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조디악 인 스크래치 북 - 나와 당신의 운명, 별자리 12
이윤미 그림 / 스타일조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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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은 후 생각보다 큰 사이즈와 반짝반짝 예쁜 표지에 마음이 홀렸다. 그림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자 소개글을 보니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책표지들을 그린 사람과 같은 사람이었다. 12개의 별자리를 테마로 그려진 그림의 완성본은 뒤표지에 그려져 있고, 뒤표지 안쪽으로 접혀진 부분엔 스크래치 북과 펜의 사용법도 소개되어 있다.(주의사항 등도 알려주고 있어서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좋다) 책 내부에는 각각 한 페이지 가득 별자리별 그림 도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뒷면은 해당 별자리에 대한 성격과 애정, 우정에 대한 점괘(?) 같은 것이 간단하게 쓰여있어서 나름의 읽을거리도 주었다. 나는 첫 스크래치를 내 별자리인 사수자리를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설명 역시 사수자리부터 읽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자유를 중시하며 지적이고 철학적이다"(본문 중) 첫 줄은 맞는 것 같은데? 하며 재미로 소소하게 별자리 내용을 읽고 곧바로 펜을 들었다.



하다 보니 시간 가는 걸 모르게 붙잡고 있는데 처음이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리고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나도 모르는 새 시계나 손톱 등에 의해서 엉뚱한 부분에 선이 그려지기도 하고, 회색 도안 선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은 그렇다 치고 두꺼운 부분의 테두리가 내 기대만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특히 회색 도안선이 두껍고 그대로 남겨두어야 할 까만 부분이 얇은 선일 경우 까만 부분이 그림판의 픽셀모양처럼 울퉁불퉁 계단모양처럼 남겨지거나 아예 홀랑 다 긁어버려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까만 선이 얇은 부분을 긁을 때 책에서 소개한 사용법대로 펜의 뒤쪽을 먼저 뾰족하게 깎아서 사용해봤는데, 펜촉을 세워서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펜촉을 쓰는 게 편했다. 참고로 펜 사용법에는 '나무 펜'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나는 책과 함께 제공되는 펜의 뒤쪽으로 이해했는데 실제로 뾰족하게 깎아보니 연필 같은 나무 재질이 아니라 고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나무 펜은 별도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이나 기타 막대기 등을 이용해 만들어 쓰라는 의미일지도.) 

  

 

 

 

해보고 나니 알게 되는 나름의 팁은 회색의 도안선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 사실 그림 안에서 인물의 얼굴 부분을 보면 눈이나 눈썹, 미간의 선까지도 회색과 검은색으로 구분되어 세세하게 그려져 있는데 깨끗하게 전부 긁어야 완성본과 같은 이목구비가 나온다.(처음에 엄청 고민했다. 까만 부분까지 다 긁어버리면 구분선 없는 흐리멍덩한 눈만 남을까 봐 혹은 눈썹이 아예 사라져버릴까 봐) 얼굴 외에도 하다 보면 조금 굵은 선을 따라 긁었을 때 그 안에 단색이 아니라 무늬나 선이 함께 그려진 밑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까만 테두리가 남는 부분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실수를 하더라도 그럭저럭 예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눈을 바짝 붙이고 선을 따라 그릴 때는 내가 이렇게 디테일이 엉망진창인 사람이었나, 새삼 느끼게 되지만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능숙해지는 것도 있고 특히 머리카락 같은 곳을 할 때는 슥슥 마음 가는 대로 긁어내리는 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디테일이 어찌 됐든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엉망으로 한 부분의 그 거친 느낌마저도 예쁘게 보인다. 완성하고 나면 뿌듯하지만 중간중간 내가 해 놓은 부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보상을 받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선이 복잡해서 어느정도 난이도가 있고 집중력과 끈기를 요하는 데다 하다 보면 손바닥에 검댕이와 벗겨진 스크래치 조각들이 잔뜩 붙어버리지만, 쉬는 날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반나절은 홀랑 보내버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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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초만에 이해하기 - 집사도 미처 몰랐던 고양이 마음 수첩
린즈쉬엔 지음, 이나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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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하고픈 전 세계 집사들(혹은 집사 희망생들)의 312가지 질문을 모아놓은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한 생물학적 특성(no.312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평균 나이는?)은 물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면 맞닥뜨리게 되는 고양이들의 다양한 습성과 알쏭달쏭한 속마음에 관한 질문(no.235 고양이도 누군가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나요?), 고양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고양이 기네스 세계 기록)까지 고양이를 보며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별의별 질문들이 다 이 책에 있다. 그 많은 질문들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간략하고 친절한 답변이 달려있고, 책 곳곳에 그려진 사랑스러운 고양이 일러스트는 자꾸만 그 책을 펼쳐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덤이다.


 

​사람의 뼈는 206개, 그중 척추의 뼈는 25개인 반면 고양이의 뼈는 230개, 그중 척추뼈는 30개라서 인간에 비해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고양이의 골격부터 귀의 근육 개수, 나이 등등을 인간과 비교해서 알기 쉽게 알려준다. 고양이의 몸짓언어나 고양이에게 독이 되는 음식 등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면 도움이 될 실질적인 정보들은 물론, 동물학자들의 전문적인 정보 즉 사냥 습성 등 과거부터 고양이가 가지고 있던 생물학적, 천성적 특징들에 대한 정보도 있다. 질문의 개수만큼 다양한 종류와 범위의 정보를 다루면서도 고양이를 키워보지 못한 나 같은 집사희망생이 읽기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첫인상은 그냥 고양이가 잔뜩 그려져 예쁜 책이다-였는데 그 그림들도 주변에 쓰인 질문들에 어울리는 그림들이 많아 그 자체도 하나의 정보가 된다. 특히 몸짓언어를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그림은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간중간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레오나르도 다빈치, 소설가 헤밍웨이, 심리학자 프로이트등)이 남긴 고양이에 대한 언급이 일러스트와 함께 자리 잡고 있는데,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일반 책에 비해 자유로운데(질문마다 다양한 배경에 노트 조각, 엽서 모양 등을 삽입하고, 널널한 공백에 사진과 그림들이 삐뚤빼뚤 자리 잡고 있다.) 그 느슨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책의 정보들 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통달해놔도 좋을 것 같은 책. 

 

 

 

혜성은 고양이와 같다. 모두 꼬리가 있으며 제멋대로 행동한다.

 - 캐나다 천문학자 데이비드 레비(본문 중123p)

 

고양이는 편안함을 즐기는 대가다.

 - 영국 수의사이자 작가 제임스 헤리엇(본문 중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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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술 - 그라피티에서 거리미술까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42
스테파니 르무안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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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차다는 표현이 딱 맞는 책이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는 알지 못했지만 총서라길래 나름대로 백과사전 같은 두꺼운 책을 상상했는데 도착한 책은 손바닥 사이즈의 아담하고 얇은 책이었다. 가벼워서 이동할 때 자주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다양한 작품들이 사진으로 많이 실려있고, 도시 미술의 기원부터 맨 마지막 도시 미술가들의 생생한 인터뷰까지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생각보다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한 번은 아무래도 시각자료에 자꾸 눈이 가서 설렁설렁 읽었는데, 내용을 얼핏 보니 왠지 제대로 흐름을 짚어보고 싶어 나중에는 다시 처음부터 내용을 정리해가며 정독해서 읽었다. 중간중간 낯선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본문 내에서 가볍게 해설되며, 책의 맨 뒷장의 용어설명에서 보충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도시 미술이라고 했을 때 딱히 감이 오지 않는다면 그라피티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물론 그라피티가 거리미술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큰 축들 중 하나라는 것은 명백하고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성향 또한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도시 미술이라는 개념 자체는 친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현대 도시에서 우리는 아주 많은 도시 미술을 마주하고 있다.(광고, 포스터, 벽화, 그라피티, 조형 전시물, 건축 설치물, 플래시몹을 포함한 퍼포먼스-해프닝- 등등)  19세기 말, 추정하기로 1960년대즈음 꽃 피우기 시작한 이 장르는 50여년 동안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을 거쳐 다이나믹한 역사를 겪어왔다. 민중의 낙서에서 출발해 반체제, 회화 탈피를 부르짖던 반항적 성향이 더해지고, 단순한 정치적 선전물을 넘어, 예술이 아닌 반달리즘으로 몰아가는 언론과 정부의 탄압을 이겨내고,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대중문화로서 인정받기까지, 도시 미술의 기원과 흐름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흔적을 고대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 낙서는 반달리즘과, 그리고 민중의 가장 속되고 외설스러운 표현과 연결된다. 낙서의 첫 번째 기능은 낙서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 테지만 그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긴장이나 갈등의 상황 속에서 표현하게 해 주는 기능도 갖는다.

(본문 중 22p, 도시 미술의 기원- 민중들의 낙서 본능)

내가 생각하기에 도시 미술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 전문 예술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익명의 '민중'의 손에서 그려진 '낙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 낙서가 예술로 관심받고 작품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예술과 삶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상황주의자들의 강박이 반영되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예술분야에서는 이전의 존재한 어떤 성향이나 장르에 대한 저항과 반발로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는 것이 흔한데에 비해 일반 민중이 누리고 자유로이 행했던 하나의 행위에서 시작되었고, 그에 전문예술가들이 합세해 반항적인 성향이 더해지고 더욱 큰 세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독특하다. 후대에 예술가들이 여러 가지 목적(상업성 탈피, 반체제적 메시지 전달, 정치적 선전 등등)을 위해 거리로 나왔던 것처럼, 초기 낙서의 기능 역시 자신의 존재 표명과 의견의 표현이었다는 점을 보면, 예술가가 아닌 민중들도 할말이 많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을 다 읽고 난 후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에도 관심이 갔다. 아주 깊고 전문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단단한 기초 상식을 쌓기에 아주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책의 사이즈와 분량 때문에 아주 넓은 범위의 주제를 다루기엔 적합하지 않겠지만, 한 인물, 하나의 장르, 하나의 사건 등을 주제로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버리기에 너무 좋은 것 같다. 책 뒷면 책날개에 쓰인 142권의 제목들을 보니 다양한 주제 중 관심 가는 것들이 제법 많다. 세로로 쓰인 소개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는 우리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 발간될 것입니다." (책날개,  디스커버리총서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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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기적의 영어회화 다이어리
영어콘텐츠연구소 지음 / 넥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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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할 때 '하루에 한 문장씩'이란 계획은 누구나 한 번쯤 세워봤을 것 같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시행하기엔 막연하기만 하다. 그 한 문장은 매일 어디에서 따올 것이며 어떻게 공부 기록을 남기고, 누가 매번 그 '하루'를 체크해주겠는가. 이 책은 그 막연하기만 한 계획에 현실성을 부여해준다. 하루하루 암기할 문장을 던져주고, 공부하기 싫은 주말엔 지난 한 주 동안 공부한 것을 복습 및 확인시켜주는 간단한 테스트도 준비되어있다. 최근 영어에 열을 올리시는 어머니와 함께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mp3 파일은 페이지마다 오른쪽 상단에 제시되어있는 QR코드를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흔해진 만큼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QR코드지만 나도 엄마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던 터라 조금은 낯설게 mp3 파일을 찾아 들어보았다. 하루 3번 읽어보라는 가이드의 말처럼 제시된 문장이 3번씩 반복되는 파일이 각각 하나, 일주일치(5문장으로 이루어진 대화) 문장이 연결된 채 읽어주는 파일이 하나씩 있다. 어떤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읽어도 각 날짜를 찾아서 들을 수 있다. 폰마다 다른 건지 어머니 폰과 내 폰에서 보여주는 화면이 약간 달랐는데 파일 하나씩은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전체 파일(한 달 치, 혹은 일 년 치)을 다운받는 버튼을 찾지 못해서 아쉬웠다. 

아직 새해가 되지 않았지만 후에 혹시라도 밀릴 것을 감안해서 며칠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손바닥만 한 캘린더북은 거실 TV 옆에 세워두고 아침저녁으로 함께 공부하기로 정했다. 정신없는 아침은 각자 자율적으로 저녁엔 식사시간 이후로 될 수 있으면 함께. 쭉 내용을 미리 훑어보니 어려운 단어도 별로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이용하기 좋은 간단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편이라 그리 부담감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들었다. 당장에 사용하기에 좋은 문장들을 찾아내기도 하고(예를 들어 can you help me set the table? - 이 책을 붙잡고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 마침 저녁식사 전이었다), 일주일 공부하고 나선 한 문장씩 암기해서 정말 대화처럼 주고받아보자 다짐도 했다. 시작 이틀째인 오늘까진 순항 중. 누군가와 함께 읽고 공부하니 조금은 덜 외롭고, 의욕도 샘솟는다. 어머니와 함께 하니 내가 더 자주 읽어주고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어서 암기가 잘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서평을 쓰기 위해 꼼꼼히 책을 훑어보자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게끔 구성된 널찍한 공백이 마음에 들었고, 문장 밑에 마치 달력 일러스트라도 되는 것 마냥 그려진 그림들이 귀여웠다. 그림은 위에 제시된 대화에 매치되는 것들이어서 문장이 잘 암기되지 않을 때 커닝 페이퍼처럼 슬쩍 바라보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학습을 위한 책이다 보니 독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중시되겠지만, 내용이 참 알차고 비주얼도 훌륭한 책인 것 같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영어책보다 노란색이 발랄하게 느껴지는 이 책의 인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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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맑음 -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하미 지음 / 반정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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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부제와 저자의 프롤로그(들어가며)에 쓰인 그대로 일본에 고양이가 많기로 유명한 아이노시마 섬에 가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한 책이다. 자유로이 바닷바람을 쐬고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바라는 듯 빤히 눈맞춤을 하는 길냥이들부터 목걸이를 메고 집사(주인)의 자전거 옆을 지키거나 나른하게 햇볕을 쬐는 집냥이들까지 한 섬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책. 


바닷가나 항구, 방파제로 둘러싸인 길의 맞은편, 그리고 섬에 흔히 있을법한 야트막한 돌담, 혹은 마을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가, 풀이 무성한 산길로의 초입 등 작은 섬의 다양한 배경 안엔 그만큼 다양한 고양이들이 있다. 섬안 곳곳에서 마주한 고양이들을 담아내며 작가는 사진 안에 혹은 사진 옆에 짧은 글도 보탰다. 여행자가 고양이를 마주하며 던질법한 혼잣말이나, 고양이에 빙의하여 그 고양이의 속마음을 상상하여 적은 것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냥, -옹 하는 끝말을 붙여 쓴 내레이션 같은 글귀들은 오글거려서 대충대충 넘어갔는데, 그보다는 고양이에 대한 짤막한 해설이나 저자의 생각을 담은 글들이 더 좋았다. 담담하게 길고양이들의 상처에 대해 언급하고 고양이가 가득한 섬을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풀어내는 글들이 더 담백하게 와닿았다.


병들고 약한 고양이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먹이를 구하기도 어렵고, 숨어있을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녀석들은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료가 항상 채워져 있는 항구 근처를 떠나지 못한다.     - 본문 중 88p

오후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그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곧 섬을 떠나야 할 여행자는 자꾸 욕심이 난다.
한 녀석이라도 더 눈을 맞추고 싶은...                -본문 중 173p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사진의 구도상 메인 피사체인 고양이가 한가운데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흔한데, 두 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는 경우 고양이의 얼굴이나 몸이 접혀서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진의 사이즈가 줄어들더라도 한 페이지로 깔끔하게 편집해서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리고 장점이랄지 단점이랄지 애매하지만 전문작가의 사진집이라기보단 그저 고양이가 좋아 죽겠는 한 집사의 블로그 같은 느낌이 강하달까. 사진 프레임 안에 직접 개입해있는 글 때문일 수도 있고, 고양이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놓고 B-Cut이라는 목차를 마련해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마지막에 보여준 탓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친숙하고 아주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준다. 읽다 보면 고양이가 가득한 섬으로 나도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고양이에 빠지고 싶은 날 가볍게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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