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사회에서 우리는 자기계발을 꾀한다. 물론 자기 성장의 목적이 만족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살아남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발전을 꾀한다. 이는 기업에서 명확히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요구되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이로 인한 혁신이 요구된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급진적이고 성공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듯하다. 이러한 혁신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혁신을 꾀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에서 찾는다. 역사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면서도 선택의 대가가 분명한 전쟁터에 주목한다. 전쟁터에서는 승자와 패자, 혁신을 받아들인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한다. 이들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일까? 창과 칼, 활을 주로 사용하던 기병과 보병이 주를 이루던 과거의 전쟁터에서 시간이 지날 수록 화약 무기가 자리를 차지해 간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변화를 거부하고, 어떤 이는 혁신을 받아들였다. 기존의 것을 놓지 않으려 한 자들이 전쟁터에서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맘루크'라는 군대의 모습이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맘루크 군대는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훈련하여 습득한 전투 기술에 자부심을 가진다. 이는 그들이 대우받았던 이유이자 곧 이들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이 화약 무기 앞에서 자신들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이전 방식을 고집하며 기득권과 자존심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화약 무기로 무장한 군대에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전쟁터라는 배경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전쟁같은 현실에서도 여전히 적용되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묻는다. 변화를 수용하여 혁신할 것인지, 정체될 것인지.
이 책은 제목이 '강제혁신'인 만큼, 혁신을 강제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책에서는 계속되는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확히는 살기 위해 발전을 꾀할 수밖에 없었던 국가들과 평화를 유지하며 국방력에 큰 관심을 쓸 필요가 없던 국가들을 살펴본다. 전자는 유럽이고 후자는 동아시아이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는 화약 무기의 수용과 활용에 적극적이었고, 국방력 또한 다른 여느 국가들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아시아의 화약 기술은 정체되었고, 유럽 국가들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기술의 발전을 꾀하면서 그 격차는 점점 커져갔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겨야만 하는 '경쟁'이 혁신을 강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한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오래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평화롭고 단조로웠다. 하지만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불안감이 요동치듯 밀려왔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 와닿았다. 나는 이제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 이 책이 일러주듯, 이젠 나를 전쟁터로 보내 순간순간의 변화에 대응하며 혁신을 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