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태는 스스로의 행위가 정치적이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이 법의 대행자일 뿐이라면, 무슨 책임감이 필요하겠는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판단에 따른 어떤 정치적 행위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책임의식은 생겨난다.
-11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시대의 잠재적 낙원의 문은 지옥 속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의미에서 김기종 씨가 휘두른 폭력 역시 고독의 산물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에 그가 빠졌던 ‘독도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상징 차원에만 존재하기때문에 사회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 우파가 이런 민족주의를 즐겨 활용하는 것도 구체적인 사회관계들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국가나 민족을 곧바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는 답이 정해진 심문이 있을 뿐, 대화도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는 여지도 없다.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지고 미국 대사에게 과도를 휘두르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민족주의다. 바꿔야 할 대상으로서 사회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는 남북분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그 해법을 상징적인 ‘적‘을 공격하는 고독한 행위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55-5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하루 일이 끝나면 한 잔의 흑맥주
괭이를 기대 세우고 대바구니 내려놓고
남자도 여자도 큰 머그잔 기울이는

어디엔가 아름다운 읍내가 없을까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린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제비꽃빛 초저녁이
청춘의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차고 넘치는

어디엔거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을까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친함과 우스꽝스러움과 노여움이
날카로운 힘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이바라키 노리코, <보이지 않는 배달부>, 19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라리, 고등보통같은것 문과(文科)와같은 것 도스터이엡스키이와같은것 왼갖 번역물과같은것 안읽고 마럿스면 나도 그냥 정조식(正條植)아나심으며 눈치나살피면서 석유호롱 키워놓고 한대(代)를 지켰을꺼나. 선량한나는 기어 무슨 범죄라도 저즈럿슬것이다.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고리키 작(作)의 어머니보단 더하리라.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그 아들이 잘 사는 걸 기대리리라. 허나, 아들의지식이라는것은 고등관도 면소사(面小使)도 돈버리도 그런것은 되지안흔것이다.
고향은 항시 상가(喪家)와 같드라. 부모와 형제들은 한결같이얼골빛이 호박꽃처럼 누러트라. 그들의 이러한 체중(體重)을 가슴에언고서 어찌 내가 금강주(金剛酒)도아니먹고 외상술도 아니 먹고 주정뱅이도 아니 될 수 있겠느냐!!
안해야 너 또한 그들과 비슷하다. 너의 소원은 언제나 너의 껌정고무신과 껌정치마와 껌정손톱과 비슷하다. 거북표류(類)의 고무신을 신은 여자들은 대개 마음도 같은가 부드라.
(네, 네, 하로바삐 취직을 하세요) 달래와 간장내음새가 피부에젖은안해, 한달에도 및번식 너는 찌저진 백로지(白露紙)쪽에 이러케 적어보내는것이나, 미안하다, 취직할 곳도 성공할 곳도 내게는 처음부터 업섯든걸 아라라..
미안하다 안해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 <풀밭 위에서>, 서정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