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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귀신과 도깨비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10
김지원 지음, 안병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4월
평점 :

얘들아, 도깨비 이야기 한 번 들어 볼래?
백 년, 이백 년 먹고 노느라 자기들 이야기도 모르고 사는 도깨비들. 원래 이야기는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하는데 도꺠비 이야기는 그렇지 않으니 이야기 귀신이 화가 났지. (이야기 귀신은 세상 모든 이야기를 살피는 귀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야기 귀신은 대장 도깨비를 찾아가 섣달 그뭄(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까지 도깨비 이야기를 찾아 퍼뜨리지 않으면 도깨비들이 모조리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해.
이야기 귀신의 말에 놀라 엉덩방아까지 찧은 대장 도깨비는 느티나무 골로 다섯 도깨비 친구들를 불러. 먹보 도깨비, 외눈 도깨비, 외다리 도깨비, 멀대 도깨비, 몽이 도깨비. 대장 도깨비와 다섯 도깨비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고 퍼뜨릴 방법을 궁리하지.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데요.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게임기에
얼마나 재미있는 게 많은데 ......,
도깨비 이야기가 귀에나 들어오겠어요?

어린 몽이 도깨비의 말. 맞아. 요즘은 어린 친구들도 스마트폰과 게임기에 빠져 책이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지. 당장 우리집 아이들에게도 책과 스마트폰 중 선택하라고 하면 1초도 안되서 스마트폰으로 손이 갈테니까..
멀대 도깨비는 책 귀신 선생을 찾아가자고 해. 살았을 적, 자나 깨나 책만 읽어 사람들이 '책만 보는 바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책 귀신 선생. 저승사자 나리도 책 귀신 선생에게는 함부로 하지 않고, 힘들고 어려운 일 있을 때 물어보러 간다는데...... 책 귀신 선생은 도깨비들을 구해줄 방법을 알고 있을까?

세 고개를 너머 깊은 산 아래, 낡고 오래된 절. 꼿꼿하게 앉아 책을 보는 책 귀신 선생. 책만 읽고 도통 알은 체도 하지 않자 대장 도깨비는 어떻게 하면 도깨비 이야기를 찾아 퍼뜨릴 수 있는지 물어. 책 귀신 선생은 (이름답게) 재미난 도깨비 이야기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읽게 하라고 가르쳐 줘. 도깨비들이 책을 만들 줄 모른다고 하자 책 귀신 선생이 도와주기로 하지. 여기서 책 귀신 선생이 책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게 바로 글짓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 우선 매일 밤 모여 두런두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 봐. 보고 들은 일도 좋고, 직접 겪은 일도 좋아. , 그 다음은 보고 듣고, 직접 겪은 일의 이야기를 꾸미고 다듬는 거야. 어때? 쉽지?
이제부터 매일 밤 모여 두런두런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오.
이제껏 보고 들은 일도 좋고,
직접 겪은 일도 좋소!
보고 듣고,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모두 글이 되지는 않소.
어떤 이야기는 꾸미고 다듬어야 하오.
매일 밤 도깨비들은 책 귀신 선생이 알려준 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호랑이를 혼쭐낸 이야기를 해준 멀대 도깨비. 재미나게 듣고 보니 산삼을 캔 아이가 백호와 마주치자 백호가 제일 무서워 하는 맷돌로 변신해 아이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였어. 도깨비 친구들이 멋있다고 칭찬을 하자 멀대 도깨비는 눈치를 살피다가 진짜 이야기가 아닌,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해. 이야기가 밋밋해질까 봐 책 귀신 선생이 알려준대로 살짝 꾸며 보았다는 거야. 또 외눈 도깨비는 매일 소 한마리를 달라고 당산나무 아래서 기도하는 황 서방을 씨름대회에서 1등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야기를 풀어놓았지. 도깨비들은 이렇듯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냈지.

그런데 대장 도깨비는 한숨만 푹푹 쉬었어. 이야기를 하나도 못 지었거든. 이야기를 못 지어 걱정인 대장 도깨비의 표정. 우리들이 글짓기 하기 어려울 때 나오는 표정이랑 정말 똑같지 않아? 대장 도깨비는 도통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모르겠대. 도깨비 친구들은 질문을 하나씩 던졌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부터 말해보자며..... 그렇게 대장 도깨비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어. 대장 도깨비가 몽이만한 꼬마 도깨비 시절, 몰래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세상 구경을 나왔다가 그만 방망이를 잃어버렸지 뭐야. 대장 도깨비는 도깨비방망이를 금방 찾았었다며 이게 무슨 이야기가 되냐고 했지만 도깨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완성했지. 이야기를 들은 책 귀신 선생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대. 왜 그런 걸까? 궁금하다면 <이야기 귀신과 도깨비>를 한 번 읽어봐! 도깨비들의 이야기 만들기에 풍덩 빠져들 테니까!!
이야기를 꾸미지 않으면 어떻소.
오늘 들려준 솔직한 이야기 덕분에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았소.

그렇게 책 귀신 선생과 도깨비들은 이야기를 완성해 책을 만드는데 성공했어. 이제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일만 남았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아이들이 글 읽는 곳에 두어야 하는데.. 도서관, 서재, 책방 잘 보이는 곳에 푸른빛이 '번쩍' 나는 책을 두었어. 아이들은 두 눈을 의심하며 책을 펼쳐 보았대. 아이들은 우스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짠하고 슬픈 이야기에 푹 빠져 도깨비 이야기를 읽었다나봐.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쓰는 것은책 속의 아이들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귀신'과 '도깨비'의 등장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소재로 글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니 귀에 쏙쏙, 아이들도 신이 나서 읽어 내려 간다. 잇츠북의 '저학년은 책이 좋아' 시리즈는 적당한 글밥과 삽화가 어우러져 그림책에서 동화책 읽기로 넘어가는 초등저학년 친구들에게 정말 딱! 좋다.
유난히 글짓기가 힘든 큰 아이는 대장 도깨비의 한숨 섞인 표정에서 자기를 보는 것 같다며 공감했고, 이야기가 밋밋해 질까봐 꾸며 보았다는 멀대 도깨비는 둘째 아이가 자기 모습 같다며 깔깔 웃었다. 이야기를 꾸미지 않아도 솔직한 진짜 이야기로도 충분히 멋진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에도 깊은 공감을 했다. <이야기 귀신과 도깨비>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글짓기에 대해 배울 수 있다니 일석이조!!
아이들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푸른 빛을 내는 책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며 어서 가보자고 한다. 그...래...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도서관과 서점 나들이 가자! 어딘가에 숨어있는 도깨비 이야기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