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두려워할 것을 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건 네 숙명이고, 그걸 아는 건 내숙명이다. 물론 너를 처음 만난 순간의 나는 예외적으로 너에 대해 무지했지만 그날의 네 두려움만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한 시늉을 하고 네게는불공평하게 흘러갔다.

그러니 내 부탁 또한 너는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백업은 정답과 전혀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백업은 중앙과 관련된 단어를모두 소진해서 행성세계와 연관된 암호만 입력해댔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숫자와 기호들,
유행어와 은어들, 조상 컴퓨터의 이름들, 과학자의 이름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비밀번호 따위가 암호창에 부딪혔다가 무력하게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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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약회사 파이자만이 셀트린에 경쟁할 만한 상품을 내놓았다.

우리의 주인공 유소현은 91년생이야. 중학교를다닐 때 즈음에 모 박사가 매스컴에 출장 나오기 시작했지. 그때의 광란이라면 너도 잘 기억할 거야.
잊을 수 없는 이야기지. 논문 대신 SF 소설을 써서상당히 유명해졌던 그 사람! 중학생이던 소현은 당시의 열풍에 그대로 노출됐어. 모 박사 위인전, 모박사 다큐멘터리, 모 박사 인터뷰…. 신화는 몇 년지속되지 못했지만 유소현의 무의식에는 생물학에대한 동경이 이미 깊게 각인되었지.

 마포구, 서대문구의적막이 오늘 아침 9시에 일제히 사라졌다는 뉴스들. 이게 다 대통령 덕이라는 댓글도 있었고, 대통령 때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댓글들도 있었다. 나는 대통령 뽑았지 제사장 뽑았냐고 조롱하는글을 남겼다.

막다른 곳에 몰렸던 소현은 윤리 규정 덕분에 많이 진정한 것 같아, 의, 실험 동물들을 다루는 데 대한 여러 윤리적인 규칙들이 있잖아. 필요 없는 고통을 주면 안 되고, 가능한 희생을 최소한으로 해야하고, 사실 그런 규정이 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진데 말이야. 사람들이 자기를 윤리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걸 알기나 하겠어? 그러니까, 그건 결국 전부 실험자를 위한 규정이야. 실험자가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한결 편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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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보수주의자들이여, SF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시길. 어차피 SF는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몇 권의 글줄이나 한두 편의 영화 정도로 바뀔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오직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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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1
이경희 지음 / 구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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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SF에 입덕한 독자입니다! SF 입문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SF 주요 소재별로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앞으로 SF를 읽으면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읽던 책들을 모두 중단하고 이 책 먼저 읽었는데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러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장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덕분에 장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가 왜 SF에 빠졌는지도 알 것 같아요! SF의 매력을 글로 풀어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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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작품이 장르에 담기는게 아니라, 장르가 작품에 담긴다. 장르는 바구니가 아니라 해시태그 다.

얼마나 멀리,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는 당신의 몫이다. 물론 나는 SF의 세계로 향하시기를 추천드린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이 장르를, 이 세계를, 당신도 함께 사랑해 줬으면 해서다.

그냥 쉽게 생각하자. 마음 편히 SF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자연스럽게 SF가 무엇인지 알게 될것이다. 당신이 SF를 읽고 보고 플레이하며 ‘아, 대충 이런거구나‘ 하고 떠올리는 그 느낌이 바로 SF다. 데이먼 나이트의 말처럼 "내가 SF라고 부르는 것이 곧 SF"인 것이다.
당신이 SF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생각하건,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고 생각하건, 누군가는 끔찍이 싫어할단어인 ‘공상과학‘이라고 생각하건 상관없다. 그게 바로 당신의 기준이니까. 각자가 생각하는 SF의 기준이 공명하고 하여 형성되는 모호한 경계, 그것이 바로 오늘의 SF 일 것이다.- P29

"너네들 전부 흥이다! SF 좋은 거 나는 예전부터 다 알았거든?"

더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우리 삶을 직접 대입시킨 국내SF들이 넘치는 지금에 와서는 굳이 SF를 시작하겠다며 계보를 따지며 미제 유물을 숙제처럼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것들은 이미 고전이 되어 버렸고,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으니까. 물론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대상의 재미가 있지만, SF의 본원적인 재미와는 조금 다른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그냥 마음에 드는 최근의 한국 SF부터 읽기를추천드린다.

과연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혹은 아포칼립스일까.

물론 SF는 미래를 예언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하지만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SF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혹은 제안한다. 가끔은 우리가 마음속 깊이 욕망하고 있던 미래를 형상화하여 눈앞에 보여 주기도한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말이다.

우리는 SF를 통해 남녀가 완전히 평등해진 사회를 디자인할 수도 있고, 지구상에 운석이 떨어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다. 모두가 영생불멸하는 미래를 상상하거나, 우주의 시작과 끝을 사유해 볼 수도 있다.

SF는 초월에 대한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 준다. 온몸을 기계로 바꾸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거나, 과학의 힘으로영생불멸한다거나, 초능력을 얻어 상대의 마음을 읽고 물체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등 어떤 복잡한 욕망도 실현 가능하다. 초월을 다루는 이야기는 워낙에 인기가 많고 자주 반복된 탓에,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이야기가 이미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당신은 취향껏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유독 한국의 SF 작가들은 남들보다 섬세하고 따스한 사람들인 것같다. 그들은 우리의 사소한 아픔을 놓치지 않고, 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작품에서는 작품 바깥에서든 말이다.

왜 SF에 대해서만 이런 호들갑을 떠는 걸까? 미스터리는악의 발생을 탐구하기 위한 사회학적 도구인가? 호러는 공포의 성질과 죽음을 해석하는 수단인가? 로맨스는 사랑의본질을 이해하려는 철학적 시도인가? 그럴 리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SF에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F는 인류의 비전을 추구하기 위한 장치도,
윤리와 지성을 논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그건 이 장르에대한 지나친 승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즐겁기 위해 SF를 소비한다. 그럼 왜 안 되는가? 그냥 즐거우면 왜 안 되는가? 나는 일부 SF 팬들의 선민의식에 진절머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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