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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문해력이다 - 수학언어로 키우는 사고력
차오름 지음 / 마그리트서재 / 2023년 5월
평점 :
요즈음 짧은 영상으로 정보를 접하는 데 익숙해지고 독서를 멀리함로써 일어나는 어휘력, 문해력 저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그런데 수학이 '문해력'이라고? 이 책의 제목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수학은 글도 아니고 숫자와 기호의 조합인 것 같은데 문해력이라니?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내가 가졌던 수학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수학은 문해력이다』는 수학을 하나의 언어로 본다. 수학은 다양한 주관적 해석과 모호함을 허용하지 않으며 국적에 상관없이 두루 의미가 통하는 언어이다. 또한 수학은 품사로 따지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형용사나 부사 같은 수식어를 싫어한다. 수학 언어는 '완벽'과 '정확함'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학을 언어로 여기는 시선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나는 수학과 철저히 거리두기를 하던 사람이다. 학창 시절, 넘을 수 없던 벽 같았던 수학 앞에서 나는 의욕을 상실했고 수학 공부에 소홀했다. 특히 방정식을 배우며 만난 미지수 x는 내게 첫 좌절을 안겨 준 존재였다. 수학에 크게 데인(?) 나는 주관적 해석이 가능한 문학과 철학에 푹 빠져 살며 수학과의 단절을 택했다. 그런데 이런 나를 회유하듯이 『수학은 문해력이다』는 내가 수학 세계를 '탐험'하고 싶게 만든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수학 개념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에 비유된다. 예를 들어 필자는 나눗셈이 가진 고유한 기능을 사람 간의 나눔에 빗대어 설명하고, 더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나눔의 공평과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식으로 여러 수학 개념을 설명한다. 소개된 개념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 하나를 꼽자면, 방정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방정식과 미지수를 접하며 수학에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저자는 (우리가 방정식을 풂으로써 알아내려 하는)미지수 x를 탐정이 추적하는 '범인', 형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 존재하는 '유령', 또는 우리 각자가 추구하는 무언가에 비유한다.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방정식 풀이로 이어지고, 그렇게 발견한 미지수 x는 결국 사유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존재라는 결론이 나를 전율케 했다.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수학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마치 음식의 맛을 다 느끼기도 전에 급히 삼켜야 하는 상황 같다. 이런 상황에서 간과되어 왔던 수학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이 책이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수학의 풍미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