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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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서의 일>에 대한 '일지'를 적은 책은 아니다. 10년 넘게 한 도서관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사서가 그 도서관에 발을 들인 첫 순간부터 시작해 여러 고비를 넘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성장하고 깨달았던 나날을 '일기'처럼 남긴 책이다. 사서의 일을 중심적으로 소개하거나 글을 썼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상과 도서관 운영의 부분들(사서로서의 마음가짐 등도 포함해서)을 연결 지어 쓴 글이 많았다. 역자로서 활동하기도 하고 글쓰기의 미혹에 빠진 후 꾸준히 글쓰기 취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본문의 필력이 상당하다. 재미있는 건 여유시간에 읽을 책을 찾아헤매는 내용을 적은 부분이나, 휴가 기간 읽을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들에게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특히 솜씨 있게 잘 쓰여 있어서 북 큐레이션 쪽으로 재능이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어쩌면 다년간 쌓인 큐레이션 경력 덕분인 걸까?

저자는 '지혜의 집'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온전히 운영하게 되면서 도서관리(수서부터 대출반납, 장서점검, 폐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와 사서의 추천도서 코너 운영, 매년 겪는 도서관 운영평가 등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문화행사 등에 있어서는 재능기부나 봉사자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만, 도서관을 온전히 혼자 꾸려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도서관 휴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그 부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거리 두기 단계가 이리저리 변화를 겪는 동안 도서관도 휴관을 반복했다. 불편하고 답답했던 건 도서관 이용자 뿐 아니라 운영자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을 되살려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마음 역시 같았다.


혼자 도서관을 운영하느라 힘들다며 입버릇처럼 징징대곤 했지만, 사실 내 옆에는 이렇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자원활동가들이 있다. 해마다 독서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역사 교실에서 재미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이. 그리고 이날, 지혜의 집에는 손재주 좋은 조력자가 또 한 명 생겼다. 이들이 든든히 지혜의 집 뒤에 버티고 있는 한, 내 '사서의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 176p)

지금은 '정지'가 아니라 '일시정지'인 상태라고. <이슬라>에서도 그랬듯, "부메랑처럼" 일상의 시간은 되돌아올 거라고. 그때를 기다리며 변함없이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성실하게 이어가야 한다. 서가의 먼지를 털고 신간을 구입하고 내년의 계획을 짜면서. "되돌아온 시간의 역습"에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다. (본문 중 321p)


사서라는 직업을 꿈꾸면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기대할까. 책, 혹은 책에 둘러싸인 환경에 혹해서 도서관 사서가 되는 길에 접어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부도, 취업도 생각만큼 쉽지 않고, 겨우 도서관이라는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과연 과거의 자신이 꿈꾸던 사서의 모습과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의 말미에 추천사처럼 쓰인 다른 이의 글이 한편 있는데, 글 안에서 저자가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에 대해 자신이 '꿈꾸고 바라던 온전한 사서의 삶'을 살고 있다며 질투하는 내용이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남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해내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계약직으로 있던 2년간의 이야기나, 작은 도서관이라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는 것, 매년 겪는 어려움이나 즐거움 등등 사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혹은 도서관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할 거리가 참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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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냥이 컬러링북 - 행운을 부르는 꽃, 냥이 그리기
박자경 지음 / nobook(노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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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이라 좋았고 고양이라 더 좋았다. 색연필과 플러스펜을 거쳐 수채화까지 관심을 갖게 되어서 다양한 컬러링 취미의 세계로 입문하자 예쁜 그림들과 컬러링북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이 책은 막 수채화 컬러링이 재밌다고 느낄 때 알게 되었고, 동물의 털 표현이 많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최애 동물인 고양이가 꽃과 함께 그려진 그림들이 너무 예뻐 보여서 도전하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모두 수채화가 아닌 한국화 작품들인데 수채나 색연필로도 컬러링 할 수 있도록 도안이 그려진 종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화지 위에 스케치를 옮기거나 먹지를 이용하는 등 도안을 여러 번 활용하는 팁도 있는데 스케치 작업은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이 있지만 같은 도안을 성공할 때까지 여러 번 사용하고 싶다면 해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또 이 과정은 세필선 그리는 연습이 되기 때문에 추후 미술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목차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지만, 이 책 속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실제 모델이 있다. 표지를 장식한 고양이의 이름은 루리이며 책의 말미에는 작업하는 집사의 곁을 맴도는 루리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예부터 그림 속 고양이와 목단, 나비의 조합이 풍요와 장수를 상징한다는데, 누가 그리더라도 화사할 수밖에 없는 이 꽃냥이 조합은 감상하기에도 좋고 의미까지 좋으니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꽃에 둘러싸인 그림을 선물 받는다면 굉장히 특별할 것 같지 않으가. 가족과 지인 중에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괜히 그들의 얼굴과 그들이 키우는 고양이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한국화는 조금 낯설 독자들을 위해 한 파트를 통해 한국화를 소개해 주는 점도 좋았다. 난 한국화 물감이 따로 있다는 것도, 그 물감들의 이름이 참 예쁘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면 동양화라고 하면 조금 덜 낯설고 그중에도 한국화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그에 걸맞은 재료와 화법이 있는 것도 당연한 건데, 수채화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취미활동에 한국화 물감을 사용한다는 생각은 못 해본 것 같다.(그러고 보니 올해 알게 된 신선미 작가님의 그림책들-개미 요정 시리즈 등-도 한국화인가?!) 수채화도 이제 시작해놓고 이 책을 보고 나니 한국화 물감에도 자꾸 관심이 가서 큰일이다.


본문에서는 그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제외하면 컬러링 하는 방법과 과정에 대한 분량이 많다. 붓의 종류와 물감의 색이름이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차례를 참고해 '꽃냥이 컬러링북 사용 설명서'와 '한국화에 대하여'를 먼저 읽고 '꽃냥이' '꽃그림' 부분으로 오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책 속 작품 중에 '벚꽃과 루리'를 수채화로 컬러링 해봤다. 한국화 물감과 수채화 물감의 성질이 얼마나 다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수채화로 채색했을 때 물을 많이 섞은 물감을 흡수하는 느낌이 좀 더디다고 해야 할지 수채화용 종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종이였다. 하지만 채색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두께도 충분히 두꺼워서 채색 후에 뒷면은 조금 울더라도 다음 페이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벼르고 벼르다 주말에 거실에 책과 재료들을 흩어놓고 즐겁게 컬러링 했다. 망할까 봐 조마조마해서 과정샷을 찍어가며 작업했다. 대표 사진은 아리따운 원본과 이목구비에 디테일한 선을 조금 더 첨가해 마무리한 내 컬러링 완성작 사진으로. 큰 붓이 없어서 배경은 차마 못 하고, 흰색 물감으로 눈동자와 수염 등 섬세한 털 표현도 더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정말 뿌듯했다.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여기 서평에도 함께 첨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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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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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가이자 구호활동가 한비야. 독특하지만 예쁜 이름과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그녀의 이야기와 출간된 책들은 내가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미 유명했다. 동시대 사람인 건 확실한데 어딘가 먼 사람, 나이는 잘 몰라도 그녀의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어떤 젊은이들보다 팔팔하고 씩씩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돼서 내게 한비야 씨는 늘 젊은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이 국제구호학인가, 그녀가 이미 활동하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그녀가 이미 60이 넘었고, 6살 연상의 네덜란드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이 책이 출간된 올해가 바로 3년차, 따끈따끈한 신혼이다. 그녀의 생활은 아직도 열정이 넘치는지, 그 에너지로 여전히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지,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스스로 정한 독특한 결혼생활의 방식은 무엇인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참 궁금한 게 많았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규칙의 소개와 그에 따른 현재 생활 모습을 다룬 1장, 결혼 전 장거리 연애시절 이야기, 언약식과 결혼식, 독특한 신혼여행 등의 이야기를 다룬 2장, 결혼 이후 그들이 정한 대로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양쪽에서의 일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3장,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에서 혼자 있는 힘과 함께 하는 힘을 발휘해 살아갈 그들의 생각과 계획을 담은 4장. 책은 이렇게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부인 두 사람이 공동저자이지만 한비야 씨의 분량이 더 많다.

  안톤과 함께 쓴 이 책은 우리의 알콩달콩 결혼 생활 모습을 모아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들과는 사뭇 다른 우리 상황에 맞게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고, 결혼 후 더욱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고, 혼자 있는 힘과 함께하는 힘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다. (중략) 결혼 3년 차, '따로 또 같이' 사는 우리 방식은 지금까지는 잘 맞는 것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때마다 수정, 보완해가야 할 다분히 실험적인 이 결혼 생활 방식은 그래서 지금도 진화 발전 중이다.

(프롤로그 중 6-7p)

서로를 플래닝 닷컴 코리아, 플래닝 닷컴 네덜란드라고 부르고 경쟁할 정도로 계획과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에 익숙한 두 사람은 결혼생활에 있어 서로를 존중하고 싸우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세웠다고 한다. 본문의 내용만으로는 그들이 정한 규칙 중 대다수가 아내의 제안인 경우가 많아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보통과는 조금 다르고 평범치 않아 보이는 시도도 거부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남편이 있기에 그들만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규칙들이 생겨난 것 같다.(제안자가 반대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규칙들이 생겨나고 잘 수행되며 점점 보완해나가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면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쿵짝이 잘 맞는 배우자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감하게 먼저 규칙들을 제안하는 한비야 씨가 쿵이라면 합리적인 결정을 위한 검토와 합의를 함께 할 안톤 씨가 짝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지금껏 살아온 방식, 향후의 활동 계획에 맞춰 결정된 생활방식이 336규칙(한국 3, 네덜란드 3, 각자의 시간 6개월로 1년을 쪼개 지내는 장소를 바꾸는 방식)이며, 연금이나 사회활동을 통해 각자의 수입이 있고 각자의 재산을 합칠 필요 없이 스스로 운영할 만한 두 사람이기에 지출에 있어서의 반반 법칙이 수월하게 이행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두 사람 사이의 규칙이나 방식들은 정말 두 사람에게 최적화된 방법일 따름이라 굳이 이 책을 보고 그 방식을 다른 누군가가 따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들이 그런 방식을 택하고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과감히 의견을 내고, 남들의 보통이나 실패를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의 최선을 생각하고, 상대의 수긍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오전 10시 전 부정적인 얘기 금지'는 비야가 제안하고 둘이서 합의한 원칙이다. 아침 10시 전에는 절대로 무엇에 관해서 건 누구에 대해 서건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거다. 'NO'라는 말은 물론 일체의 부정적인 단어, 표현, 심지어는 표정이나 손짓도 금지다. 하루를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이 제안이 신선하고 솔깃했다. (중략) 비야는 부정적인 말은 자석처럼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앗아간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꼭 해야 할 말이 있더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는 부정적인 말이나 상대방을 기분 나쁜 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탓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탓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아침부터 별 이유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춤도 춘다. 믿거나 말거나!

(본문 중 40p)


굳이 그들의 규칙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바로 위에 적었지만 사실 하나 굉장히 탐나는 규칙이 있다. 내가 가장 따라 하고 싶고, 온 가족뿐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규칙은 '오전 10시 이전에 부정적인 얘기 금지법'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직장에 막 출근했을 때, 누군가를 만날 때, 맨 처음이 기분 좋으면 별다를 게 없는 하루여도 무언가 더 수월해지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가족들 간의 아침인사나 아침식사 때의 대화도 그렇다. 어제의 힘들었던 일이나 오늘의 골치 아플 일들을 푸념하기보다 별 내용 없는 긍정적인 표현하나,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 한마디가 나온다면 분위기가 더욱 화목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의 첫마디가 가끔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좋은 말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을 간직하려 자꾸 되뇌곤 한다.(예를 들어 오늘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에 주차를 하다 직장 상사를 만났는데, 멋있다! 잘생겼다! 하는 농담조의 칭찬을 들었다. 그 말을 건넨 분이 자전거를 못 탄다는 뒷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그 덕에 나는 가볍고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힘이 났다ㅋㅋ) 게다가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나 자신도 부정적인 말을 줄이게 된다! 여러모로 좋은 습관이고 많은 사람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 역시 두 사람의 어떤 계획이나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인세도 반으로 나누어, 절반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갈 예정이라고 한다. 혼자서도 씩씩한 그녀였지만 책 제목처럼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 같이 쿵짝쿵짝 재미있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게 즐겁고, 한참 어린 사람인 내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괜히 흐뭇하기도 했다. 책에서의 표현대로 '혼자 있는 힘'이 있어야 함께할 사람이 생겨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함께가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는 의견에도 동조한다. 여러 가지 의미로 새로운 소식과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어서 참 좋았던 책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의 본문은 신혼부부의 글이다 보니 글 중간중간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나 서로에 대해 애정 어린(=닭살 돋는) 표현들도 심심찮게 나오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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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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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수록된 풍경 사진 중 몇 장에 푹 빠져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이 보일 때마다 체크해둔 그 사진이 있는 페이지들을 여러 번 펼쳐보았다. 가본적 없는 곳의 하늘과 흙과 돌마저 감동스러웠고, 가본 곳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담겨있어서인지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해서 신기했다. 환하고 밝게 빛나는 풍경뿐 아니라 촬영할 때의 날씨에 따라 우중충하고 안개 가득 낀 풍경마저도 아름답게 풀어내는 솜씨에도 감탄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도 여행에 목말라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여행이야기와 이국적인 풍경들에 가장 몰입해서 보고 읽었다. 사실 책으로 대리만족을 한다기보다는, 약간의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러웠고 나도 막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기도 했다. 그래도 책의 부제처럼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을 따라 세계 곳곳의 장면을 보는 게 즐거웠다. 사진들은 여행에 관한 파트가 가장 좋았고 글은 인물사진에 대한 파트가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도 인물사진을 다루는 본문의 한 부분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유명 인사들의 인물사진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김광석의 사진을 본 것도 반가웠다.


​​사진의 힘은 이럴 때 위대하게 느껴진다. 새까맣게 잊었던 기억도, 옛 사랑의 추억도 사진 하나 때문에 떠오르곤 하니까.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나보다 내 사진을 더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기꺼이 그래도 좋겠다. (본문 중 47p)


사람에겐 아름다운 시절이 따로 없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내일도 아니고 '지금'이다. 사진을 찍지 않은 어제나 과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지금이 내일보다 젊다. 물론 사람은 젊고 아름다운 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본문 중 149p)



다양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온 작가이고, 그중에서도 풍경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고 하는 작가이기에 여행과 풍경 사진에 대한 내용의 분량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도 그 부분을 특히 즐겁게 봤지만, 사실 전체적으로는 구성과 진행이 약간 산만하다고 느껴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목차를 보면 참 질서정연하게 잘 나누어진 느낌인데 글이 짧아 본문 하나당의 호흡이 짧아서인지 한 번에 읽어내리기엔 굵직한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할지, 수록된 사진 수만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추억을 토막토막 나누어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조금은 긴 호흡의 글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에세이를 소설처럼 읽어버렸다는 후회도 조금 했다. 조금은 여유 있게 본문이나 사진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느긋하게 읽어야 더 좋았을 책이라고 서평을 쓰는 지금에야 생각한다.(서평을 다 쓰면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려 한다.)

사진가 안웅철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고,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 음악과 그 외의 다양한 분야로도 관심이 넓어 다양한 콜라보 작업도 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다 제주의 곶자왈이라는 곳의 사진을 찍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인물사진을 찍을 때 그 대상과의 수다와 교류로 먼저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가 찍히고 찍은 여러 장의 가족사진 속 얽힌 약간의 추억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펴자마자 보이는 책날개의 압축된 저자 소개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게 에세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할 만큼 사진과 글로 작가 자신을 드러낸 솔직한 책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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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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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 토성에 두고 간 정찰선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안드로이드의 몸을 갖게 되고 박사를 도우며 살고 있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자신처럼 방치된 우주선이 있을까 여기저기 순찰을 다니기도 하는 나날을 보내며. 한편 맑은 공기는 에메랄드 존이라고 이름 붙여진 한정된 구역밖에 남지 않은 지구에서 나고 자란 룻은 버거집에서 알바를 하고 해커 일을 하며 몸이 아픈 엄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보상금을 노리고 할아버지의 우주선을 찾으러 토성으로 간 훈의 손녀 룻. 둘의 만남은 다소 충동적이고 완전히 진실되지 못했지만,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서로 간의 정을 쌓아간다.


자신을 버려둔 채 돌아오지 않는 않는 훈을 이해하기 위해 고통을 동반하는 감정을 배운 티스테는 너무도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되었다.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날 때의 눈물과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룻에게 틱틱대는 말대꾸를 하며 마음을 연 그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훈과 함께한 과정을 회상할 때를 보면 본래부터 개성적인 인공지능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 순간 눈물을 터트리고 분노하고 슬퍼할 줄 아는 티스테는 우주선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정말 인간 같다. 그는 훈과 함께한 나날들을 소중히 간직한 만큼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은 훈을 용서하지 못하고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훈이 위중하며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에 그의 손녀와 함께 지구로 가는 여정을 택한다.


  티스테와 나는 할아버지의 반쪽밖에 모르고 있었다. 달의 이쪽과 저쪽처럼 우주를 누비던 젊은 날의 할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지구에 정착할 할아버지. 어느 한쪽도 가짜는 아니었다. 두 인물 모두 다비드 훈이었다. 우리는 말하자면 그분의 초상화를 반쪽씩 나누어 가진 존재였다.​  

(본문 중 138p)


글의 초반 룻과 티스테의 시선으로 번갈아 이어지는 본문들은 길이가 짤막하기도 하고 핑퐁처럼 주고받는 템포가 발랄하고 재밌었다. 후반으로 가면 몇몇 기타 인물들의 시선도 간혹 등장하지만, 한 소녀와 한 인공지능의 시점과 감정으로 가득 찬 서술만큼 다이내믹하진 않았다. 훈이라는 존재의 기억만이 두 인물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영향을 끼친 걸 보면 훈 역시 자신의 정찰선이자 동료나 마찬가지였던 티스테를 손녀만큼이나 아끼고 진심으로 대해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온 힘을 다해서 운다. 그걸 뒷받침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내가 발견한 가설을 주장한다.

  모든 새로운 생명은 어디선가 버림을 받고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처절하게 울 수는 없다고 ……. ​ 

(본문 중 162p)


신뢰와 애정으로 가득 찬 관계였기에 티스테가 훈의 부재에 크나큰 분노와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룻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린 티스테나, 티스테에게 거짓말을 해버린 룻은 티스테와 훈이 그랬던 것처럼 관계를 쌓아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여서 이야기의 전개가 내내 흥미로웠다. 위험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그 안에 살고 있는 관계를 맺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배경이 배경인 만큼 일상적이지 않는 사건들이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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