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 광화문글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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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으로는 김하율작가님의 「이 별이 마음에 들어」입니다.
우르알오아이오해라는 외계 행성에서 온 호리하이코키야라는 외계생명체 즉 외계인이 1978년 겨울, 코발트블루와 에메랄드빛 그 중간의 푸른빛을 내뿜는 지구에 그 것도 대한민국 서울에 불시착하였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제 눈을 흥미롭게 사로잡았는 데 처음에는 학교이겠거니 했는 데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는 미싱사들의 보조 역할을 시작으로 외계인이기에 남들과 다른 기억력으로 미싱을 돌리다 빠른 시일에 재단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소셜 스킬 즉 사회성이 부족하여 타인에게 미움과 질타를 받기도 했었으나 그런 그에게도 감정을 배워가며 사랑이라는 필수적인 감정도 알아가게 되고 호리하이코키야라는 복잡한 이름대신 0번시다, 0자로만 그도 아니면 야, 로만 불려졌던 그가 스스로 ‘노니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미움과 질타를 넘어 폭행까지 당하던 그녀를 구해주었던 굴보와 사랑에 빠지게되는 모습에서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었으나 그 행복이 오래가지 않아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그 것을 제 눈으로 목도해야 하는 것에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소설 속 배경이지만 곧 다가올 2024년과 그로부터 10년 뒤인 2034년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노동자들의 처우가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하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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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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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조해진작가님은 비가 오며 무덥고 습했던 6, 7, 8월인 여름을 지나가는 소설「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민음사 2020)을 발표하셨는 데 이번에는 춥고 쓸쓸한 겨울을 보내는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를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서핑하는 정신」이후 1년만에 출간되었네요.)로 발표하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정미식당을 운영하셨던 엄마가 손님들에게 혹은 정연과 미연에게 해주시던 칼국수를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뼈와 내장이 따뜻해짐을 너머 뜨끈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예전에 읽었던 「단순한 진심」에서 복희식당의 복희 할머니가 해준 수수부꾸미가 생각이 나더군요.
췌장암으로 인해 결국 세상을 떠난 엄마를 집 안과 정미식당 가게 곳곳에서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기억하는 정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던 반려견 정미를 데리고 조용한 J읍을 산책시키며 정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정연, 혹여나 엄마가 날아가버릴까 모과나무 밑에서 숭고하게 엄마의 골분을 묻어주는 동생 미연, 나이차이가 한참이었으나 큰언니처럼 따르던 란미용실의 혜란 아주머니, 목공소 ‘숨‘을 운영하며 안개가 좋아 이 곳 J읍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영준 씨와 애견미용을 전공했던 스물다섯이 되었을 다현이까지 「겨울을 지나가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혼자 읽고 있는 저 역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곧 다가올 동지 冬至와 내년에 다가올 대한 大寒과 우수 雨水를 맞이하며 작가님이 말씀하신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독자에게 쓰는 편지, 139쪽)‘을 기억하겠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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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들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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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0일에 출간된 이승우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목소리들」을 읽었습니다.
(소화전의 벨브를 돌리자 물이 쏟아졌다)
정상적인 문장의 제목을 읽으면서 수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차도에서 소화전의 물을 가져와 뿌리며 솔질을 하는 여인과 그 여인을 향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차들과 마침내 경찰이 출동하여 그 여인을 연행하려고 하자 어떤 남자가 나타나 연행하려는 경찰들을 만류하는 모습이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일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가 空家)
코로나 펜데믹이 창궐하던 시기에 쓰여진 소설로 먼 나라까지 출장을 갔다 봉쇄되어 나오지 못하는 남편과 설상가상 갑자기 집에 공사를 하게 되어 남편과 그녀가 사는 집으로 처들어온 시부모와 노래방기기까지 챙겨온 시동생에게 시달리자 비오는 날 밖으로 무작정 쏘다니게 된 그녀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떠난 남자가 그 집이 재개발이 되어 이복동생과 함께 이사를 하여 공가가 되었고 어머니는 폐렴으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말하며 지금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알려주겠다는 이복동생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며 빈 집이 되어버린 그 집을 찾아가다 빗속에서 쏘다니는 그녀를 만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음의 부력)
2021 이상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단편에서 형 성준의 목소리를 동생인 성식의 목소리로 착각하지만 성식의 목소리를 형인 성준의 목소리로 착각하지 않으신 어머님이 성식의 아내에게 꿔간 돈을 받아내려고 전화하고 성식이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보러 오는 날인 줄 알면서 기도원에 가버리신 어머니의 건강에 염려를 하는 모습이 남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
회사의 헬스장에서 만나 형과 아우 사이로 발전했으나 아우인 고형배에게 모종의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의 주범이 되어버린 고형배의 입장을 변호해야하는 형 임한수 과장에게 걸려온 아우 형배의 이름이 떠있는 그 전화를......
(귀가)
첫 부분을 읽으며 (공가 空家)와 이어지는 것일까 했는 데 계속 읽어보니 아니었고 코로나 펜데믹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비어진 그 집(공가)에 행방불명이 되었던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이 ‘귀가‘ 하여 마치 새 집처럼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하는 모습에 재개발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곧 재개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러 있는 30년동안 천하부동산을 지키며 재개발조합장의 일을 대신하는 황 노인이 아연실색을 하다가도 조합장에게 전혀 다른 말을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목소리들)
네 동생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에는 그 차, 낡은 싼타페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어머니와 동생인 준호가 그렇게 된 데에는 그 차, 낡은 싼타페와 싱가포르에 있어 동생을 만나지 못한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엄마 자신에게 벌하기 위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자녀의 목소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웠습니다.
(물 위의 잠)
런던에서 일을 하게 된 동생 서영식의 목소리를 형이자 그런 동생에게 ‘안 가면 안돼냐?‘라고 말리던 서영수의 목소리로 착각하지는 않으면서 한 곳에 집중을 못하고 여러 곳을 헤매는 형 서영수의 목소리를 동생인 서영식의 목소리로 착각하시는 요양원의 어머니를 만나면서 앞서 읽은 (마음의 부력)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 데 아무도 다니지 않는 풀 속을 헤집고 다니는 여인이 발견한 형의 마지막 모습이 동생인 서영수 뿐만 아니라 읽고 있는 저에게도 강하게 남았습니다.
(사이렌이 울릴 때 - 박제가 된 천재를 위하여)
작가님이 소설집 중에 유일하게 2018년 가을 이전에 쓰신 작품으로 그 시절 미츠코시 옥상에서 정오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자 난간에 올라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푸드덕거리는 낡은 코르덴 양복의 삐쩍 마른 그 남자, 사이렌 종료 후 바닥으로 꼬
고꾸라져버린 그 남자를 대신하여 다시 울린 사이렌에 맞쳐 옥상 난간에 올라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를 읊은 그 남자와 바닥에서 그를 만류하는 그 남자를 보며......
8편의 다양한 상황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한동안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승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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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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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되겠다는 마음」(작년 말에 출간되었으나 읽어보지는 않았어요.)에 이어 부산 영도출신 오성은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올해 우수출판컨텐츠 선정작이기도 한「라스팔마스는 없다」를 짧지만 강렬하게 읽어버렸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배를 타던 무성호의 심만호 선장이 최근 들어 기력이 없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알츠하이머 초기여서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고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아들 규보씨에게 설상가상 배와 함께 아버지 심만호씨가 사라져버리자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단지도 만들고 아버지가 다녔을 만한 곳을 찾아가보지만 좀처럼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답답하고 막막한 규보씨의 심정이 실감났고 가족이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 수록 사실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규보씨를 보며 심만호 선장과 같은 마도로스는 아니었지만 한때 잠시나마 배를 탔었으나 배에서 내린 후 집에 돌아왔으나 같이 탔던 친구에게 그동안 배를 타며 모아둔 돈은 갈취당해버린 순간에 그당시에는 어렸기만 했던 제가 봐버렸고 그 걸 말리거나 바로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죄책감을 느꼈고 제가 아는 지인이신 택시기사님이 왕년에 원양어선 조타수였다고 이야기하신 기억을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 없기에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가던 아버지가 기억을 잃고 기척도 없이 사라지자 아버지와 ‘오래 관계를 맺어왔던 거래처들도 심 선장의 실종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들로서는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노릇(88쪽)‘이고 ‘바다는 어디론가 흐르고 있고, 배는 운항을 멈출 수가 없다. 이는 물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었다(같은쪽).‘이라는 문구가 인상깊었습니다.
짧디짧은 소설의 끝이 다가와서도 아들 규보씨가 ‘아직은 끝인사를 나눌 때는 아니라고 되뇌는(220쪽)‘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규보씨의 입장이어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성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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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오렌지빛이랄지
이상우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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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친애하고 싶은 상우형의 세번째 소설집 「핌 * 오렌지빛이랄지」를 신간 도서들과 함께 알라딘에서 구매하였다.
2023년 12월 9일.
인상적인 양면커버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핌 * 오렌지빛이랄지」를 읽기 시작했는 데 맨 처음 (머리 전달 함수)에서 감쪽같이 증발해버린 랄프와 페라리 f430. 그의 흔적을 찾는 조슈아를 보며 그간 상우형이 냈던 책들을 살펴보았다.
약 8년전에 알라딘에서 리뷰를 남겼던 「프리즘」의 뒤늦게 자의식과잉라는 댓글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고 투명한 커버로 덧씌워진 「warp」를 작은도서관에 기증했지만 검색결과에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고 제목 대신 이미지로 앞표지를 장식한 「두 사람이 걸어가」의 비교적 많이 남겨진 100자평을 읽으며 상우형이 냈던 책들 중에서 E-BOOK이 유일하게 출간되었고 출간당시 14,000원이었던 정가가 16,000원으로 인상이 된 것으로 보아 그래도 꾸준하게 찾는 분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저녁에 요 요 요.가 첫문장인 (졸려요 자기)의 샨츠와 고양이 하스를 만나며 요기요 앱에서 들깨칼국수와 모듬 전을 주문했는 데 모듬 전은 요기요 익스프레스에서 배달이 정확하게 왔으나 들깨칼국수를 배달해 준 기사가 내게로 전화를 걸어 현관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숫자로 알려주었지만 이국적인 발음으로 인해 계속 실패하자 영어로 다급하게 알려주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여 문자로 보내주어 문 앞까지 배달해주었다. 이렇게 타국에서 힘겹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기사를 보며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표제작인 (핌 PIIM)을 읽기 시작했을 때 과거로 추방당한 응우옛을 찾기 위해 비키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선택지를 읽어보며 오늘 아니면 내일에 CGV에서 볼 영화는 1. 서울의 봄 2. 싱글 인 서울 3. 교토에서 온 편지 4. 3일의 휴가
2023년 12월 10일.
(좆같이 못생긴 니트 조끼를 입은 탐정)의 니마와 (응우옛은 미래에서 왔다)의 응우옛의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 읽으며 영화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16층에 있는 CGV상영관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올라가면서 어느 단독주택 옥상에 4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텃밭을 보면서 그 주택의 주인도 아닌 내가 거기서 무얼 심을지 고민을 하였고 나는 부산에 살고 있어 영화의 배경과는 상관없지만 혼자라도 괜찮다고 예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며 있다가 서점에 들려서 작은도서관에 기증할 책을 몇 권 구매해볼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영화를 보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려고 했는 데 잠이 오지 않아 Joshua가 게임에서 총을 쐈고 그걸로 인해 윗층 창문이 깨지고 노인 창 밖으로 떨어진 (레이 트레이싱)과 티엔과 하라의 이야기가 만날 듯 만나지지 않는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를 마저 읽었다.
2023년 12월 11일.
잠이 안 와서 죽을 것 같았는 데 그래도 잠이 들었고 꿈을 꾸기는 했지만 기억나지 않아 일어날 시간이 되어 일어나 일을 하러 편의점에 왔다.
편의점에 와 주어진 일을 다하고 나서 마지막 작품이자 두번째 표제작인 (오렌지빛이랄지)를 읽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샨츠와 똥을 싸버린 고양이 하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장소라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음악들과 결코 피워 본 적도 피울 줄도 모르는 담배냄새가 구리거나 좆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존나 멋지게 쓰고 싶었으나 나의 뇌에 뚫려버린 구멍 바깥으로 숭숭 빠져나가버려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겠다. (상우 형,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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