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울창하고 키 큰 나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긴 하다. 호리호리한 어린 사이프러스 묘목은 빠르게 몸집을불리며 어떤 풍경이든 장악한다. 말없이 풍경을 잠식하면서 우리의자의식을 위협하는 듯하다. 사이프러스는 우리가 꾸는 가장 불안한꿈의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게, 조금은 불길하게. 식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목가적 이상향에 드리운 어둠으로, 정원의 아늑한 공기를 뚫고 울리는 음산한 음으로, 강한 향을 풍기는 영원한 수행원으로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 어렴풋이 알지만 감히 인정하지못하는 것들의 형상을 한 채 서 있다. 우리의 그 모든 불안 속에서도이 키 크고 흔들림 없는 침엽수들은 말없이 서 있다. 우리의 끔찍한불안을 투사하면서도 대체로 무심하게.-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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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정신분석가들은 가망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이 삶의 흐름 속으로 되돌려놓는 사람, 그들의 표현을 쓰자면 적응시키는 사람이 한 명이라면, 무기력해지는 사람은 10여명이나 된다. 우리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정신분석가를 만들어낸다 해도 세상에는 항상 정신분석가가 부족할 것이다. 수백 년에 걸친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데는 짧은 전쟁 하나로 충분하다.
물론 수술법은 새로이 발전하겠지만, 그런 발전이 어디에 소용이있을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우리의 생활 방식 전체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좋은 수술 장비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이다. 만약 모든 외과 의사, 정신분석가, 의사가 일에서 손을 떼고 에피다우로스의 원형극장에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만약그들이 인류 전체가 당면한 강렬한 욕구를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논의할 수 있다면,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이라는 답을. 모든 나라, 모든 계급, 모든의식 영역에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 세계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싸움의 상대는 질병이 아니다. 질병은 부산물일 뿐이다. 인간의 적은 세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다. 우리가 품고 있는 자만, 편견, 어리석음, 오만이다. 그 어떤 계급도 안전하지 않고, 어떤 제도도 만병통치약을 갖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의 방식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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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의 사장이 되기보다는, 누더기를 입고 다니며 내년에 거둬들일 옥수수를 고대하는 삶일지라도 양심이 깨끗한 살인자가 되고 싶다. 이 가엾은 그리스인처럼 온화하고 빛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물 기업인은 없다. 물론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그 그리스인이 죽인 사람은 딱 한 명뿐이고 그것도 정당한 분노에서 우러나온 행동인 반면, 미국의 기업인은 매일 잠결에 수천 명의 무고한 남녀노소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 여기서는 아무도 양심이 깨끗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살인 기계의 일부다. 거기서는 설사 개처럼 사는 살인자라 해도 고귀한 성자처럼 보일 수 있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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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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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은총 / 철학강의 / 신을 기다리며 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93
시몬 베유 지음, 이희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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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와 카르타고의 멸망을 통해, 그리고 아무런 위안도 없이 신을 사랑할 것. 사랑은 위안이 아니다. 빛이다.
-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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