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읽기‘는 올해 처음 개설된 3학년 선택과목이었다.
곽의 또래들만 해도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종일 한 교실 한자리에서 꼼짝없이 듣는 수업에 익숙했으므로, 곽이 요즘 고등학생들은 수강 과목의 절반 이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면 다들 신기해했다. 선택권을 주는 척만 하고 학교가 행정 편의에 맞춰 배정했던 과거와도 달랐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진로를 설계해 각자의 적성과 흥미를 계발하도록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 그런 문장이 밑줄로 강조된 각종 지침과 사업 안내가 문서함에 끊임없이 하달되었다. 대입 종합 전형에서도 자기주도성,
전공적합성 같은 평가 요소가 부상한 지 오래였다. 학생이 무슨과목을 택했는지에서부터 가늠되는 자질이었다. 있는 꿈도 없는듯 주머니에 쑤셔넣고 문제집을 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곽은 경쟁은 여전히 경쟁이며 선택은 기만이 아닌지 의심하기도했다. 그러나 학생 주체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배우고 성장할 가능성이 마련되긴 했다는, 그런 원론적인 차원에서 새 교육정책을얼마간 환영했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쨌든 각자 개인에 따라완전히 다를 수 있으리라. 이번 순회관람을 하는 동안 최상의의미에서 고전적인 토대 위의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것에 대한 느낌, 개념, 그리고 시각이 나에게 뚜렷해졌다. 나는이 현상을 감각적이고 정신적인 확신이라고 칭하겠다. 이곳에위대함이 있었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하리라는 확신이다.
가장 위대한 것, 가장 훌륭한 것이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는 것온 시간의 법칙이고, 상호 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도덕적 물리적 요소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우 폭넓게 관람을 하는 중, 파괴된 것을 지나갈 때도 서글프지 않았다. 오히려아직도 그렇게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토록 많이 복구되어 옛날보다 더욱 현란하고 돋보인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산피에트로 대성당은 확실히 크게, 어떤 고대 신전들보다더 웅장하고 대담하게 설계되고 건축되었을 것이다. 우리 눈에 - P7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체로 모든 사람은, 다른 인간의 보충으로 간주되어야하며,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 인간이 가장 유익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특히 여행기나 여행자에게 그러할것이다. 인격, 목적, 시세(時勢), 우연한 사건으로 인한 성공과 실패 등 모든 것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여행자에게 선행자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나는그에게 기쁨을 느끼고 그 순간은 만족하며 그의 후행자를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그 지방을 몸소 방문하는행운이 나에게 주어졌을 경우에는 이 후행자에게 마찬가지로 친밀한 기분으로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다. - P1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록과 마굴리스의 가이아 이론이 지구 행성을 "살아 있는체계"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체온과 혈액의 화학작용과 조절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듯이, 지구의 조절도 지구에 거주하는 생물들 사이의 수십억 년에 걸친 상호 작용에서 진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한 추론으로 생물이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표면이 곧 생물이다. [……] 생명은 지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는 살아 있다. 이것은 철학적 주장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에 관한 생리학적인 진실이다"
생명을 환경과 생물권의 얽힘과 상호 작용 관계로 바라보는가이아 이론의 관점은 인간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파괴되면서 그영향이 생물권과 인간에게로 되돌아오는 기후 위기의 시대, 인류세‘의 시대에 다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가이아 이론에서 보면, 생명의 ‘살아 있음‘은 지구 행성의 ‘살아 있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실상 같은 문제로 인식된다. - P3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필로그의 앞쪽에서 슈뢰딩거가 말한 ‘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자연법칙 안에서 존재하며 살아간다. 내 몸은자연의 원리와 법칙을 어김없이 따른다. 나는 지각하고 판단하고예견하며 책임을 생각하는 의식적인 정신으로서 그런 몸을 제어하며 살아간다. 너와 나는 본디 같은 의식으로 각자 삶의 경험과기억을 담으며 각자의 나를 만들어 간다. 나와 세상은 모두 동일한 요소로 구성된 하나이다. 나와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며, 나와다른 이, 다른 생물, 다른 사물도 역시 근본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된다.
그런 나는 내 몸의 삶과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늘 ‘됨’으로서변화한다. 새로운 경험과 기억은 나를 새롭게 하지만, 나는 경험과 기억의 총합 그것만이 아니므로 기억 상실로 나를 상실하지는않는다. 그렇게 보면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내가 지금 어떤 경험과 기억을 쌓아 가고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할 터이다.
기계적인 결정론이 지배하는 자연법칙, 그 법칙을 따르는 내몸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는 유전자 분자가 톱니바퀴처럼 작동하는 시계 장치와 같다 하더라도, 그런 내 몸에서 나는 여전히 자유의지로써 새로운 경험과 기억으로써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간다. - P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