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학교 오늘의 젊은 작가 52
이서아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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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52번째로는 이서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이며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존재가 될 기회를 놓치실 겁니까? 어정쩡하고, 평범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는, 주변 사람들의 짐에 불과한 당신의 삶에 진정 만족하십니까?(27~8쪽)‘라며 ‘군더더기 없이 훌륭한 현대인을 배출해 내는 것(21쪽)‘ 이며 커리큘럼을 이수하여 통과하면 ‘사무실에서 실수하고 눈물 훔칠 일도, 공장에서 허둥대며 기계를 매만질 일도, 병든 이를 돌보다가 마음의 병이 드는 일(같은 쪽)‘도 없이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존재(157쪽)‘가 되기 위해 세로토닌 수치가 낮거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불완전한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육성하는 ‘키오스크 학교‘의 약도를 보자마자 이서아작가님의 작년에 출간된 전작이자 첫 소설집이었던 「어린 심장 훈련」의 (검은 말) 속 사우스다코타에 거주하는 고모가 그려준 소년원 감방의 배치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심장이 있는 심장 인간인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지도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심장이 없는 대신 광석을 이용해 생산된 장치를 달고 있고 은빛 피부를 지닌 인공지능인이라고 불리던 ORE(=광석 혹은 오어) 인간들처럼 되길 원해서 들어왔거나 단순히 바깥은 덥고 갈 곳이 없기에 들어온 아이들이 키오스크 학교에서 겪게 되는 불합리한 일들과 심장이 없는 ORE 인간으로 만들어졌어도 수시로 밀려오는 오류같은 감정들로 인해 위태롭고 그런 오작동을 일으킨 ORE 인간들은 이용가치가 없게 되고 반품, 환불되어 마지막엔 폐기처리되어 갈가리 조각나는 ‘우리나라‘의 세계가 너무 무섭고 현실이었다면 저도 모르게 벙커에서 나와 떠돌던 모라와 초희를, 스스로 시설에 들어간 보배와 해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베타 선생님처럼 천국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버렸을 것 같았습니다.
키오스크 학교를 나서게 된 초희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도준, 41도에 육박한 날씨로 인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두고 도망쳐나온 원혜와 사고사로 가족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주디, 키오스크 학교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있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듣고 기록할 베타 선생님, 삭막했던 키오스크 학교에서 아이들을 베타 선생님처럼 보살펴주던 보건 교사 은수, 그리고 함께 바깥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ORE 인간 모라와 옥엽, 키오스크 죽이기가 목적이었던 찬과 모라와 잠시 대화를 나눈 이름모를 동급생을 포함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서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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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러브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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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제겐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서 치아에 들러 붙은 캐러멜처럼 찐득찐득하던 이희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작가님의 대표작인「성소년」이 개정판으로 같이 출간되었고 그 그 기념으로 코멘터리 북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9월 5일부터 하고 있는 데 제가 알라딘에서 「성소년」과 같이 구매했던 9월 2일에는 하지 않아서 나중에 동네책방에서 구매할 때 데려왔는 데 안 그랬으면 짧은 소설 (옥상에서 만나)와 산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작가님의 50문 50답을 못볼 뻔했네요.)에 실린 8편의 단편 (0302♡), (최애의 아이), (마유미),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천사와 황새), (사과와 링고),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그 대상을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자신만 소유하고 싶고 자신또한 그 대상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길 원하는 광기로 가득차있다가 어느 순간 절정에 달하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는 인물들이 섬뜩하면서도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0302♡)의 사거리 미소년, 말 그대로 최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최애의 아이)의 저와 동년배이자 모솔인 우미, 의식이 없는 자신의 엄마와 똑닮은 버추얼 휴먼(마유미), 보잘 것 없던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사한 허우대만 멀쩡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정우와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구원하고 싶은 딸, 우미를 대신하여 아이를 가진 (천사와 황새)의 우미의 남편 유리, 1군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대세 아이돌이 될 일만 남았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컨셉에 충실한 유리와 그를 사랑한 우미와 영하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광기 속 순애들을 읽으면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고, 저 또한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속 동명 게임 속에서 만난 미도와 선우가 서로에게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만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거리로 나서며 서로가 보게 될 모습이나 동생 사야에게 하염없이 내줄 수 밖에 없던 (사과와 링고) 속 ‘사과‘와 ‘링고‘라는 이름을 지닌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사라가 빌려준 돈을 다 값지 않으면서 언니 사라에게 손 벌리던 동생 사야의 학원비를 내주던 사라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사라에게 지금 버는 건 저축하고, 합격하면 갚으라고 했다(304쪽)‘는 것에 혼란스러웠지만 오은교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이면의 마조히즘)을 읽으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고 놓치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이희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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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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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알록달록한 표지가 아니었다면, 또한 창비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았다면 구매하는 것조차 선뜻 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문혜정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2회 브런치북 소설 부분 대상 수상작인 「타로카드 읽는 카페」를 읽는 것으로 선택하여 같이 소설을 쓰며 등단하고자 했던 윤하선배의 소개로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구석진 곳에 오래된 사연이 깃들어 있을 법한 테이블을 피고 다양한 손님들의 고민들을 타로카드를 통해 해석해주고 조언하며 들어주는 리더(Reader)인 세련에게 역시 같은 꿈을 꾸었지만 자신과 달리 큰 부족함 없이 살아왔고 성형외과의사와 결혼하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선배 윤하의 소개로 유진주라는 나름 유명한 웹툰작가의 스토리작가자리를 제안받아 면접을 보게 되고 악의는 없지만 순수하다못해 지나치게 솔직한 밝음을 지닌 진주로 인해 상처받으면서도 그와 함께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자신또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흐믓하게 읽었고 세련이 사연이 있는 손님들이 뽑은 타로카드들을 보고 해석해주며 조언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타로카드 한 번 봐보고 싶었고 한동안 유튜브 라이브에서 타로카드 봐주던 분들을 찾아 보고 싶은 데 소설처럼 실제로 제가 카드를 섞고 뽑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읽으며 공감이 가던 문장들을 소개하는 등 하고 싶은 말이 많고 표현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심연에 가라앉은 저의 내면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고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셨기에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을 포함하여 심리를 표현한 똑부러지는 문장들로 인해 이 소설을 읽은 것이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여기에 적어두려고 합니다.
문혜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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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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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김초엽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가 출간되었고 무크지와 함께 구매하여 읽었습니다.

SF장르를 일부러 찾아서 읽는 타입이 아닌 데 의외로 김초엽작가님의 소설은 2년 전 출간된 장편「파견자들」을 제외하곤 다 읽었더군요.
그런데도 첫번째로 실린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를 읽기 시작하니 인공 장기 및 오가노이드 배양이나 아더킨(otherkin)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해 진입장벽이 느껴져 젊은 연령대나 SF 장르를 자주 접하신 분들이 아니면 조금 버거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다 읽고 나면 녹슬어가는 피부를 갖고 싶어하는 수브다니(수브다니의 여름휴가), 한 몸에서 서로의 영역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감각하는 샐리라는 이름을 지닌 레몬과 라임(양면의 조개껍데기),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진동하는 진동새들과 그 새들을 이용해 연구하다 급하게 떠난 연구자의 우주선(진동새와 손편지), 머나먼 바닷속을 헤엄치다가 자신의 고향인 울산의 태화강으로 돌아온 각종 고래들의 울음소리를 따라 할 수 있는 돌고래 해몽(소금물 주파수), 사람의 개입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사물들이 내는 목소리들을 수집하며 그 것을 직접 들어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던 (고요와 소란)의 현장 녹음가인 서해겸 씨와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는 것을 알게 된 벌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양봉하며 필요한 만큼만 꿀을 채집하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의 백단하 씨와 그를 관할하던 규은 씨, 그리고 보드게임인 ‘노바 파우치‘를 열렬히 사랑하던 최이연 씨의 초대에 응한 (비구름을 따라서)의 이연의 동거인 보민 씨와 함께 일했던 승희 씨와 노바 파우치를 개발한 정 실장등이 속해있는 각자의 세계로 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있어도 티가 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김초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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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질감
윤우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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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산책하면 허어지는지 아는 강아지」와 함께 표지에 이끌려 구매하게 된 윤우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사랑의 질감」을 읽었습니다.

「사랑의 질감」이라는 제목과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의 그림이 인상적인 표지를 볼때 마냥 따스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1부를 읽기 시작했는 데 딸이자 조소를 전공으로 선택한 성인인 선우를 올바른 길로 위한다는 명목으로 억압하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뺨을 때리고 물건들을 던져 딸의 얼굴에 상처를 내는 것에 거리낌 없으며 교회에 함께 강제로 나가야했지만 교인들과 학교에서는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철저히 가면을 쓰던 엄마인 고은희가 딸을 학대하며 이 모든 게 신의 뜻이라 말할 때, 선우는 엄마의 곁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저또한 이 불행하기 짝이 없는 소설에서 그만 하차하여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던 것은 그런 불완전한 선우를 지켜보며 그녀의 엄마이자 촉망깊은 대학교수인 고은희에게 날선 말을 하며 차갑게 노려보고 조롱을 해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 다하던 단짝 친구인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한재이라는 존재와 자신이 키우고 싶었으나 노발대발할 엄마 때문에 친구인 재이가 키우게 된 고양이 ‘슈슈‘로 인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며 졸업작품에 열중하며 항상 엄마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고 눈치보던 선우가 엄마의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내뱉는 것도 있었지만 사랑하던 사람과 끝내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원치 않던 결혼을 하며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았던 고은희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하여 선우에게 마음을 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것을 행하는 고은희의 모습이 때로는 너무 급작스러워 보이지만 227쪽 ‘아메리카노만 빨대로 빨아 마셨다가, 또 발대로 얼음을 저었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가, 반대쪽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드디어 자신(고은희)을 바라보는‘ 선우처럼 이 모든 것또한 신의 개입없이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만질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할 사랑이라는 질감을 저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윤우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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