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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류는 먹는 것조차 다르게 변화시키고 말았습니다. 즉 한쪽에서는 결핍이, 다른 한쪽에서는 과잉이 이 욕구의 투명성을 흐리게 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갱신하는 깊고 단순한 모든 필요가 마찬가지로 흐려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개개의 인간은 자신을 위하여 그것을 정하게 닦고, 맑은 생활을 할 수가 있습니다(다른 것에 너무 의지하고있는 독립성 없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고독한 사람에게는 가능합니다). 동물이나 식물에 있어서는 모든 아름다움이 사랑과 동경과의 조용한 영속적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식물을 보는 듯이 동물을 보았으면 합니다. 동물이육체적인 쾌락이나 육체적인 고통에서가 아니라, 쾌락이나 고통보다 훨씬 크고, 의지나 저항보다 훨씬 강력한 필연성에 따라서 끈기 있고 순순히 결합하여 번식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았으면 합니다. 대지의 가장 미미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충만해 있는 이 비밀을 인간이 보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진지하게 감수하고 견뎌내며, 그것을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얼마나 무서우리만큼 어려운 것인가를 느꼈으면 합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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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중은 ‘축제‘화한 단기적 동원에만 효과가 있었다. 2011년 이후 일본에서도 갑자기 데모 = 동원의 계절이도래해 많은 좌익이 열광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그런 축제가 남긴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일상이다. 달리 말해 동원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연대의 이상은 정체성의 결여에 패배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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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의 부박함과 인간의 비속함에 맞서 어떻게 생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지, 비통하고 억울한 자들에게 어떻게 정의를 되돌려 줄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문학은 본디 시대의 총체에 관여하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우리는 어떤 변화도 꿈꾸기 어렵다. 문학은 폐허가 된 이 세계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의미를 찾아 탐사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과 현상들 너머엔 복잡하고 신비로운 삶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진을 치고서 구체적 삶의 현장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입체적으로 탐색하고, 생명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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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모어의 부인할 수 없는 평범함에는 영감을 주는 무언가가있다. 아일랜드 마운트라스Mountrath의 유명한 소망나무는 오래된시커모어다. 이 나무의 갈라지고 제멋대로 금이 간 몸통에는 남모를 희망과 소망을 품은 방문객들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동안 사람들이 소원을 빌러 와서 동전과 못을 때려박은 바람에 결국 나무는 은빛 비늘로 뒤덮인 늙은 드래곤처럼 빛나게 되었다. 소망을 털어놓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은 모든 이의 소망을 짊어진 채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 모든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나무는 죽고 말았다. 히니는 어머니를 위해 쓴 감동적인 비가에서어머니를 죽은 소망나무로 상상한다. 그러나 늙은 소망나무는 절망을 전달하는 대신에 돌연 하늘로 날아올라 모든 못과 동전을 벗어버리며 행복과 위안이 가득한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힌다. 시커모어는 ‘길을 막는 초록 물건‘에 그치지 않고 기쁨의 눈물을 끌어낼 수 있는 나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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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울창하고 키 큰 나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긴 하다. 호리호리한 어린 사이프러스 묘목은 빠르게 몸집을불리며 어떤 풍경이든 장악한다. 말없이 풍경을 잠식하면서 우리의자의식을 위협하는 듯하다. 사이프러스는 우리가 꾸는 가장 불안한꿈의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게, 조금은 불길하게. 식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목가적 이상향에 드리운 어둠으로, 정원의 아늑한 공기를 뚫고 울리는 음산한 음으로, 강한 향을 풍기는 영원한 수행원으로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 어렴풋이 알지만 감히 인정하지못하는 것들의 형상을 한 채 서 있다. 우리의 그 모든 불안 속에서도이 키 크고 흔들림 없는 침엽수들은 말없이 서 있다. 우리의 끔찍한불안을 투사하면서도 대체로 무심하게.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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