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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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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당신이 읽을 차례-기 드 모파상





믿음직스러운 선택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내가 알거나당신이 알거나그래서 우리가 알거나한 스푼 맛에 대한 만족이 그렇지 않나. 31개의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그들은 외치지만 어떤가, (입안에서 바스락거리며 터지는 외계의 맛은 다신 먹고 싶지 않다)먹는 것은 늘 정해져 있다고르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 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인데(물론 다 알 필요도 없지만) 유구한 맛이라면 나 역시 한 번쯤 알고 싶어진다. 박힌 글씨와 없는 여백을 모두 읽어내야 하는 글에서는 더욱 그렇다기울이는 시간과 노력이 다른 활동에 비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르고 싶다하품이 따라오는 것 같지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아온 이들의 시간의 단위가 한 세기로 접힌다.

 

무려 톨스토이와 니체가 극찬한(!) 이 작가의 단편집은 순서에 상관없이 손 가는 대로 어디를 펼쳐도 만족이다. 63개의 단편을 수록했고, 803페이지의 두께를 기록했으며 책의 제목은 작가의 이름이 되어 '기 드 모파상'이다그 유명한 <목걸이>로 한 때 여느 유년 깊은 한숨을 불러일으켰던 이충격적인 결말에 모파상의 소설을 약간 '공포'스럽다고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위트와 풍자가 전부라는 듯사랑연애가족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에서도 어느 한 문장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이런 성실성에 탄복하면 그것 말고는 쓸 것이 없었다는 듯 태연한 마침표로 답하는데읽다보면 이 사람 얼굴이 궁금해진다대부분 다섯 장을 넘지 않는 간결한 분량에도 백 수십년 전 프랑스를 속속 그려내는데 망설임이 없다내용이 길다고 무엇을 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안다.


<비곗덩어리>는 단편집의 표제작인 동시에, 모파상을 확실히 자리매김한 작품이라고 한다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넘는 통찰을 갖고 있다배경은 전쟁이 차분해진 시기주민들은 프랑스를 점령한 프로이센 군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무렵으로그 중에는 좀 더 담대하게 프랑스군이 점령한 지방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 마차에 탄 10명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인물 소개부터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여섯은 계층이 다르나 연금을 받는 부유층두 명은 수녀한 명의 남자는 공화주의자마지막 여자는 매춘부로 인물 소개에서 이름이 언급되지 않으며 비곗덩어리로 소개된다. 9명이 이름과 한 명의 별명은 남자와 여자를 가르고남녀 사이에서는 파벌(?)을 형성한 대화가 시작된다.


우선 수녀들은 상관없다는 듯 자신의 세계에 함몰하며 세 부인들은 계층이 다름에도 매춘부 덕분에 친구가 되고세 남자 역시 공화당원을 보고 돈으로 인해 형제와 같은 공감대를 느낀다이들은 상황보다 '공간'으로 기울여 설명되는 곳에서 행동이 달라지는 데 이것을 유념해 읽을 필요가 있다. 1) 외부가 아직 전쟁중이라는 전체적인 상황에서 2) 마차라는 격리된 공간이곳에서 계급이 높고 낮음과 인물의 고귀함과 비천함부의 유무는 간단하며 심각한 '배고픔'의 문제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져 버린다그리고 우습게도 비곗덩어리가 갖고 있는 먹을 것으로 구원 받는데이 자존심 상하는 고마움은 잠시, 3) 독일인 장교가 점령한 마을의 호텔에 마차가 서면서(공간의 이동이야기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사건은 좀더 복합적으로 던져지며 인물들의 양상 또한 두드러지게 달라진다.

 

마차에서 내리는 순서는 인물 소개만큼 기억할 만 하다. 적국의 마중에 가장 먼저 순종적으로 두 수녀가 내리고 백작-공장주-상인부부 순으로 별 저항 없이 이어진다문 앞에 가장 가까웠으나 가장 마지막에 비곗덩어리와 공화주의자가 화를 참으며 내린다그 날 밤독일군 장교가 비곗덩어리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전해 오는데이때 처음으로 비곗덩어리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엘리자베트 루세 ''으로진중하게 전해져 온 말은 '자는 것'의 문제여서 비곗덩어리는 화를 내며 거절한다독일인 장교는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말을 매지 못하게 하고그 때문에 마차는 마을을 떠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 먼 자들의 도시>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제한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모습은 다만 소설 속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인류의 샘플이 되기 때문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가 갖는 괴로운 배경은 인간의 다양한 유형들을 기꺼이 드러나게 했다이 세계에서는 살아야 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운그야말로 본능을 갑칠한 인간들이 나타나는 것이다소설은 평소에 알지 못했던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만나고 부딪히면서도 과연 희망이라는 것을 도출해 낼 수 있느냐아니 그전에 희망이 있느냐 는 확신 없는 물음을 던졌다메시지는 다르겠으나 문제에 다가서는 방식은 비슷한 것으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을 꼽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70억을 넘는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해 지표를 설명한다. 이 책이 회자 되었던 이유는 백 명이라는 상상할 수 있는 숫자를 불러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들을 비로소 상상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마차의 '열 명역시 생각해 볼 만 한 인물의 조합이다마차에 올랐던 열 명과 마차에 타지 못한 일반인들의 모습은 당시의 프랑스를 떠올리게 한다일반인(농부)은 마차가 내린 호텔에서 두드러지게 나온다땅에 매이고가족에 매이고프로이센 군인들에 매였을 그들은 어디를 떠난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이 적군과 동화되어 그들의 시중을 든다그들에게는 누구의 통치가 아니라 생활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그러나

 

비곗덩어리의 마지막은 몇 페이지를 남겨 놓지 않는다상황에 따라 바뀌는 인물의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마지막을 덮으면 웃음기가 싹 가신다모파상은 어떤 인물이 대표하는 성향 하나를 찬미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참여와 윤리를 외치는 공화주의자는 상황을 비웃거나 아는 체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라마르세예즈'를 불러 부유층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뿐이다신앙으로 투철한 수녀는 눈을 감고 기도하는 것으로 자신을 모면하고 방패삼는다자신의 이익에 맞춰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며 언제어디서나 눈을 쉽게 감는다자신들의 배고픔을 구원했던 비곗덩어리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유층그들의 아메바적인 뇌새김과 뻔뻔함에는 손발을 모아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그러나 쓰고 가감 없는 비판 속에 나는 과연 어떤 인물일 것인가하는 물음이 따라와야 한다. 대답은 마찻발이 굵게 눈을 가로질러 패이는 소리에 잦아든다.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를 뭐라고 부를 것인가세어지지 않는 것은 소리가 없다는 말일지 모른다내지 않는 것인가없는 것인가 다시 묻는다.


'비곗덩어리'는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기고 62개의 다른 이야기에 바통을 넘긴다비곗덩어리라고 하면 역시 김수영의 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야경꾼에게...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라고 이전의 말을 다시 옮겨 적는다이런 물음이 여기 있어 알린다서둘러 나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미 단편만큼 긴 얘기라니. 그러니 모파상, 다음은 당신이 읽을 차례다. <비곗덩어리로> 옹졸한 분노를 이야기하며 끝을 내달렸지만 단편들 중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도 많고 짧아서 읽기도 좋다. 그 중에 '봄'을 추천한다. "선생, 사랑을 조심하세요. 사랑이 당신을 찌르고 있습니다. 나는 러시아 사람들이 코가 얼어붙은 행인에게 경고하듯 선생에게 이것을 알릴 의무가 있어요" 가을이 다 왔으니 새겨들을만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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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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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인간>은 죽었으나 죽지 않은 '유령'을 포함하고 내가 나를 벗어나는 '유체이탈'적인 상황도 설명한다. '존재감'의 진하기로 투명인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그리고 무엇보다 <투명인간>, '세어지지 않는 사람'을 과장한 말이라고도 생각한다소설의 이해를 위해 '투명인간'이라는 명쾌한 비유를 가져왔지만 구체적인 의문은 '세어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얼마나 세어지는 사람인가하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나는 얼마나 보이는 사람인가'는 묻는 것부터 통하지 않을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천만의 시민들 중에 나는 기꺼이 한 사람으로 세어지는가이 물음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알려져야 구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다대답이 더디고 어둡다그들은 '나를 모른다'라는 명확한 사실에 더해 '나도 그들을 모른다'라는 사실이 길을 막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내가 '나를 제외한 천만의 시민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밝은가'라는 물음이며 물어보나 마나 '못하다'라는 뜻을 안고 있는 무거운 조소다그러니까 더 들어가서역사를 청소하시는 바랜 파란색의 제목의 아주머니와 허리가 굽어 리어카를 끄시는 폐지 가득한 그분의 삶을 ''는 모를 뿐더러더 정확하게 말하면 알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완성된다한편에선 이런 목소리다모르면 다행이지알고서 지나친다말뜻을 알았다면 광화문광장은 발 디딜 틈 없어야 한다특별법 좌초를 무겁게 받는다.

 

"오천 명이 죽었다는 일은 한 번의 죽음이 오천 번 일어났다는 것으로 말해져야 한다*" 라는 말에 깊이 아프다면 나 역시 한 명으로 세어질 수 있는지 깊이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명 죽음 이라는 기사는 현실감이 없다한 줄의 기사는 너무나 빠르게 사라진다이 사건은 한 번 일어남으로 인해 그 안에 수많은 죽음도 한 번으로 뭉뚱그려지는 기이한 현상이 사건과 별개로 또 일어난다역사도 깊어서 언제부터인가세어지지 않는 사람들을 세는 행위가 갖은 핍박을 받았던 것은여기서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저 위에서 까맣게 보이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산 이와 죽은 이가 섞여 진도 앞바다와 밀양과 청와대 앞에 두껍다.

 

<투명인간>은 세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진화인 '투명인간'이 과연 언제부터 생겨났나라는 의문에 대한 추적이다성석제는 자신이 복원할 수 있는 끝까지 밀어 올라가 원인 같은 것을 찾으려 샅샅이 살핀다그 결과 만수의 삶이었고자신의 나이와 같은 만수의 탄생이었다자전적인 요소가 없으되 자신의 삶이 묻어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만수의 조부모 이야기부터 석수의 아들 태석의 이야기까지 아우르는 그네들의 반백년 이상의 삶은 현재 우리가 시시로 만나고 기꺼이 되고 말았던 투명인간의 탄생기다그러나 흔하게 있었을 사람들이 성실하고 안타까운 삶을 살다가 어느 날 투명인간이 되버렸다는 허무한(?) 결론에 이른다. <투명인간>을 읽기 전까지 만수의 속삶을 알지 못했지만 이렇게 공들여 적었으니 나는 더 이상 만수를 모른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나는 만수의 세간을 알고 있고 만수의 어릴 적을 알고 있으며 만수의 놀이를 알고 있다만수가 자신의 동생들을 어떻게 위했는지 알고 있으며만수의 동생들은 각각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다. <투명인간>을 읽는 이는 만수의 삶을 다 꿰어버렸으니만수는 소외되고자 노력해도 그럴 수 없다만수의 삶은 오십대의 만수만큼 많은 삶의 대표하고 있으니한국 현대 삶 일부를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투명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이해는 무엇일까,

 

우와우리 같은 서울에 사니까 오늘 천만분의 일의 천만분의 일을 만나는 거네요확률로 따지면 백조분의 일이에요. p.359.

 

라는 감탄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추임새인가그러나 이것은 백조분의 일의 확률을 '기적'으로 치환할 수 있는 생각의 트임이다성석제는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라고 썼다.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함께 느끼고 있다고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이것은 소설이 갖는 목표 같은 것은 있지도 않고이해를 바라는 것도 아니며 그보다 작은 '느낌'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대답이다나와 다름없이 그저 살아오는데 온전히 생을 다 바치는 사람들이 있음을 느낄 뿐이해보다 작은 느낌의 문제에는 긍정도 부정이 개입하지 않고 그저 다른 존재를 감지하는 데에 있다.다시 말하면 우리가 이 느낌의 문제에서 얼마나 멀었었나 하는 반성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나와 다른 이들이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반증그리고 이것은 다른 이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 내에서부터 얼마나 가혹한 일이었는지 되 집는다가족이란 얼마나 외부에 잘 보이기 위한 울타리로 치장되기 쉽던가가까이서 보면 살대가 다 썩어 있는 지경을. <투명인간>은 곰팡내 난 부분까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그래서 가장 아픈 곳 중에 하나는 만수 아내의 독백이었다.


앞으로도 누군가 내 삶 앞에 쳐놓은 거미줄 같은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앞으로도 남편이 가져다주는 알량한 수입을 쪼개 살림을 해야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아이를 감당해야 하고 내 한 몸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시누이를 돌봐야 할 것이었다내 아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앞으로도 삶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지친 사람이면서 지쳤다 하소연도 못하고 그들이 배설하는 비정상적인 감정을 모두 받아내야 할 것이었다그게 제일 힘들었다나는 김만수라는 사람을 사랑하고 남편으로 맞아들였다는 죄로 이상한 방식의 희생을 강요받고 그것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앞으로도 영원히. p.338-339.

 

아멘이라고 나도 모르게 말을 잇는다오십대 남성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그와 비슷한 유년을 거친 여성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삶에 가장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지친 사람이면서 지쳤다 하소연도 못하는” 이 이자 이상한 방식의 희생을 강요받고 그것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 어머니요새 가정의 거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 아닐지투명인간은 가장 '작은 사회가족에서부터 시작하는 '투명인간화'를 그리고이윽고 사회에서도 발견되는 사태를 그린다그러나 꼭 투명인간이 사회의 크기별로 발전하거나 양상 되는 것 같지는 않다소설 뒤편에 다소 엉성하게 들어가 있는 <투명인간>문답 내용은 소설이 더 커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자에게 맡기고 물러서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끝났고그 이후는 알아서 생각하라는 주문이랄까.


소설이 과거를 그리는 것이 그저 이야기를 풀기 위한 장치거나 풍경을 선명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박물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그것을 재현하는데 힘을 쏟았던 까닭은 지금 이 책을 보는 이들에게 과거를 선물하기 위해서먼 날을 품에 안고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은 어디 없을 아궁이북데기나 검불솔가지처럼 매운 연기가 많이 나는 것. "내가 부엌에서 연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밥을 짓다보면 방 안에서는 갈라진 구들 사이로 연기가 솟아올라 동생들이 울고 굴뚝에서 나온 연기에 무슨 밥 냄새라도 숨어 있는지 소와 돼지가 밥 달라고 울었다." p.70. 이 날들이 배어있는 이름 모를 모든 만수를 위하여사라진 그날을 복원하는 소설의 ''을 다시금 확인한다. 종합해 <투명인간>은 무엇보다 지고 있는 오십대의 존재감을 알렸으며이들을 나 어린 세대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으나 과묵했던 세대여책을 읽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없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당신은 투명인간으로 사라지지 말아라투명해 질 것은 아궁이 군불에 맵고학교를 졸업하면서 읽었던 답사의 울먹임과 아침과 장성한 여동생이 시집가는 어느 정오그리고 어느 날 무심코 지나온 늙음을 헤아릴 수 없는 어머니손, 위로 떨어지는 눈물뿐이다


<투명인간> 읽기의 마지막은 이 소설에 기대고 위안할 수 있었던 이야기의 힘을 나의 읽기와 쓰기로 돌려놓는 것이다투명해 지는 것을 붙잡아 그 자리에 놓기 위해서그곳에 내가 '있기위해서그리고 나는 '나의 있음'이 내가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투명하지 않을 일을 기다린다내가 확실해지는 만큼 다른 이와 확실하게 부딪힐 수 있을 테니까.

맨 앞을 다시 생각하건데 신문에 나지 않는 산적한 일들삶을 자신의 뒤에 놓고 외치는 가장 중요한 호명이 가슴 아프게 잦아드는 것은, 그토록 명백한 구호와 절규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을 외치는 이가 투명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지켜보는 그 밖의 사람들이 투명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 모르고서 멀리서 아플 뿐이었던 나는 더이상 투명해 지는 것을 거부한다. 그곳에 내 일부를 보태고 싶다목소리와 무릎과 눈빛그리고 이렇게 무용한 글쓰기 같은 것을.






*문학동네 팟캐스트 채널1. 10회 에서.

옮긴 내용이 확실하지 않습니다들어보시기를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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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김민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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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템포, 무난한 질감, 무난한, 평화 가운데 바둑을 두는 풍경이 있다.


'나'는 바둑돌 같은 작은 사물을 하나씩 호명하며 엄마 없는 자리에 놓는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도쿄살이. 엄마가 '있다'가 '없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담담하다. '담담하다'는 슬프다의 작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유머가 잔잔하다는 쪽으로 담담의 추를 옮기자. 이곳의 유머는 몸 어디에도 '웃음'의 징후를 주지 않아서 중요하다. 사실은 실소도 못할 것들이다. 이것은 웃음의 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웃음의 내재율에 대한 문제일 것 같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재미'라는 말에 플랫 두개를 내려 '재미있다'고 소리 낸다.


무수한 바둑돌 가운데 꽈배기를 집었다. 나카노의 생제르맹에서 꽈배기를 먹으며 엄마가 찹쌀을 추측했던 기억. 과연 차진 식감이었고 엄마가 '찹쌀을 썼을거야' 라고 했기 때문에 옆에서 그녀도 그런가 한다. 장면이 바뀌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가게에 들리는데. 그녀는 묻지도 않은 말을 가게 주인에게 건네며 말을 붙인다. "저희 엄마가 여기 꽈배기 도넛 팬이에요" 그러냐, 고맙다, 너무 맛있다, 등의 대화에서 그녀는 찹쌀을 쓰느냐 묻는다. 이에 '친절한' 가게 주인은 "프랑스산 통밀"이라고 답하는데. 그녀는 "통밀의 종은 너무나 길고 우아해 차마 외우지 못했다"고 말을 잇는다. 당신의 무언가 징, 하고 떨린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웃음의 내재율이 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 잠이 늘었어 

빵은 여전히 맛있고 그래서 서운했다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을 땐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사랑과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그 '무엇'이 중요해진다. 특별할게 없었던 물건의 소소에 눈을 기울인다. 찹쌀 혹은 통밀. 이런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설명보다 뉘앙스라며 얼버무리지만 당신은 이 머뭇거림에서 마음을 '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 가능하면 밥은 거르지 않으려 해

조규찬의 <잠이 늘었어>는 그저 ‘잠이 늘었다’는 가사로 사분 오십초를 지난다. 없는 사랑과 사람에게 내가 점차 튼튼해지는 과정을 들려준다.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 싶어 졌어” 아무렇지 않은 말로 당신이 없는 빈자리를 정돈한다. 이 노래와 <엄마의 도쿄>는 닮았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사라진다. 새삼스러워서 크게 아픈가. 그녀는 엄마의 작은 것을 붙들어 <엄마의 도쿄>를 썼다. 소중한 기억을 개켜 빈자리를 지켜낸 에세이. 우리가 무엇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의 곁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한 어떤 기억이 아닐까. 잠이 늘었다는 노래의 마지막은 "슬프지 않는 내 모습이 보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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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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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선보인 건강카트 2012. 4


카트 말인가백 원을 넣으면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카트 무더기에서 하나를 빼낼 수 있고다른 카트에 끼워야 달칵 하면서 백 원을 돌려주는 <꽤나 합리적으로 생긴 물건>말인가요새는 칼로리 소비량도 측정 해준다던데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운동량도 쟬 수도 있으니 <꽤나 똑똑하고 기특한 물건>아닌가아니장을 다 보고 빈 카트를 원래 카트 무더기에 놓아야 하것만 이것을 귀찮아하면 찾지 못한다는 '백 원말인가어떤 이는 카트의 '백 원쯤이야 넓은 아량으로 그냥 주고 돌아서고 어떤 이는 이런 행위에 분개해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문제의 '동전말인가. 그 어떤이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를 비틀어 그것을 공격하는 총알을 만들었다는데칼레 라슨과 그가 만든 <애드버스터스>의 이야기이다

 

문화유전자라는 다소 낯선 말, meme밈이라고 읽는 편이 낫겠다그 밑엔 조금 더 낯선 부제가 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잔뜩 긴장하며 몇 장을 넘기면몇 장을 넘겨도 본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멀다의미를 알기 어려운 흑백의 풍경이 계속된다. '별 의미 없는 사진'이라며 긴장을 푸는 순간 이런 문구를 만나게 된다. '왜 우리는 아무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생각해 본적 없는 물음대답을 생각하면서 다음 장을 넘기면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고 써 있다그건 좀 더 어려운 걸다음 장에는 '이 땅위에 존재하는 생명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멈칫한다저녁으로 먹은 맥도날드 부스러져있는 쓰레기반쯤 남은 콜라자리를 치우느라 뜯어낸 휴지말하자면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의 의미 말인가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쓰레기로 남는 것의 차이쓰레기와 쓰레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동시에 존재하는 이유싸구려 고기 볼에 가득한 채 몇 개의 그래프를 넘긴. "그래경제학을 공부하신다고?"

 

이 책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허구를 까발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다총 10장으로 각 장은 창의적인 광고와 패러디의 유기적인 나열, 적절한 문구가 더해져 마음을 움직이는데 최적화 되어있다각 장의 마지막에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학자들의 글을 실어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책을 넘기기 전에 신+고전파 라는 이름부터 알고가자이것은 '인간을 합리적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가정 하에 경제를 설명하고 제시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인간은 합리적이다웃음이 다 나온다웃음을 틀어 맨 이 근엄한 말은 '진짜 인간'을 오해하고 있다고 외친다지금의 세계는 신고전파라는 '신화'를 만들기 위해 본성을 억제당한 인간들을 배출하는 '기이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해야 한다게다가 '보이지 않는 손', 언제 적 얘기인지이 손은 논리의 빈곳을 메꾸며 사람과 환경을 좌지우지 한다이상 상황 파악 끝칼레 라슨이 말하고 싶은 것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이 그릇된 신화를 부수가 위해서 필요한 전쟁을 선포한다. '문화유전자'를 통한 파괴뿐이라고.


 


앞에서 말했던 '극대화의 추구'를 조금 더 살펴보자거의 전 세계의 모든 개인과 나라의 목표인(지금도 여전하다이것은 어떤 숭고한 목적이 있을 것 같지만 어리석게도 그저 '부는 있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으로 인간은 얼마나 부유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는 동안에 기아와 자연재해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것은 확실하다심각한 생태 위기는 TV가 말하지 않아도 피부에 닿고 호흡에서 느끼지 않나망할 미세먼지부의 극대화는 환경파괴의 극대화도 이뤘다.


지구는 규제를 벗어난 이 모든 경제 활동을 지탱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는 심각한 생태 위기를 맞았습니다이제는 극대화만을 추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이제부터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그러려면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생산이야말로 지구에 숱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니까요생태 위기가 뜻하는 바는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157.


지구의 피해에 경제학이 개입했다는 고백이다경제학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우리는 생산자를 넘어선 생산량을 위해 달릴 것이고 지구가 버틸 수 없게 된다부를 목표로 하는 (잘 살아 보려는)삶은 근본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을 위협하는 셈이다소비주의가 과연 인간 본성의 일부인가그게 아니고서야 생산과 소비에 모든 것을 걸지 않을 수 없잖나무엇을 사지 않고는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매일 소비하는 사람들그러나 본능에 내재 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압력으로 형성된 역할극이라면역시나가난한 사람들 모두 문명의 이기를 선호 할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원주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달랐기 때문인데원주민들은 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관계를그리고 어머니 자연과의 관계가 '문명의 이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를 쌓느라 놓친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앞서 원주민들이 물질을 제끼고 지켰다는 가치가 흰트다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관계그리고 자연과의 관계파괴된 지구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탁월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린지 오래'라는 케네디의 연설을 인용한다. 213. 무려 68년에 퍼졌던 말이지만 상황은 그때보다 악화되어 잘 맞아 떨어진다.

 

미국의 GNP는 연간 8,000억 달러를 넘지만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됩니다대기 오염담배 광고고속도로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차현관문에 다는 특수 자물쇠와 이 잠물쇠를 부수는 사람을 가두는 감옥. (...)하지만 다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아이들의 건강교육의 질놀이의 즐거움시의 아름다움. (...)한마디로 GNP에는 삶을 살아갈 만하게 만든는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p. 213.

 

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경제를 잘 설명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도 나라의 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여 왔다내가 크게 놀란 것은 이 다음 장, <진짜 비용>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자동차를 운전하는 진짜 비용을 계산하는 부분이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의 환경 비용도로를 건설하고 보수하는 비용교통사고로 인한 의료비용도시 확장으로 인한 소음과 불쾌함심지어 주요 유전과 송유관을 보호하는 군사비용까지 전부 합산한다자가용을 사려면 최소 1억 원휘발유 한 번 주유하려면 30만 원은 족히 들 것이다운전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운전해도 괜찮지만미래 세대나 지구 반대편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그러면 부자들만이 마음껏 사치를 누리는 세상이 아니라 그 반대의 세상이 될 것이다." 221




이런 비용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는 탈 수가 없다우리는 그 모든 비용을 계산 하지 않고 먼 미래에 채무 하고 있었다. 그저 합리적인 경제활동, '지속 가능성'이라는 딱지에 안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실재의 본질은 자본과 <자연>이다둘 다 천상 저 너머에 존재한다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유출된 원유가 있다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저 너머>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p. 246.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비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티머시 모턴의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1) 사물의 본질은 다른 곳(자본무의식존재의 심층 구조)에 있다. 2) 본질 따위는 없다(행성 지구가 지금 큰 곤경에 처한 한 가지 이유는 답이 명쾌하지 않아서다이건 마치 회갈색과 갈회색 중 하나를 선택하는 꼴이니까). 그래서 여기 제3의 답안이 있다. 3) 본질은 존재한다. p. 246.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살아가는 것으로 생기는 부같은 '부산물'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행위자체일 것이다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한정서적 교류를 지속하기 위한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핵심 지대에 머물기 위한 영적 싸움이다'.p. 264.


잘 모르겠다면 세 가지 질문을 기억하면 된다. 책은 마치면서 처음, 난데없이 시작한 질문을 다시 묻는다. 1) 우리는 누구인가? 2)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3)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지구와 인간 경제의 체제의 재인식, 재구성에 있다. 인간 경제가 지구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신고전파 패러다임을 버리고 그 반대의 위치를 갖는 생태주의 패러다임으로 건너가는 것. 이것은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도 살게 하는 새로운 질서다. 꿈같은 이야기다싸구려 고기를 다 삼키고 플라스틱물병을 든다. 이 역시 얼마나 많은 '가격'이 매겨져야 합당한 ’인지 생각한다생각과 실천을 준비한다실천이 당장 어렵다면 생각을 퍼뜨리는 수밖에. 밈이 그런 의미 아닌가. meme :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 이제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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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4-07-3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 리뷰가 말미잘 선정 '7월의 가장 핫한 리뷰'로, 봄밤님은 '이달의 알라디너'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 부탁드립니다. 상품은.. 치익 치익-. 개별 통보.. 치이익- 입니다. 최근 알라딘 서버 이상으로 원활한 서비스 제공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봄밤 2014-07-30 20:31   좋아요 0 | URL
우선 제게 공감을 주시고 먼 곳에서 와주시는 즐찾 일곱 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더불어 '동호'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말미잘님께는 직통 번호를 알려드리오니, 알라딘 서버를 거치지 마시고 전말을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심정을 담은 BGM을 소개합니다. 이이언의 '자랑'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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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는 세계의 탄생-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이 원자폭탄 때문에 내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p. 221.


 

<셈을 잘하는 까막눈이 여자>의 스토리는 '그럴 수도 있죠'를 기반으로 한다물론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던 놈베코의 인생은 '그럴 수도 있죠'로 얼버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나서 영양 육포와 바뀐 핵폭탄과 스웨덴에 도착하는 것이 과연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인가두어 번 살게 되면 그때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쌍둥이로 태어나 하나의 이름으로 사는 홀예르 1,2의 삶은 어떤가물어보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본멘 소리이게 말이 돼기가 차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며 페이지를 넘긴다. 시도 때도 없는 코미디다신음하는 홀예르2의 삶에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수밖에.

 

핵폭탄이라면서실은 수조의 거북이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돌보지 않는다거북이라면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일광욕도 시키고... 거북이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 그밖에 것을 더 생각하겠지만폭탄을 집에 두고는 독자만 전전긍긍하게 해놓고뾰족한 대책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그리고는 그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는 대답을 이 먼 곳의 독자에게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뭉스런 스토리에 걱정이 되는지, 이렇게 극중 인물을 빌어 묻는다. '이 (원자폭탄)소설 때문에 내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라고놈베코는 능청스럽게 '뭐...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며 넘기지만 간단히 말해 내 대답은 가차 없다당연히 화나지 이 양반아어떻게든 전해지길요나손의 진지한 답변을 듣고 싶다.

성석제가 떠올랐다. 군더더기 없는 간단한 문장만으로 논리적인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상한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인데, 우울이나 슬픔이라고는 없는 비극을 살아내느라 고통조차 희화화 되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열심이다한편으로는 우울과 슬픔이 허락된 이 세계에서 고통을 고통으로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유머'만큼 끔찍한 것도 없을 테니까. 여기까지 미치자 비로소 유머가 어떤 마음에서 존재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유머는 슬픔을 온전히 슬퍼하는 마음에 실은 후에야 존재할 수 있는 형식이라고.  

 

그래서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유머 감각을 지닌 광신도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아모스 오즈> 오호라. 이 소설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떠올랐다.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않은 채 굳건하게 지켜야할 '믿음'만 있는 광신도처럼,근엄하게 유병언 일가의 수사(?)결과(?)를 발표하지만 말을 맞추지도 협력하지도 끝내는 무엇조차 믿을 수도 없게 하는 그분들과, 뭐 발표만 나면 릴레이 경주 바톤터치 하듯 기사를 까는 그들에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진상을 밝히는 노력이지 우스꽝스러운 '믿음'의 간증이 아니다. 여기 그들에게 심각하게 부족한 '유머'라는 덕목이 가득하니, 진지 좀 그만먹고 책을 좀 보세요, 놈베코의 생각을 보낸다. 

 

놈베코는 이 휘발유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공동변소에서 분뇨통을 두어 개 비워 보면 시야가 좀 더 넓어질 텐데.....p. 242. 


이렇게 능청스러운 말들이라니그러면서 굳이 꺼내지 않는 아픈 말줄임표라니. '셈까말'에는 원자폭탄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존재하지 못하는 삶을 조금은 아쉬워 하면서도 현재에 살기를 멈추지 않는 주인공들이 있다. 삶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자꾸 삶에 닿고 싶게 하는 유머의 힘을 들여다 보길. 나는 창문 밖으로 도망쳤다는 백세 노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것도 상쾌하다면 그분들께 또 추천할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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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sky1004 2014-07-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있는 책이에요. 봄밤님처럼 리뷰를 감질나게 잘쓰시는 분들을 보면 항상 놀래요^^ 봄밤님의 평에 백퍼! 공감합니다!
진짜 유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 정치얘기만 몇페이지에 걸쳐 나올때는 간혹 패스하기도했지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는 바로 이책을 보고 하는 말인듯해요.
봄밤님을 관심서재에 일단 모셔두고ㅎ 연일 너무 더운데 지치지마시고 즐거운 독서하면서 여름 잘보내세요^^

봄밤 2014-07-28 17: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lakesky1004님, 먼 곳까지 걸음 고맙습니다.
리뷰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지요!ㅎㅎ
저는 요나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전작까지 궁금해졌어요.
더위에도, 냉방에도 지치지 마세요+_+. 건강한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lakesky1004 2014-07-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추리소설,장르소설은 별로 안좋아하시나요? 전 독서하면 열에 아홉은 추리소설이거든요. 마이클 코넬리 무진장 좋아하구요. 봄밤님이 추리소설도 좋아하시면 추천해주시는 책이라면 읽어보고싶네요^^

봄밤 2014-07-28 17:08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 장르소설은 잘 알지 못하는데요, 마이클 코넬리! 찾아보겠습니다.+_+. 추리소설은 고전으로 불리는 것만 접해보았습니다. 편식이네요 으앗. 하늘호수님 서재에서 전해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