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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은 읽기 힘듭니다. 그러나 두 권은, 두 권의 의미가 있겠지요. 

책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책소개를 조금 보니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프랑스 북부의 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저항, 

투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노동자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이다.


자연주의 문학, 걸작, 그런것 다 빼고도 남겨진 단어들에서

책에 그려진 이야기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을 이 소개를. 지나칠 수 있겠어요.

 















천명관의 힘! 제목이 어쩐지 땡깁니다.

고래의 꿈틀대는 힘이 어떻게 화했을까요.
















미국 최초의 SF 소설이라고 해요. 인문서 같은 외양에,

한길사 그레이트 북스로 혼동할 것 같은 표지,

설명을 살짝 보니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

2000년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교육받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45세가 되면 노동의 의무를 모두 마치고 온전히 삶을 누린다.


역시, SF소설이 맞는 것 같군요. 
















전작을 재밌게 봤어요. <골든 슬럼버>, <집오리 들오리의 코인로커> 영화로도 짠했어요.

근데 그건 그렇고, 표지가 왜 이렇게 매력있지요? 그냥 이유없이 보고싶어요.



그리고















페소아, 페소아와, 페소아들

이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있는 제목과

기대하게 하는 '이름'들

이름들. 나도 그런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가명과, 분화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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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9-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르난두 페소아 는 소설이 아니라서 선정되기 힘들지 않을까요? ㅜ 순수하게 추천하는 의미에서 올리신 거라면 상관 없지만 ^^ 페소아 애정하신다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페소아'빠' 안토니오 타부키가 쓴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문학동네 여름호에 짧게나마 번역돼서 읽어봤는데 좋더라고요 ㅜ '오마주'란 거 참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봄밤 2014-09-01 17:37   좋아요 0 | URL
아아, 그렇네요! 소설 신간 안에서 찾았었는데, 알지 못하고 골랐던것 같아요. 오일동안 변경을 가늠해봅니다. 윤스리 님 설명 들으니 환해지네요!

봄밤 2014-09-0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계간지 소식이라니, 고맙습니다 문학동네라니 얼른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ㅁㅎ이름들, 기억할게요. 이렇게 말씀으로 들으니 훨씬 가깝게 기억됩니다.

2014-09-01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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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1 1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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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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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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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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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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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8: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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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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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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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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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忘 혹은 備忘 1



최승자




아무도 모르리라.

그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으리라.

그 세월의 내막을.


세월은 내게 뭉텅뭉텅

똥덩이나 던져주면서

똥이나 먹고 살라면서

세월은 마구잡이로 그냥,

내 앞에서 내 뒤에서

내 정신과 육체의 한가운데서,

저 불변의 세월은

흘러가지도 못하는 저 세월은

내게 똥이나 먹이면서

나를 무자비하게 그냥 살려두면서.























최승자,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지성사, 1993.










_



이런 지경일이라도 세계는 존재한다. 그 까닭을 묻기엔 지나치게 많은 희망이 필요하고 내겐 희망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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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2014. 7.7

성석제, 『투명인간』, 창비, 2014. 6. 30

 


뜻 모를 연대에 대하여

불과 일주일 차이로 나온 두 권의 책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정치를 뒤로하고 글을 업삼은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와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투명인간>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평이한 설명에 손발이 배배 꼬인 새끼줄처럼 돌아간다제목은 물론 분야도 다르지만 이들은 닮은 데가 많다각자 서로 잘하는 분야를 택했을 뿐글이 보여주는 방향과 여로가 친밀하다는 생각같은 선상에서 떠올려 본 적 없는 두 사람이고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의견을 교류한 결과도 아닐텐데책을 덮고 나자 그동안 끓여왔을 목소리가 한 과녁에 같은 곳을 관통한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놀랐다일종의 연대를 확인한 것 같았다. 이 '불확실한 확신'을 설명하고 싶어졌다두 권을 읽으면서 들었던 모종의 연대감. 그저 ''으로 그치는 것일지 아니면 두 권의 책에 의도 없었던 무엇이 있었는지두 작품의 나이부터 헤아려 보기로 했다.


만수유시민성석제

한국에서 나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한데로 묶는다한국과 나이라는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의 의지와 상관없이 처하게 되는 상황은 대개 시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유난히 눈이 왔고 IMF가 몰아쳤다. 교육과정이 바뀌었고 수능 배점이 달라졌고 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유난히 늘어난 정원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은 초만원을 이뤘다이것은 대화나 지식으로 공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확인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을 것즉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투명인간의 만수는 정확하게 몇 년 생이라고 나오지는 않지만 전쟁 통에 백수가 태어난 후(1950년이후집안의 둘째 아들총합 넷째로 태어난 것은 확인할 수 있다금희 명희와의 터울을 어림잡았을 때 만수의 나이는 백수와 여덟아홉의 차이가 있다유시민은 1959년생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성석제가 1960년생임을 떠올리면 만수는 유시민과 동갑내기거나 한두 살 터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이것으로 두 책은 같은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일대기'적 성격에 유사성을 확보한다물론 유시민과 만수의 삶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다그러나 아무리 다른 인물이라 하더라도 통과해 온 삶의 총량과 사회의 모습이 다르진 않을테다. <투명인간>은 성석제의 자전적인 소설이 아니더라도 그때를 살아낸 경험이 바탕이 된 소설에는 분명하므로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석제 표 <나의 한국현대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 역사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에서 저자는 단순히 자신이 태어난 해라는 이유로 '1959'을 기점으로 근현대사를 잡는다독특한 행갈이다이러한 읽기 방식은 크게 역사와 개인의 위치변화이자 인식의 전환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역사서를 기술할 수 있는 '연구자'가 '제시한 통사'에 자신의 일대기를 맞춰서 이해해 왔다면, 이 관습을 이 책으로 말미암아 '이전의 것'으로 미뤄둘 수 있겠다. 첫째그것을 탈피하겠다는 선언이다둘째어떤 역사가 자신의 삶속으로 들어왔으며 내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이뤄올 수 있었는지 '직접 기록하고 싶은 욕구'의 출현이고 셋째 각종 통계자료를 활용해 자신의 여로를 증명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졌음을 의미한다세 번째 항목은 의지와 시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유시민이 아니라 하더라도 거의 모든 개인에게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문서의 접근 가능성에 가장 무게가 실릴 문제이기 때문이다이 책은 세 개의 특징을 갖추고 '자신의 삶'과 '현대'가 어떤 영향을 받고 주었는지 감초 역할하며 정치, 경제, 민주화, 사회변화, 남북관계 등의 장으로 현대사를 정리한다. 믿을만하면서 세세하게 읽을 수 있는 현대사가 없는 틈을 뚫고 들어온다. 조리개, 4.19과 5.18를 한 장으로 확대해서 읽고 다시 역사 속에서 이날을 읽는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력 때문일까. 5장은 특히 인구의 변화추이와 함께 보건복지의 변화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같은 시대를 숨 가쁘게 달려온 모든 벗에게

유시민은 "역사는 주관적인 기록"이라고 거듭 말하며 서문을 쓴다.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집필 동기를 분명하게 말한다. "아직 인생을 회고할 나이가 아니고 아직은 과거보다 미래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자신의 주관적인 역사관이 불러올 논쟁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감정적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되었던 것을 알고 있다그러니 기꺼이 뛰어들겠다는 자세다그는 본문으로 나가는 책장에 "같은 시대를 숨 가쁘게 달려온 모든 벗에게"라고 썼다동시대를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일부를 이해받는다는 느낌 들지 않을까.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성석제 역시 짤막하게나마 뒤편 작가의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함께 느끼고 있다고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 뿐나는 두 개의 말이 매우 통하는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만수와 만수의 가족은 근현대사의 어떤 시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아버지의 삶과 어머니의 삶 첫째 형과 큰누나의 삶둘째 형과 둘째 누나의 삶막내여동생과 막내의 삶을 다 그려낸다. 이들은 한 골에서 태어나 자랐으되 개운리를 벗어나면서 휘어지는 가지항렬성별특기에 따라 사방팔방 뻗어나간 가지와 같다. 여기에 현대사는 채 자라지도 않거나, 이파리를 키우기 전이나, 특히 열매를 맺을 때마다 이들의 삶을 후려치며 들어온다. 적나라하게 작용한다. 성석제는 자신의 내적인 상황과 외부에서 온 움직임으로 흔들리고 붙잡히던 인생을 하나하나 짚는다. "그저 사람 구실하도록 살려만 주소서하며 가족이 빌었던 '만수'가 그 중에 단연 믿을만한 가지로 장성한 것은 이 소설(?)을 읽는 의외의 기쁨 중에 하나다한 삶 한 삶의 참함과 그릇됨과 옹이모질게 분 바람에 부러진 가지를 손으로 훑다 보면 삶 참 쉽지 않다뜻대로 되지 않아 한숨이다. <투명인간>이라는 제목은 다른 곳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이렇게 속이 비치듯 나의 아버지 삼촌 고모그리고 지금의 중 고등학생의 삶을 간극 없이 그려낸 점에서도 이 제목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작가의 눈에 있어야 할 렌즈가 보이지 않는다너무나도 삶그 뿐이다.


왜 지금인가

남은 질문은 돌아와 이것뿐이다그렇다면 이 두 권의 책은 왜 지금인가왜 거의 동시에 출간되어 의도 없었을 '두 손 맞잡는 모양'으로 읽히는 것인가다시 이 둘의 현재의 나이를 가늠해 본다만수와 유시민과 성석제는 현재 오십대 중후반이다오십대 중반은 현재 개인과 사회적으로 가장 큰 부침을 겪는 곳 중 하나다개인적으로 자신의 삶은 창창한데 사회적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나이작은 수가 남아 있지만 사회는 그 마저도 보호할 생각이 없어 1순위로 내보내려는 나이그렇다면 사회의 모짐으로 물러나는 이들은 자신 이후 세대에게 자리를 보전해주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자식뻘일 이삼십대는 아직 자신이 서 있을 땅도 점찍질 못했고 가족 내에서 한창인 아버지와 외부에서 고사 직전인 허약한 중년의 모습, '모순'에 손을 벌린다.


만수萬數만큼 많은 김만수(55세)들에게 

그러나 더 힘든 세상에서 일가를 이루고 다른 입을 먹이고 반세기가 지났다. 어제를 돌아보면 지금은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생긴다) 두 권의 책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쓰인 오십대 중반의 모두에게 바치는 위로와 추억이다유시민은 자신의 삶과 시야가 어떤 역사에서 있었는지 가능한 객관적이며 정연하게 정리했고 성석제는 성석제 아니면 되살아나지 못할 목소리로 그때의 풍경과 목소리를 복원했다내가 살아 온 날은 그냥 날들이 아니어라. 주석이 필요할 정도에 뭐 하나 빠트리기 좋은 시간이다모르고 겪었던 부침이 많았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 설명하기에는 힘이 든다정리가 필요했다. 당신의 삶은 마땅히 그럴 의미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그때에게 너무 멀리 지나온 나의 친구들에게사회적으로 존재가 희미해져가지만 누구보다 궤적 분명한 무엇보다 당신, 만수萬數만큼 많은 오십대 중후반 모든 만수들에게 알린다. 자신을 돌아보고 앞을 바라볼 수 있도록 썼다. 그들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미래의 오십대에게 쓴다. 그러니까 당신과의 소통과 다른 세대와의 호흡을 위해 추천한다. 두 권은 많으니 한 권으로 줄여 드린다. <만수의 한국현대 삶>, 붙인 제목이 변변치 않으나 같이 두고 보시기를, 거듭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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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8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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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8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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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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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스티븐 킹.

부끄러운 고백이다.

그리고 몹시 용기다. 두 권의 분량, 장르는 호러,

선정이 안되길 바라면서 추천.

 















신간평가단 선정은 도서 판매량과 상관이 있을까?

1)         2)


더 나은 도서 생태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1)         2) 


유명한 작품은 굳이 나까지 안 읽어도 된다

1)         2)


모두 틀렸다. 깡패같은 날씨고 선정을 안할 수가 없다.

레이먼드 카버&김연수
















이젠 모르겠다...신중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단편이라 더 좋다. 표지 디자인 왜 이리 좋나.















이것저것 랜덤으로 다양하게 내는 출판사에서 

이창래의 전작이 나오는 것 같다.

<척하는 삶>도 궁금하다.

 














이름 떼고 붙자. 독자 역시 익명이니까.

이제 쌤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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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8-0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터 슬립과 대성당, 신중한 사람 응원합니다 ^^

봄밤 2014-08-03 12:5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윤스리님, ㅎㅎ익숙한 이름이에요. 셋 중에 둘이라면 어느라도 좋겠어요.^^

rendevous 2014-08-16 21:41   좋아요 0 | URL
하진 작가 자유로운 삶 읽고 나니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 정영문 작가가 번역한 작품도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은데 워낙 많아서 ㅜㅜ
 








그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그는 40대 남성으로 단정한 머리에 이마가 조금 훤하다 싶었고연갈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배경은 바람이 날아간 하늘색.

 

테두리가 흰색으로 선명한 증명사진이 지하철 바닥에 떨어져 있다건너편에 앉자마자 보였다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내가 탔을 때부터 내릴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나는 바닥에 얇게 누운 그의 인상착의를 빗눈으로 알아 보았다누가 밟을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지켜봤다당신은 그럴거면 네가 사진을 맡아두지 그랬어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이 질문에서 나는 솔직해져야 한다.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나는 열네 정거장을 오면서 해가 옅어지고 하늘이 무거워지는 것을 보면서 그가 날아가거나 뒤집어지는 일 없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았다그는 과연 40대 남자답게 얼굴을 책임지고 있었다그는 자리를 뜨는 일 없이 눈도 감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았다그가 천장과 완벽한 초점을 이루고 있는 것을 조금은 어려운 각도로 지켜보고 있던 내가 있었단 걸 잊으면 안된다그는 하필이면 내리는 문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조바심이 더했다삼십센치만 움직여도 그는 지하철 밖으로 엎어질 수 있었다그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다 알면서도 왜 데려오지 않았느냐는 원성은받아들일 수 있다나는 한 겹 더 솔직해질 수 밖에.


'나는 그것을 주워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40대 남성인상은 아직 확인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을 간직하자는 것은 어려웠다그러다가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알아버리게 될지도 몰랐다책상 한켠에 그를 놓는 순간나는 그의 이름을 알 것 같았고 사는 곳과 가족과 딸의 이름그 지하철 바닥에 누워있게 된 사연을 줄줄 읊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언제 나를 버리고 떠났나,' 는 그가 벌이는 꽁트에 관객 1,2,3으로 참여해야 했다. 정말이지 그런건 하고 싶지 않다. 아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였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천장을 보고 있는 그는 원래 몸뚱아리의 그 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실제 그를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잘 나왔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얼굴일지 모르지만 생판 모르는 이에게 묻는다면 그가 두 명으로 분리되는 일은 너무도 가능했다


그러는 와중에이런 엄살에, '응응' 적당하지만 조금은 귀찮은 대답을 하면서 당신은 말을 아낀다너는 당연히 그를 책상 모서리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힘도 없었거니와 언젠가언제라도그를 버릴 것이 자명했다그러니까 누군가가 밟을것은 염려한 것은 위선이었고 네가 진실로 꺼려 했던 점은 네 손으로 버리는게 점이었다이점이 그가 누워있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니 이 무슨 앵앵거리는 소린가걱정했다는 얘기는 하나마나였다흔치 않은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너였겠지만그런 걱정 그 정도의 걱정은 그 칸에 탔던 모두가 했던 것이었다그가 뒤집어지지 않은 이유는 그 칸에 앉거나 서있던 32명의 소망이 무겁게 그를 눌렀기 때문이다여기까지 ok. 


그런데 이것을 아는가천장을 보던 남자는 네가 옅어지는 낮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을 때의자 바닥을 쳐다 보았고 네가 프로필을 밀어올리며 새로고침을 하고 있을 때고요한 무릎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네가 눈을 감고 사진 속 남자를 걱정하고 있을 때 그는 각질이 올라온 7센치 힐의 뒤꿈치를 애처로워 했다는 것을. 그러면서 네가 있는 쪽을 향해 조용히 혀를 찼다벌써 두 번째 하는 얘기하지만, 네가 하는 걱정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너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리는 곳을 두 정거장 앞두고 있다. 나는 내리는 곳이 왼쪽이면 그를 주워가리라, 도박같은 약속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행인지, 그럴리 없었는지 문은 오른쪽에서 열렸다. 다행이야 라는 속삭임을 숨긴채 천장을 바라보는 40대 남성에게 빗금으로 인사를 전했다. 나는 안전한 어둠 속으로 나와 둥그런 어둠이 되었다. 누워 있는 남자는 천장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혹시라도네가 나를 주워가면 테두리 밖으로 손을 꺼내야 할지도 몰라서 나는 이마에 땀이 다 흘렀다네가 지하철을 탔던 열네 정거장 내내.'

 


밤 아홉시, 외선순환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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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9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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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0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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