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중은 ‘축제‘화한 단기적 동원에만 효과가 있었다. 2011년 이후 일본에서도 갑자기 데모 = 동원의 계절이도래해 많은 좌익이 열광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그런 축제가 남긴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일상이다. 달리 말해 동원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연대의 이상은 정체성의 결여에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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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들은 가깝지만 멀었다. 한국인들은 멀었지만 가까웠다. 해리는 나에게 자신이 겪은 숱한 모욕들을 적어 보냈다. 나처럼 멀리 있는 사람이 혜리에게는 필요했다. 가까워질 수 없고 개입도 불가능하고 그저 듣기만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임솔아, <그만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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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맞은편 아파트촌에서 하나둘 불이 켜졌다.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아버지는 낚싯대를 챙겨와 몇 시간이나 천변에 앉아 있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고 낚시가 허용된 곳인지 아닌지 몰라 정미는 초조했다. 그날 역시 빈손으로 낚시를 접은 아버지는 말했다. 낚싯대 끝에 글쎄 수면에 거꾸로 비친 아파트 옥상이 드리워지더구나. 그 소리가 아버지의 다 벗어진 정수리를 볼 때처럼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게 들렸다는 건 지금의 기억 때문일까. 정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신호가 가도 통화가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시 해야지 싶을 때쯤 전화가 걸려올 때도 있지만, 사흘전인가 아버지와 통화했다. 통화 말미에 아버지는 비나 좀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는 왜요? 쓰레기 때문에, 쓰레기요? 어, 그런 게 좀 있다. 별일 없지? 라고 묻고 아버지는 정미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정미가 알기로 당분간 비 예보는 없었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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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 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
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데.

나는 그것이 내 기분의 깃발, 희망찬 초록뭉치들로 직조된 깃발
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하느님의 손수건이라고 생각한다.
향기로운 선물이자 일부러 떨어뜨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구석 어디엔가 그 주인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어 그것을 본
우리가 누구 것이지? 하고 묻게 되는 그런 것.

아니면 나는 풀잎은 그 자체로 아이라고…… 식물로 만들어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불변의 상형문자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넓은 곳에서든 좁은 곳에서든 똑같이 피어나며,
흑인들 사이에서, 마치 백인들 사이에서처럼,

프랑스계 캐나다인, 버지니아 사람, 하원 의원들,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 사이에서처럼 자라난다는 것, 내가 그들에게 똑같이
주고 똑같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 그것은 내게 깎이지 않은 아름다운 죽음의 머리칼
로 보인다.

나 너 둥근 풀잎을 부드러이 사용하겠다.
아마도 너는 젊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그들을 알았다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너는 나이 든 사람들과 여성들로부터, 그들 어머니들의 무릎에서 곧장 받은 후손들에게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는 이곳에서 어머니들의 무릎인 것이다.

이 풀잎은 나이 든 어미들의 하얀 머리에서 비롯되어 무척 어둡다,
늙은 남자들의 무채색 수염보다도,
붉고 흐릿한 입천장 아래에서 비롯된 어두움이다.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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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서 그는 자신이 살인을 한 이유에 대해 결코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죽였는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를 해명하려면 자신의 삶 전부를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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