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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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키 소설과는 이별이다.
엄청난 두께에 비해 내용은 지지부진 그 자체다. 사건은 나무 늘보처럼 한없이 늘어지고 결말의 연결 고리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끝없는 암시와 암시.
이데아 기사단장의 희생과 주인공 화가의 행로, 멘시키의 딸일지 모르는 소녀는 어째서 멘시키의 저택에 숨어있어야 할 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화가의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결합을 원하는 설정도 작위적이다.
한 때 하루키 소설하면 덮어놓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독특한 번역체 문장과 흡입력있는 글에 매료됐다. 거기에 가볍고 트랜드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다. 빛나는 비유는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소설이 거듭될수록,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30대 정도의 이혼남이거나 독신남으로 혼자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데 능한, 요리를 즐기고 음악적 소양이 높은,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 같은 주인공들에 지쳐간다. 거의 항상 기묘한 사건을 -독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에서 기묘하다 강조한다- 겪는, 하루키만의 일정한 패턴에 지쳐간다. 도저히 짐작 조차 할 수 없는 그의 방점 만큼이나.
세계적 작가인 건 충분히 알겠으니 그냥 그의 맛깔스런 수필집이나 잡문 쪽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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