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캐나다로 정했어요 - 서른 살에 떠난 캐나다 이민 생활기
박태욱 지음 / 영진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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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차별과 편견이 가장 적은 나라, 메이플 시럽을 가장 많이 수출해내는 나라, 겨울이 6개월 정도 이어지는 나라 정도로만 알던 캐나다.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캐나다와 캐나다 이민에 대한 정보를 꽤나 많이 알게 되었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정보량에 비해 읽기도 쉽다. 무엇보다도 이민을 결정하고 실행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 가족 중에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민 가는 건 아니지만, 보내는 입장에서도 괜히 궁금하고 걱정되고 하는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알게 되자마자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은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서른 살에 이민을 결심해서 직접 실행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려온 저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이민이란 특수한 상황을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는 걸 알고 인스타에 웹툰 형식으로 캐나다 이민에 대해 연재를 해왔다고 한다. 부부가 되기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결혼 후 이민에 대한 고민과 이민 후 생활 이야기까지, 세세하진 않지만 실제적인 상황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쭉 살펴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가 많기에 이민 자체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떤 이유로 이민을 결정하게 되는 걸까 참 궁금했다. 첫 번째 챕터에 소제목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왜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었을까?', '변화할까, 현실에 안주할까.' 그 내용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이민 가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두 가지 고민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부부가 함께 간 이민은 그래도 혼자보다 의지할 사람이 있으니 더 낫지 않을까 했는데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친구나 지인 중에 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학생비자나 워킹비자를 갖고 외국 생활을 시작해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해외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출국 이전에 영주권을 획득하고 아주 이민을 간 저자의 경우가 굉장히 운이 좋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저자가 받은 혜택들이 영주권을 갖기 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당이 되는 지도 궁금했다. 책 마지막에 '캐나다 이민, 야매 고민 상담소' 파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민 관련 질문에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더 궁금한 것이 있을 경우 인스타를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작가의 인스타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최근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2세 새론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곧 캐나다에 가게 될 우리 가족도 이 책의 작가 부부처럼 알콩달콩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평을 쓰기 전에 이런저런 후기를 들려주며 이 책을 건넸다. 부디 많은 공감과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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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꽃과 잎이 그려 낸 사계절 이야기 꽃잎과 나뭇잎으로 그려진 꽃누르미
헬렌 아폰시리 지음,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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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표지에 '꽃누르미 그림책'이라 쓰여있다. 흔히 압화라고 많이 알고 있는 것, 식물의 꽃잎이나 나뭇잎을 납작하게 눌러 말리는 것의 순우리말이 바로 '꽃누르미'라고 한다. 이 책에 모든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삽화는 모두 이 꽃누르미로 만들어진 그림들이다. 책 맨 뒤의 작가의 말을 보면 한 방울의 물감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하게 단풍잎 하나, 꽃송이 하나를 눌러 말리는 것이 아니라 꽃잎과 줄기,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을 이용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연필로 스케치 한 후에 식물들을 섬세하게 배열해 완성시켰다는 그림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눌러 말린 것들이 재료이다 보니 색감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단풍이나 꽃잎이 가진 화사한 색부터 잎이 가진 다양한 초록색까지 꽤나 생생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이 꽃누르미 방식의 삽화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읽어보고 나니 책의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찾아오고 각 계절을 맞아 변화하는 동식물의 성장과 생활의 모습들이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다. 글밥도 적지는 않아서 존댓말로 간단하게 쓰여있지만 삽화에 추가된 글까지 더해 상당량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어른이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이 얼마나 있을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모르는 내용도 은근히 있었다.(아기 오리는 어미 오리가 깃털에 방수 기름을 묻혀주어야 물 위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다던가, 수사슴이 짝짓기철에 고사리로 뿔을 장식한다던가, 민들레 이름의 어원이라던가 등등) 그리고 그림만큼 아름답고 읽기에 따라 감성적으로도 읽히는 문구들이 이어져서 책을 보는 동안 괜스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봄. 눈꽃이 녹고 긴 밤이 점점 짧아지더니 마침내 봄이 왔어요. (본문 중)

겨울. 겨울은 힘든 시기예요. ( ... ) 그래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생명을 느낄 수 있어요. 서리 내린 거미줄, 눈 위에 찍힌 동물 발자국, 지저귀는 새소리에서도요.

(본문 중)

​​

 

꽃누르미라는 단어를 알게 해준 책. 계절감을 가장 느끼게 하는 식물의 꽃과 잎을 이용해 완성된 그림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 특별한 주인공이 있거나 다이내믹한 스토리가 있는 글은 아니지만,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잔잔하게 그 모습이 변화하는 걸 알려준다. 아주 어린아이라면 글보다는 그림에 시선을 빼앗길 것 같고, 초등학생 정도라면 꽤 재미있는 동식물들의 계절별 습성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히 이 책을 혼자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아이라면 책 밖의 세상에서도 느리지만 변화해가는 계절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관찰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꽃누르미방식을 이용해 다양한 독서활동을 해보기도 좋을 것 같고, 아이들이 넓게는 동식물, 좁게는 식물의 각 부분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른에게는 독특하고 예쁜 그림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어지는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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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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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칫 착각하기 쉬울지 몰라도 절대 "우리 대 당신들"이 아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베어타운>의 등장인물에 새로운 인물들 더해진다. 새로운 인물이라지만 그들은 거의 다 베어타운의 사람들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는 촘촘해지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1에서 49개의 소제목으로 나뉜 이야기는 총 619페이지로 분량이 상당하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정말 많아보지만, '1. 이건 누군가의 책임이 될 것이다.'에서 단 3페이지로 <베어타운>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 책에서 벌어질 일을 암시해둔 걸 보면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압축시킨 것도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가장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 묻을 것이다.      - 본문 중 15p

 

첫 장에서 알려준 이 이야기의 복선은 조금 무겁고 슬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죽을까 봐,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을 통해 정이 붙은, 사랑할만한 등장인물을 잔뜩 만들어놓고 누군가의 죽음을 선고한 후 이야기를 진행하다니 참 독자에게 매몰찬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몇몇 인물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이유로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모면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얼마나 숨을 참고 그 이야기를 읽었는지 모른다. 다시 그 인물의 이름이 나오면 그제야 숨을 뱉을 수 있었다. 미스터리도 공포소설도 아닌 책에서 이렇게 심장이 쪼이긴 처음이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라는 현실적이고 마음을 후벼파는 표현들이 몇 번이나 등장해서 책 속의 인물들의 바람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불온한 기운을 조성했다. 그러다 책의 후반에 가서 아래에 적은 글귀를 발견하고 그나마 조금 마음을 풀었던 것 같다. 동화의 끝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닌가.  

 

 

모든 스포츠는 동화다. 우리가 거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동화를 끝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 본문 중 526p​

 

이 이야기가 과연 해피엔딩일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하지만 난 <베어타운>에서 사랑했던 아이들 아맛, 벤이, 마야, 아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으로도 너무 좋았고, 그 아이들이 큰일을 겪었고 앞으로도 행복한 어른이 되기까지 순탄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결국 해낼 거라고 믿으며 벤이처럼 응원해주고 싶다. "개자식들 앞에서 울지 마!"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인간극장' 내레이션 중에 '어떤 슬픔을 극복하는 데 꼭 그 슬픔과 같은 크기의 기쁨이 필요하지는 않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야의 가족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마야라는 걸 알게 되어 조금 기뻤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어찌해야 할 줄 모르면서도 '웬수 같은 자식'들을 돌보며 어른으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애쓴 가족들의 모습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페테르와 미라와 라모나와 수네같은 어른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물 중에는 사켈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현실에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사켈이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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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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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완서 선생님의 8주기를 추모하며 2종의 짧은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모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현재 활동 중인 한국작가 29인의 짧은 소설을 모은 <멜랑콜리 해피엔딩>이 바로 그 두 권이다. 내가 읽은 책은 두 번째 책으로, 참여 작가 중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도 보였고 그 외에도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각자의 스타일로 써낸 '짧은 소설'이 궁금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끌렸다.

 

 

콩트, 경단편, 초 단편소설이라고도 소개된 '짧은 소설'은 사실 그리 낯설진 않다. 문단에서의 반응은 어찌 됐든 한국문학을 딱딱하다 무겁다 하는 인상 때문에 기피하던 바쁜 현대인, 즉 독자 입장에서는 금방 읽어버릴 수 있는 분량은 큰 매력 포인트였기 때문에 간간이 그 모습을 보여왔고 이제 와서는 왕성히 활동하는 작가들 가운데서도 이런 장르의 짧은 소설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내 기억에서 '짧은 소설'하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일반적인 단편소설보다도 짧았던 단편들이 떠오르고, 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가 미스터리, SF 장르에서 '쇼트쇼트 스토리'라 이름 붙인 짧은 소설들을 엮어 수십 권의 책을 내기도 했던 게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박완서, 성석제 작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한국 문단에서 발표되는 여느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이라는 소개와 이름이 잘 어울리는 분량의 소설들. 뭐라 이름 붙였건 간에 이미 몇 번이고 접한 적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전에 읽었던 성석제 작가님의 짧은 소설집은 그야말로 '콩트'라는 단어가 주는 유쾌함을 가진 단편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한국작가의 콩트는 소재나 내용면에서 친숙한 일상의 단면과 익살을 담고 있어서 우리 소설의 향이 듬뿍 묻어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오래전에 읽었던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로 비슷한 인상으로 남아있어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려나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 번쩍, 비춰 보이는 짧고도 강렬한 '생의 맛!'

(띠지에서)

다 읽고 나니 그 감상을 어찌 쓸까 고민하다 띠지에 쓰여있는 문구에 정말 공감했다. 깊고 커다란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놓는 장황한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주인공이 특별한 사건을 맞이해 벌어지는 해프닝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 같고, 어제의 내가 이랬던 것 같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짧지만 강렬한 한순간들을 작가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놓았다. 반면 모든 이들의 일상을 다룬다기보다 조금은 특별한 작품들도 있다.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오마주 하거나 직접 등장시키기도 하는 몇몇 단편들은 이 책의 기획의도와 박완서라는 작가가 가진 특별함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좋아하는 작가를 먼저 찾아 읽어도 좋고, 순서대로 읽어도 읽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콩트'하면 왠지 코미디나 희극에서 쓰인 단어라는 인상 때문인지, 유쾌하거나 엉뚱하거나 혹은 가려운 부분을 조금은 얄밉게 꼬집어주는 그런 포인트를 기대하게 된다. 모든 작품들이 흥미로웠지만 이런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으로는 오한기 작가님의 <상담>, 조남주 작가님의 <어떤 전형>을 꼽고 싶다.

​​

 

자기가 쓴 글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그녀는 힘없는 웃음을 터뜨린다. 등신, 안심. 그와 나는 둘도 없는 상등신들이고 우리는 화해가 이루어져 안심하고 있구나. 이것은 등신들이 안심하는 이야기구나.

      - <등신, 안심> 김성중, 본문 중 52p

그렇게,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으나 창이 없어 풍경의 변화를 짐작할 길 없는 과 사무실에 앉아 민주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만 여기, 지금의 온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     - <언제나 해피엔딩> 백수린, 본문 중 121-2p

​​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콩트라 부른다면 나는 굳이 '한국식 콩트'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국의 현재 모습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과 길이가 짧아졌는데도 작가들의 개성과 한국문학 특유의 분위기랄까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는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과 백수린 작가의 <언제나 해피엔딩>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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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해요 철학하는 아이 12
엘로디 페로탱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화 해설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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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소심하다'라는 표현은 대개 칭찬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하며, 흔히 학교나 사회에서도 소심함과 반대되는 대범함이나 적극성 같은 성향을 권장하고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심하다는 게 과연 나쁜 걸까?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의 그런 소심함의 원인을 찾거나 극복하고자 결심하기도 하지만 소심함은 '우연히 내 안으로 파고든 것 같'은 타고난 천성일지도 모르고, 극복하거나 없애야 할 병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

제목부터 많이 공감했던 책. 화려한 색이 쓰이지도 않았고 그림도 간결하고 커다랗다. 글밥도 많지 않아 순식간에 읽어내린 이 그림책의 제목을 자꾸만 입에 되뇌게 된다. 책의 뒷면을 보니 시리즈명 옆에 작은 부제가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소심하다는 것도 다양한 성격의 한 종류이고, 그저 그 사람이 가진 성향이라는 걸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것. 글로 써보면 이렇게 간단명료한 사실인데 왜 실제에선 어려울까.

책 속의 주인공은 몸을 움츠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눈만 마주쳐도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만다. 늘 자신만만하거나 큰 소리로 웃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서 노래를 부르며 소심함을 극복해보려 하지만 결국 부끄러워 1절을 채 부르지도 못한다. 그저 부끄러워하는 거면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더 크게 말해봐, 똑바로 이야기해봐' 하며 압박을 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왜 그래야 하는데?' 하고 대신 반박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서 쉬이 긍정해주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먼저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모르는 타인들의 눈을 신경 쓰느라 소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에게 가까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해주는 한마디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책의 주인공은 어느 날 그런 누군가의 한마디를 듣고 자기 자신의 소심함을 인정한다.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소심함의 장점,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 깊이 생각하는 능력, 편안함을 주기에 함께하길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본문 中) 이에 더불어 작가의 말을 남긴다. 만약 스스로가 소심해서 고민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소심함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해보길 권한다. 책 속에서 내내 내리고 있던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바람을 맞으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유쾌, 통쾌하다.

 

 

소심한 성격은 종종 타인에게 다가갈 때 장애물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상대는 종종 그 소심함에서 섬세함이나 배려심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세요. 수줍어 빨개지는 얼굴도, 앞에 나서기 망설이는 모습도요.

- 엘로디 페로탱(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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