도 1년짜리 문화센터 수강권을 끊는다. 어디선가 들어본것 같지 않은가? 디테일은 다르더라도 나도 이래본적 있던것 같아... 하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 외에도 백화점에서 옷사이즈에 따라 구간 이름이 다르다던가, 성형외과 선생님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가 살을 빼는것과 아름다워지는 것은 다른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이나, 유행처럼 한동안 퍼졌던 다양한 다이어트법에 대한 수다라던가 다이어트라는 일관된 주제로 소소한 이야기가 많다. 가장 짠했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이혼하고 난 후 살이 빠졌다는 씁쓸한 고백. 가볍게 읽기에 좋지만 아주아주 솔직한 이야기들뿐이라 읽고나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참 많았다. 만화로 읽는데도 수필을 읽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과 같이 출간된 매운맛편도 읽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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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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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도 일러스트레이터 규하의 특유그림체가 지킬앤하이드의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굉장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런던특유의 우중충한 날씨와 음울한 분위기, 흉흉한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하이드는 한짝이라도 되는듯 자연스러웠고 고상하고 선한 지킬박사의 이미지와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일러스트와 짧은 문장 몇개로 보여준 에필로그같은 페이지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어릴때 읽었던, 이제는 희미한 기억속의 지킬앤하이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수라백작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를 마시고 인격이 바뀐다는 설정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두개의 인성이나 인격이라기보단 한 사람이 두사람을 연기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이라는 대비되는 성향이 극적으로 발현되어 지킬과 하이드라는 분리된 인격이 탄생한다. 하이드의 탄생이 어떤 실험과 약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과 성격 뿐아니라 외모까지도 완벽히 변화한다는 점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목격자가 있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하이드였다. 하이드가 잠적하고 지킬박사는 여러가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자신의 집에 은거하게 된다. 그를 걱정한 집사와 친구에 의해 잠겨버린 박사의 문이 뜯겨지고 방안에는 하이드의 시체와 모든 전말이 쓰여있는, 박사의 친구에게 남긴 편지가 발견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이로 인식되는 지킬과 하이드란 두 인물이 있다. 하이드는 작은키와 기괴한 인상의 소유자로 안좋은 소문에 휩싸이며 평판이 나빴는데 어느날 살인사건을 일으키고 잠적해버린다. 지킬박사는 큰키에 차분한 인상으로 자선과 사교를 누릴줄 알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지고 싶을 정도로 평판이 좋은 사람이다. 이 두사람이 서로의 집에 드나들 정도의 친분을 갖고있으며 하이드가 지킬박사의 유산을 받게될 상속자라는 것을 알게된 변호사 어터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터슨은 래니언와 함께 지킬박사와 친밀한 친우관계인데 하이드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그 후에 지킬박사의 변화와 사건의 진행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헨리 지킬의 외향에 선한 면이 드러났다면 에드워드 하이드의 외향에서는 사악함이 보였지. 게다가 내가 여전히 악한 본성을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생각한 탓인지, 하이드의 몸에는 쇠퇴와 기형적인 면까지 있었다네. 그럼에도 거울 속에 비친 하이드의 추악을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기보다 오히려 반가웠어. 아무리 사악한 모습이라도 이 역시 나 자신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일세.-본문 중 153p


 

줄거리보다는 지킬과 하이드의 대조적인 설정과 지킬박사가 남긴 편지에서 스스로 써내려간 속마음과 마치 관찰보고서 같았던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억눌러놓았던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보게된다면 나 역시 지킬처럼 그 모습을 반가워할 수 있을까.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상반된 존재임은 맞지만 순수함으로 따지면 달랐다. 하이드가 오로지 악으로 이루어졌다면, 지킬은 선과 악을 한몸에 지닌 보통 사람이었고 악의 본성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하이드가 가진 본성이 어느것이든 오로지 하나의 성향만을 백퍼센트 드러내고 있는 그 모습에는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일종의 동경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질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백프로 드러내고 살지 못한다. 특히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거나 터부시되는 것이라면 속으로 꽁꽁 감춰두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 반대적인 성향 역시 누구에나 있는 것이라 이랬다저랬다하는 자신에게 헷갈리거나 무언가 결정할때 고민하는 일도 빈번하다. 크게는 선과 악으로 분리되는 그 양면성을 분리하면 완전해지고 편안해질거라는 지킬박사의 가설과는 다르게 지킬과 하이드는 파멸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그 분리가 불완전한 탓도 있겠지만 온전히 하나였던 인물을 둘로 나누면서부터 그 파국은 예정되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안의 것은 어느 정도 겉으로 드러나거나 속으로 숨겨질 수 있지만 소설 속 이야기처럼 온전히 분리되거나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드는 결국 지킬이었지만 지킬은 하이드라는 분리된 상태에서만 그를 인정했다. 자신에게 종속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하이드로 변했을때 자신에게서 그 악한 본성들이 완전히 떨어져나갔으리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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