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해 유월은 ㅣ 큰 스푼
신현수 지음, 최정인 그림 / 스푼북 / 2019년 6월
평점 :
흔한 말로 우리는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기록하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들 중에 6.25전쟁은 특히나 아픈 손가락이었다. 기나긴 식민지 신세에서 겨우 벗어나 광복을 맞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동족상잔의 비애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크지도 않은 한반도의 끝에서 끝까지 번갈아 빼앗아가며 휴전이란 이름으로 다시 삼팔선이 그어지기까지는 많은 피해와 죽음이 있었고, 삶 역시 있었다.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다. 전쟁이 시작되기 한 달 전인 1950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를 바탕으로 전쟁을 겪어낸 한 소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 종희는 전쟁이 일어난 그날, 평소와 다름없이 동네 친구들인 분이와 필남이, 그리고 남동생 종우까지 함께 모여 놀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가족을 따라 각자의 집으로 간 아이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통해 전쟁에 대한 이런저런 소식들을 듣게 된다. 북의 군대가 서울을 점령하면서 학교나 마을에서 변화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결국 피난길에 오르게 된 종희네 가족들이 겪게 되는 우여곡절이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안타까울 뿐이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고 배워왔지만 그 속에 들어있던 구체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로서 전해 듣는 전쟁 이야기는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이 들어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스푼북 출판사에서 나온 '큰 스푼'시리즈의 책으로,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 시리즈라고 한다. 판권기에 '10세 이상의 어린이 제품'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하고, 삽화가 포함되어있지만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책이라 확실히 이 책의 독자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출신 고향에 따라 지역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사투리를 전혀 모르는지라 '아이들이 읽을 때 재미있어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과 '부모님들이 실감 나게 읽어주기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끔찍하고 무서운 전쟁을 왜 해? 안 하면 되잖아?"
하지만 오빠도 그것만은 대답하지 못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오빠도 누가 무엇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뒤바뀐 세상, 낯선 사람들' 본문 중 64p,
"도대체 누가 전쟁을 일으켜서리 죄 없는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가족하고 생이별을 하게 하는디 모르갔어. 한 동포 한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다이, 있을 수 있는 일이간?"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6.25 전쟁에 대해 말해주는 동시에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전쟁 이야기는 아이의 시선에서 봐도 아프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가족과 헤어지게 되고, 누군가의 죽음을 보게 되고, 누군가는 군에 끌려가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천애 고아가 되기도 하는, 평화로운 시절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든 일이 갑자기 몰아닥치는 걸 이해하기도 힘든데, 모두가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전쟁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빠른 시일 내에 평화가 다시 돌아오기를, 모두를 아프게 하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나도 어릴 때 해보았던, 아이의 손에 물들인 봉숭아 꽃물의 의미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에게 닥칠지 모르는 나쁜 것들을 물리쳐주길 바라는 마음과, 봉숭아 물이 완전히 지기 전에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 이 책의 내용이 그저 단순한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