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해 둬, 클라브디아. 나는 물론 원래 스케일이 큰 인물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거든, 말도 안 되지, 그런데 나는 우연히도 - 우연이라고 부르겠어 - 이러한 천재적인 지역으로 아주 높이 떠밀려 온 거야. 요컨대, 너는 아마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연금술적인 밀봉 교육, 즉 성체 변화라는 게 있어서, 네가 나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내가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된 거야. 하지만 물론 외부의 영향으로 나를 좀 더 높은 곳으로 떠밀려 올라가게 한 요소가 애당초 나의 내부에 어느 정도 있었어. 그리고 나의 내부에 들어 있는 것이 오래전부터 병이나 죽음과 아주 친숙했다는 걸 나는 정확히 알아. 여기서 사육제 날 밤에 그랬듯이, 나는이미 소년 시절에 너에게서 무분별하게 연필을 빌린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 무분별한 사랑이 천재적인 표식이야. 죽음이란 알다시피 천재적인 원칙이고 이원론적 원칙이며 지혜의 돌이자, 교육적원칙이기도 하기 때문이지. 죽음에 대한 사랑은 삶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이끌어 가니까. 발코니에 누워 있을 때 내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이런 것이었어. 그리고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뻐 가슴이 벅차. 삶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한가지는 평범하고 직선으로 반듯한 길이고, 다른 길은 죽음을 통과해 가는 사악한 길인데, 그게 바로 천재적인 길이야!" - P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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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무척 안심이 되네요." 그녀는 빨아들인 연기를 뿜어 내면서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어떻게 열정적일 수 있겠어요? 열정적이라면 독일인이 아니라는 말이 될 테니까요. 열정적이라는 것은 삶 그 자체를 위해 산다는 말인데, 잘 알다시피 독일인은 경험을 위해 사니까요. 열정이란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네들은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요, 그것이 혐오스러운 이기주의이며, 언젠가 그로 인해 당신네들이 인류의 적이 될 거란 사실을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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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언제나 강조되며 국민 위에 군림해왔지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국가는 빈곤한, 그보다는 사기업이 피고용자-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라는) 모순적인사태는, 이 난해한 사태의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사실상 독점재벌이 전 국민을 고객으로 환원해 그 삶과 정신의 세세한 구석까지지배하고 있는데도, 그 피지배의 당사자들은 재벌을 지배자로 인식하기는커녕 명예로운 한국의 대명사로 호출하는 데 망설임이없는데, 이러한 사태도 받아들이기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언제어디서라도 단일민족이라는 데 감격하고 서로를 감싸줄 것같이 동일한 코드에 (이를테면 박지성, 김연아 등 민족영웅코드) 마음이움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서로를 지나치게 냉대하는 (보복운전을 생각해보라) 공동체 제로 사회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기이하기 짝이 없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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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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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외에는 그 무엇도 내가 작가가 되는 길을가로막을 수 없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할까? 그 주된 이유는 이기주의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갖고 싶을 뿐, 꼭 써야 할 말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안 될 건 또 뭔가? 자존감을 약간만 쌓으면 - 이 일기가 기정사실화하듯 - 꼭 써야 할 말이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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