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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관찰 스케치 ㅣ 관찰 스케치 시리즈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20년 8월
평점 :
식물은 늘 가까이 있고, 관찰이나 감상하기에 좋은 대상이며 사진이나 예술에서도 좋은 소재가 된다. 나도 그림 취미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그리기 시작한 게 꽃이었고, 생각나는 대로 그려내는 게 더 어렵게 느껴져서 사진이나 그림 등 원본을 두고 따라 그리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식물', '관찰', '스케치' 제목을 이루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었다.

"잘 이해하고 있으면 명확하게 표현된다." (본문 중 31p)
식물 세밀화의 간추린 역사 이야기를 읽고, 그 외의 본문에서도 세밀한 그림을 위해서는 그만큼 세밀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알게 되면서 이 책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미술책을 기대하며 책을 폈는데 미술에 현장학습(자연관찰)이 더해진 책이었던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학술분야와 예술 분야에서의 식물세밀화 역사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꽃은식물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을 맡고 있지만 그게 곧 식물을 구성하는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열매, 뿌리 등 다양한 부위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었다. 그 모든 구조가 한데 모여 식물이 되고, 함께 있는 모양 자체가 자연스럽고 완벽해 보였다. 그림으로, 그것도 마치 사진처럼 정교한 세밀화로 바라본 식물의 모든 부분은 꽃이 아닌 부분도 하나하나 섬세하고 매력적이었다. 잎의 끝부분, 밑부분, 가지의 모양, 꽃의 구조 등 각 부위의 종류와 모양이 다양하다는 게 흥미로웠고, 세밀한 스케치 이전에 간략하게 그려진 다양한 구조를 따라 그리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내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식물의 구조에 대한 설명과 그리기 팁, 예시 그림들 외에도 그리기 도구부터 스케치, 명암, 질감, 색칠 등등 그리기에 관련한 내용도 함께 있는 책인데, 미술이라곤 학생 때 미술시간이 전부였던 초보자가 읽기에도 내용이 장황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서 좋았다. 수채화는 완전 초보인 내가 물감과 붓으로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건 정말 많이 어려웠지만 어설프게나마 따라해보는 것 자체로도 꽤 재미있었고, 마음만은 따라 그리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들이 정말 많았다. 우선 연필로 스케치 하는 연습을 먼저 많이 해본 후에 이 책을 교재로 다시 채색을 조금씩 배워보고 싶다. 책속 삽화를 견본으로 스케치하고 채색하기에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이 책을 완전 초보자용 책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분량이나 내용면에서 그리기(특히 식물화, 세밀화) 초보자가 읽기에 도움이 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식물 그리기, 특히 세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