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행복한 수채화 캘리그라피
박나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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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글씨체'라는 어원이 있다.(본문 중 40p) 최근에는 엽서나 책갈피, 메뉴판이나 안내글귀에서까지도 캘리그라피가 흔히 쓰이는 걸 볼 수 있다. 붓을 사용해 글씨를 쓰지만 붓펜 둥을 이용하기도 해서 서예나 미술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나에게 캘리그라피는 필사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 좋은 문구를 예쁜 글씨로 남기고 두고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이 책은 수채화가 더해져 좋은 게 하나 더 붙었으니 더 재밌게 읽고, 배우고, 써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쓰자면 캘리그라피라는 이름과 붓을 사용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완전 초보가 첫 책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활용하기에 이 책은 제법 괜찮았다. 완전 초보를 위해 최적화된 책까지는 아니어도 다양한 도구 소개와 기본 선 긋기, 글씨 연습을 위한 간단한 설명과 팁이 있었고, 캘리그라피를 더 재미있게 연습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다양한 활용법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소품에 캘리그라피를 활용하는 방법들은 특히나 '수채화 캘리그라피'라는 이점을 살리는 것들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다. 혼자 따라 하기에 간단한 것들도 많고 여럿이 함께 만드는 것도 미술시간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수작업으로 만든 캘리그라피를 디지털화해서 색, 명암, 채도 등에 변화를 주거나 다양한 배경과 합성해 보는 등 컴퓨터 작업을 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과정은 최근 핸드폰으로도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캘리그라피의 활용도가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붓펜은 사용해본 적이 있지만, 캘리그라피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검정 붓펜 말고는 집에 도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라 책에서 추천하는 캘리그라피 도구(붓펜, 붓, 물감 등)를 인터넷에서 주문하기에 앞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문방구와 다이소부터 가봤다. 다이소에서 캘리펜이란 걸 팔기에 막연습용으로 좋겠다 싶어 구입. 참고로 이 서평에 추가할 내 연습작들은 다 이 캘리펜을 사용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캘리그라피에 수채화를 더한 게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못 하고 그저 '더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다였는데 몇 번인가 연습해보니 수채화가 주는 힘이 꽤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같은 글씨여도 색이 들어가면 정말 다채로워진다. 검은색으로도 물을 섞어 농도 조절은 할 수 있지만 수채화캘리그라피는 글씨뿐 아니라 배경색이나 그림에도 활용되어 색을 섞거나 뿌리거나 불거나 하는 등 표현 방법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른 효과가 더 극적이라 작품이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이쁘게 쓰려고 노력해본 내 첫 연습작들...ㅋㅋ

 

 

어버이날 전날에 편지에 쓸 내용을 캘리로 연습. 그리고 잠시 휴가를 얻은 친구에게 줄 메시지 카드. 붓펜으로 글씨 쓰는 건 재미있는데 하고 나서 보니 그냥 내 글씨체가 많이 드러난다. 연습 많이 해서 다양한 글씨체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손편지나 엽서 등을 쓰는 편이라 캘리그라피와 다양한 마스킹 테이프 등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꾸며보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엽서와 책갈피뿐만 아니라 달력, 액자 프레임, 차량용 핸드폰 번호판 등등 정말 많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필요에 따라 자신만의 소품들을 만들거나 선물용으로 만들어보고 싶을 때 책을 참고하면 많은 도움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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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빠진 화가들 - 그리스 로마
토마스 불핀치 지음, 고산 옮김, 이만열 추천 / 북스타(Bookstar)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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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나 인물을 끌어와 탄생한 예술작품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그 신화가 만들어지고 떠돌던 당대부터 현대까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BTS의 이번 신곡 중 'Dionysus'라는 곡은 제우스의 아들 중 한 명이자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그대로 곡명으로 사용했다. 비록 신들의 이름이 헷갈리고 각 신이 맡은 영역이 조금 틀리더라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줄곧 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을 다시 한번 읽는다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이야기에 나오는 장면이나 신의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보여주기도 하니 자신의 배경지식만으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신의 모습들을 상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림에 대한 해설도 본문과는 별개로 달려있는 경우가 있어 그림 작품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신화를 알게 되기도 한다.   ​

책의 분량이 상당하다. 총 688 페이지, 부록과 색인을 제외하더라도 655페이지나 되는 본문은 그림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한 번에 읽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게다가 목차의 첫 번째 부분은 익숙한 그리스 로마의 신이 등장하기 전 세계 각국의 천지창조 신화와 인간의 탄생 신화를 먼저 다루고 있어 낯설기까지 하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예술작품을 볼 기대로 책을 열었는데 맞이하러 나오는 이야기는 기대하던 신들보다도 더 먼저 있었던 신들이다.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중 나온 느낌. 그것도 외국에 나가 살던 분들이라 낯은 가리면서도 그들의 낯선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워 결국 메모까지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돼버렸다.

각국의 신화를 이야기할 때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전해지는 신화부터 이집트 신화, 북유럽 신화, 힌두 신화, 중국의 반고 신화, 한국을 포함한 불교권의 인연설과 우주론까지 등장한다. 방대하고 조금은 먼 이야기지만 한 권의 책에서 비교하며 신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주는 게 흥미로웠다. 세계가 창조되고 신들과 인간들도 만들어진 후 몇 차례의 전쟁(주로 신들의 전쟁)과 고난을 겪고 드디어 어느 정도 안정된 시기가 찾아온다. 그 시기에 신들의 정점에 선 신이 우리에게 친숙한 '제우스'다.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들, 아내, 연인, 자식들의 이야기에 걸쳐 신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신이기도 하다. 신이 인간들 가까이에 있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벌하기도 하던 시대의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들어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은 그림, 조각, 문학 이 세 분야를 주로 이야기한다. 조각상은 대부분 신들의 모습을 조각해 둔 것이라 별다른 해설이 없는 경우가 많고, 문학은 존 밀턴의 <실낙원>을 비롯해 서양 고전문학 속 글귀들을 발췌해 보여주는 식이다. 발췌된 글귀들 역시 어떤 작가가 이런 식으로 사용했다-하는 간략한 소개만이 있을 뿐 별다른 해설이 없다.(개인적으로 책 속에서 소개되는 글귀들을 보면 왠지 본문에서 이야기한 신화를 떠올려 각자가 해석해보라는 숙제를 받은 기분이라, 낯선 문장들을 여러 번 읽어보며 어떤 뉘앙스나 분위기인지 파악하려 애쓰곤 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이 그린 그림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본문과 중복되는 내용이 제법 있지만 별개로 해설이 쓰여있는 경우가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림만을 먼저 훑어보며 얼마나 많은 신과 인물들,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건 책의 제목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인 것에 비해 '화가들'에 대한 해설은 거의 생략되거나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 정도. 책의 제목을 보고 예술 분야의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예술 분야가 가미돼있는 인문학 쪽 책으로 보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책의 제목에 방점을 찍자면 '신화'위에 찍는 게 딱 좋다.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유연한 학문으로서 신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에서 옛날 이야기책에서나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곁들임으로써 그 지식을 모두에게 전달하고자 하며, 항상 가까이 두고 읽는 응접실의 고전문학사전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하는 바이다. ( 중 략 )  적어도 이 책을 즐거움의 원천으로 삼길 원한다. 나아가 신화를 오래 접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유익한 독서의 동반자로 생각해 줄 것이며, 여행 중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회화 작품이나 조각을 감상할 때 이해를 돕는 해설서로서, 그리고 사교 모임에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이들에게는 대화 중에 주고받는 비유들의 이해에 필요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본문 중 64-5p)​ 

 

외국에 나가 미술관을 찾을 때 작품의 제목이 신들의 이름이라면, 그 신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때 작품에 대한 해설이 없어도 어느 정도 상상해보거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 나라의 언어를 잘한다면 작품 해설을 읽거나 가이드를 듣는 방법도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으로 한방에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한가. 이 책을 쓴 저자는 이러한 쾌감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이 쓰였고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 단골손님처럼 자주 등장하는 신화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지만 각 작품을 볼 때마다 주석이나 해설을 찾아읽는 번거로움을 없이 오로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게 아니냐고. 그 꼬드김이 꽤 설득력 있어서 나는 이번 기회에 꽤 성실히, 그리고 꼼꼼히 이 책을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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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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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는 서점에서 무슨 짓을 했었더라' 하는 것. 엉뚱한 질문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나. 그러고 보니 최근 서점에서 <마음은 홍자>라는 책을 찾는다는 게 '홍차의 마음'이란 책 있어요? 하고 멍청한 질문을 했던 게 생각났다. (창피해....!) 가끔은 이렇게 책 제목이 아리송하다던가, 머릿속으론 알고 있는데 입으론 다른 말이 튀어나와 손님과 서점 직원이 함께 당황해버리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이다. 그 밖에 서점을 서점이 아닌 용도(화장실, 시간 때우기 등등. 하지만 무언가를 팔러 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로 사용하려는 사람들 역시 상상 가능하고, 도서관에서도 흔히 있는 책 추천을 받는 와중에서의 억지도 생각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고 읽었는데도,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고 그 별의별 사람들이 언제든 서점에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여기서 일하다 보면 황당한 부탁하는 사람 많죠?"  - 본문 중 60p

인상적인 이야기가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와서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을 찾는 이야기였다. 아직 공주님이라 불릴만한 나이의 아이를 데리고 와서 좋은 책을 찾는 것까진 좋았다. 아이의 엄마가 신이 나서 어떻게 의사나 과학자가 되는지 알려주는 책을 찾으러 간 사이 서점 직원이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묻자 아이는 '꿀벌'이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장난기 있는 손님과 직원이 농담을 진담처럼 주고받는 유쾌한 대화도 있고, 어떤 손님의 전화벨이 울리자 직원 대신 한마디 해주는 손님의 사이다 발언도 있다.("거참, 핸드폰 좀 꺼주시겠어요? 서점 내 핸드폰 사용 금지법이 있는데 모르는가 보네." - 본문 중 120p). 자신이 고른 책을 사기 위해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소년 엄마, 나 이 책 사도 돼요?

엄마 아빠한테 가서 사도 되냐고 물어봐.

소년 아빠! 엄마가 이 책 나한테 안 사주면 오늘 밤에 엄마 침대에서 못 자게 한대!

         - (앨리노어 포튼, 북엔드Book End, 영국 더비셔 베이크웰), 본문 중 139p

황당하지만 가끔은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난처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읽는 게 즐거웠다. 내가 그 서점의 직원이라면 마냥 즐길 수는 없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제목의 2권으로 도서관에서 겪는 황당 손님들의 이야기도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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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국기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 도형과 색깔로 보는 세계 나라의 상징과 역사
로버트 프레송 그림, 김소영 옮김 / 바이킹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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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책 사이즈에 정말 많은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다. 초등학생이 보기엔 약간의 끈기가 필요할 정도로 글밥과 내용이 많고(그림도 많지만), 성인이 보기엔 각 나라의 역사나 하나하나의 사연을 알아보는 정도의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좋은 의미로 전 연령대의 독자를 포섭하기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듣는 나라의 이름도 꽤 많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으며 비슷한 색이나 모양을 가진 국가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나라를 알고 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지리적인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는게 재미있고 배울 점이 있을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본 책정보만으로는 어린이 교양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어린이를 빼도 괜찮을 것 같다.

 

                     

맨 처음 사람얼굴을 그릴때 동그라미 안에 점 두개, 반원하나를 그리면 쉽게 스마일의 얼굴이 그려진다는 걸 설명해주듯, 각 색깔 별 박사님들이 분주하게 국기의 구성을 하나 둘 들고 모이는 그림은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비슷한 색이나 모양 등 어떤 특징을 공유한 국기들을 모아 비교하는 페이지를 먼저 보여주고(동물이 그려진 국기, 줄무늬 세 개가 특색인 국기 등), 그 다음으로 하나 하나의 국기를 살펴보는 게 주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국기를 '태극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각 나라 국기의 별칭을 알려주기도 하고, 역사속에서 국기가 변화해 온 모습을 요약해 보여주기도 한다. 글씨크기도 큼직한 편인데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있어 페이지가 가득 찬 것에 비해 답답해 보이지 않는 구성이었다.

같은 색깔이어도 각 나라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빨강색은 국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 중 하나인데(멀리서도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 쓰인 것이 국기의 기원이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프랑스 국기에서 빨강은 파리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성 데니스의 색상으로 '박애'를 뜻한다. 그 왜 유럽쪽의 국기에서는 흔히 자유나 민족의 강인함을 뜻하는데 반해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국들은 독립에 대한 투쟁과 희생을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쪽에서는 공산당이나 공화주의를 상징하는 색으로도 유명해서 아직까지도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그 의미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색으로 바뀐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국기를 잘 살펴보게 되었는데 태극문양과 4괘로 이루어진 태극기의 모양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까지 몇번의 변화가 있었다는 게 보인다. 괜히 자국의 국기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이 없는게 아쉽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외국사람이라는 것과 이 책이 어린이용 도서임을 감안할 때 크게 잘못된 해설 등이 없는 것 같아 일단 만족, 그리고 이 책을 공부에 활용한다면 확실히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맨 뒤엔 세계 지도와 세계의 국기 색칠 카드가 내지로 함께 구성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지도에 은근한 욕심도 있고 봐도봐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지리바보인지라 국기와 함께 각 나라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가 함께 있어 정말 좋았다. 낯선 이름들의 나라가 어느 대륙에 위치하는지 국기가 비슷한 나라들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카드를 색칠하며 그 나라에 대한 특징을 다시 이야기해보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독서용으로도 질리지 않고 여러번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본격적인 학습자료로 이용하기에도 적합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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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 레슨
클레어 풀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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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 하나의 히트작을 가진 작가 길 콜먼과 어느 날 바다에서 사라진 그의 아내 잉그리드. 아내의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모두가 바다에 휩쓸려 그녀가 죽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후 길 콜먼은 비 오는 날 서점에서 창밖에 서 있는 자신의 아내를 발견한다. 애타게 뒤쫓아가지만 그녀를 잡지 못하고 해변 위로 이어진 산책로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죽은 사람을 발견하는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그의 남편이자 목격자의 사고까지 갑작스럽고 긴박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 그 후 이야기는 아내가 그의 서재에 남겨둔 편지 속 과거와 사고를 당한 아버지를 돌보는 두 딸의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길에게

새벽 4시인데 잠이 오지 않아요. 이 노란색 노트를 발견하고 당신에게 편지를 써야지 했어요. 실제로는 하지 못한 말들, 시작부터 우리의 결혼에 관한 모든 진실이 담긴 편지를 말이에요. 당신은 내가 상상하거나 꿈꾸거나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할 내용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보는 시선이에요. 내 진실이에요.  (본문 중 25p)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편지 속 그들은 서로를 신경 쓰고 유혹하는 연애 초기의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있어서, 편지 말미에 항상 적혀있는 '우리에게 돌아와요, 길' 같은 남자의 부재를 알리는 마지막 글귀가 주는 이질감이 상당했다. 실제로 사라진 것은 여자인데 왜 편지 속에서는 그 여자가 남편의 부재를 힘들어하고 있는 걸까. 교수와 학생, 20살의 나이 차라는 장애를 넘어서는 대 연애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도 잠시, 편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 기분은 마치 잉그리드의 삶처럼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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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6월 2일에서 1992년 7월 2일까지 한 달에 걸쳐 쓰인 여러 편의 편지. 스무 살 이후의 생을 돌아보는데 한 달이면 충분히 긴 시간이었을까. 오로지 그녀의 시선으로 쓰인 그 진실은 다소 경악스럽고 좋지 못한 쪽으로의 반전을 거듭했다. 자신의 힘듦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있던 일들을 풀어내는 느낌이라 편지 속 내용들은 충격적이지만 왠지 머리가 차가워져 차분하게 글을 읽어내리게 한다. 편지 속 그녀가 울지 않는 것 같아서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종이 겉표지를 벗겨내면 아무 그림도 그려있지 않은 진하고 어두운 푸른색의 표지가 보인다. 차가운 겨울밤바다의 색처럼 차분하고 음울한,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듯한 짙은 색.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난 겉표지를 벗기고 그 안의 색을 봤을 때, 이 책의 감상과 무척 비슷한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찾을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죽음. 그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그 사람이 살아있으리라 상상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게 나을까, 확실한 현실을 알 수 있도록 시체를 발견하길 바라게 될까.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를 하곤 한다. 아마 이 소설은 이러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처음과 마지막, 해변으로 떨어지는 동안 길 콜먼이 상상했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꽤 많은 것이 겹친다. 내 생각에 길은 그녀의 편지를 봤던 것 같지만 마지막 편지까지는 찾지 못한 것 같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책 속의 단서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의 제목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다 읽고 난 후 기분은 우울했지만 구성은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느꼈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과 내용에서 작가가 하고픈 말은 과연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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