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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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50번째는 이장욱작가님의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이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소설입니다.
(작년 월간 현대문학에「침잠」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셨고 출간 패턴으로 볼때 작년 말에 출간이 될 줄 알았는 데 1월 말이 되어서야 출간되었네요.)
코로나 펜데믹이 공식적으로 종료가 된 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시기(완전히 끝나지는 않았고 예전으로는 못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죠.)에 후 Hu 변이를 일으켜 점차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기온은 40도를 육박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태풍이 올라오는 재난이 닥쳐오는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역시 후 Hu 변이로 인해 세상을 떠난 모수와 모수가 남긴 해변여관을 운영하며 모수가 살던 301호 서랍장 속 일기를 태울지 말지 고민하는 연, 전연인인 한나를 떠나보낸 연극배우였으나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은 채(앞서 읽은 명학수작가님의 (폴이라 불리는 명준,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 창비 2023」)속 앤디 워홀 배역에 빠져드는 명준처럼)로 살아가는 해변빌라의 유일한 장기투숙객 천, 그리고 연의 곁을 떠도는 모수의 유령이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똑같아보여도 결코 똑같을 수 없는 각각의 하루를 밀려오는 파도와 지나가는 구름처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윤의 평론가님께서 쓰신 해설을 읽고 있는 데 복소수와 허수, 실수같은 수학적용어(박지영작가님의 「이달의 이웃비」해설에서도 등장했던)와 수식들이 등장하여 수포자인 저는 그냥 눈으로 훑어보기만 할수 밖에 없었는 데 163쪽 ‘니체가 생전에 쓴 마지막 편지(1989년 1월 6일)의 일부이다.‘ 라는 내용 조금 밑에 ‘니체는 1900년에 사망했지만 이때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마지막 180쪽 작가님의 말에서 ‘나는 바다를 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바다에 대해 쓸 자격이 내게는 없었다.‘는 문장이 시같기도 해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었기도 했지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장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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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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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 X」, 「두고 온 것」에 이은 강영숙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분지의 두 여자」를 읽었습니다.
앞서 읽은 두 작품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폐허가 되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곳에서 살아가야하는 인물들이 등장했었는 데 「분지의 두 여자」속 북쪽 도시인 B시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여 대학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학생들과 교수인 진영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서울에 있는 삼계탕전문점에서 일하는 샤오(희선)의 사장이 운영하는 사육장의 닭들이 조류인플루엔자로 폐사되는 자연적인 재난을 겪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가하면 서울 남부지역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민준이 쓰레기를 수거하다 우연히 갓난 아기를 담은 바구니를 발견하게 되고 갓 태어난 아이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부모에게 닥쳐온 용서받기는 어렵지만 막상 나에게 닥쳐오면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 재난(재앙), 그와 반대로 아이를 원하지만 가지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찾아온 재난(재앙), 그런 부부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지만 그만큼 부작용과 뜻하지 않은 재난(재앙)이 닥쳐올 수 있는 대리모를 운영하는 B클리닉...... 그야말로 우리는 책의 뒷표지처럼 삶이라는 재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재를 잃고 난 후 공허함에 대리모가 되어 대신 낳으려고 했던 대학교수직을 포기한 진영에게는 유전질환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 대리모가 된 샤오(희선)에게는 태반박리가 일어나 대리모를 신청했던 부부들이 그 이유로 인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데 그 상황 속에서 과연 아이를 출산할 지 포기할 지는 이야기에 나와 있지 않고 어쩌면 민준이 일하다 주워온 아이가 진영이나 샤오가 낳았지만 버린 아이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영숙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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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길 - 한승원 장편소설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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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밟아온 여정 그 필생의 탐구가 내놓은 단 하나의 역작‘이라는 문구에 걸맞는 한승원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사람의 길」을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유년시절부터 1997년 IMF 시기에 전남 장흥 안양면 율산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다 지은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늙은 아내와 함께 살아가며 율산이라 칭하는 틈입자가 나타나 쉴새없이 작가님에게 연설하는 모습들을 읽으며 치매가 의심되어 안정과 요양을 위해 정신요양병원에 입원시켜려 했으나 본인 동의를 받지 못해 집안에 감금당해버린 작가님의 친구 아들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오독이나 오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창 밖의 해산토굴 앞마당에서 남녀 고등학생 이십여명이 한가로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갑자기 조용해져 문을 열고 나가니 아무도 없었고 꿈을 꾸었나 싶어 토굴로 들어가다 세월호가 침몰된 4월 16일이라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시거나 토굴 앞마당에 나타났던 그 학생들이 수많은 인파들 속에 있고 시인이시기도 한 작가님또한 함께 있으며 떠밀려 넘어지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이태원참사를 연상시키는 꿈을 꾸시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나 G20 정상회담같은 비교적 최근의 소식들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데 차라리 이 상황들이 순도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100% 허구였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분신이기도 한 율산노인이 쏟아내는 방대한 경전같은 이야기를 눈과 마음 속으로 읽으면서 제 인생에서 지나왔던 길들과 지금 제 앞에 있는 여러갈래의 길 중 선택하여 걷게 될 길들을 천천히 그러나 너무 오래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한승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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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명학수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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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워 선택한 명학수작가님의 첫 소설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에 실린 단편 8편 모두 어떠한 우연이 빚어낸 선택으로 인해 운명이 달라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선물로 주려고 했던 미니어처가 누군가에 의해 팔리게 되어 그것과 같은 제품을 사려다 사고를 당해 죽게된 아버지와 그에게 영원히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된 아들인 Paul Lee, 이명준이 그 미니어처가 실은 앤디 워홀이 구매한 것이고 앤디 워홀이 병원에서 죽을 때 밥 로버트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월이 지난 후 앤디 워홀의 배역이 등장하는 연극무대가 올라가며 연기를 하며 점차 일상에서도 밥 로버트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폴이라 부르는 명준)부터 무려 37일동안이나 햇빛로 32단지의 주민들을 공포로 떨게 만든 지금 생각해도 다소 황당하기 짝이없는 (미친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 은지가 죽은 후에야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희와 현우부부가 은지의 SNS에 올리는 (dmswl), 소설 「은하」로 인해 헤어진 미영이 소설가로 등단하며 발표한 「은하」라는 제목의 소설로 인해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 따라다니며 반추하다 마침내 그녀와 나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인 (은하), 기훈이 준 약을 먹었을 뿐인데 정신을 잃고 기훈의 방에서 자버린 수진이 당시의 일들을 같이 있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로 물으며 분명하게 깨닫게 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후배에 반강제적인 초대로 세미나에 참석했다 잠시 밖으로 나온 후 검은 우산을 쓰고 있는 여인을 만나 이 근처에 있을 호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소설가의 이야기 (호수), 우연히 했던 고양이에 대한 말때문에 제작하려던 영화의 내용과 주인공이 고양이에서 다리를 저는 고양이로 바뀌며 아픈 상처를 지닌 고양이를 찾게되는 배우와 감독사이에서 입지가 좁을 것이 분명한 조감독의 (쓰러질 듯 말 듯 도도하게)와 마지막에 실린 서울랜드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었지만 운명처럼 경마공원에 내려 경마에 응모하여 연속으로 당첨되자 점차 주말마다 경마에 빠지게 되고 친형의 결혼식 이후로 연패하며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지만 경마를 잊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고 그후로 아는 형이 확장이전하여 오픈한 가게에서 만난 연인이 알려준 사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경마공원으로 가서 경마에 응모하게 되었다는 표제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까지 이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과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 그로 인해 결국 몰락하게 된 군주 체자레 보르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해설, 그리고 해경이었던 이상이 우연히 맛본 레몬(영몽)을 찾기 위해 헤메다 화가가 그린 정물화에서 찾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쓰기의 씨앗이 되었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제가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을 고른 것은 순전히 우연이겠지만 결국 그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갑자기 경마에 급 관심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게도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명학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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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문학동네 플레이
이수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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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이른바 웰메이드 장편소설을 표방하는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의 첫 시작을 김인숙작가님의 「더 게임」, 김사과작가님의 「바캉스 소설」, 정한아작가님의 「달의 바다」이렇게 3편의 장편소설을 연달아 출간하였지만 당시 저는 독서생활에 염증을 느껴 읽어보지는 않았고 그 이후로 소식(임솔아작가님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와 은모든작가님의 「한 사람을 더하면」이 출간되었지만 플레이시리즈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이 없어서 일회성일까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였는 데 6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2023년 12월 이수안작가님의 「블랙 아이스」가 플레이시리즈로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독서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 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전자책을 몇 권 구매(처음에는 자주 가던 작은도서관에서 대출했지만 읽지 않고 그냥 반납을 하였고 그래서 빌렸던 책들을 전자책으로 구매하였습니다.)를 했었는 데 그 중 이수안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인 「시커의 영역」이 있었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장편소설인 이 소설에서도 유영이의 집에 있었던 소설책으로 「시커의 영역」이 등장하는 데 등장인물 ‘이단‘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고 나름 내적인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사실 첫 장편에서도 타로카드로 타로점을 보는 마녀같은 낯선 소재지만 흡입력이 강해 금세 읽었는 데 이번 소설 역시 저에게는 낯선 소재인 고급 스포츠카를 자주 접하는 인물들이 저는 꿈도 꾸지 못할 200억이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을 가지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어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고 다 읽어보니 앞서 글을 남기신 분처럼 흥미로울 소재들을 한 곳에 다 넣었기에
그리고 ‘인생은 곧은길보다는 굴곡이 더 많았다. (중략) 조금 미끄러지더라도 핸들을 놓지만 않는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경로를 잃지 않는 것이다. (중략) 삶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이기에 종착하기 전까지는 달려야 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만 꾸준히(341쪽).‘ 같은 문장들도 있어 재미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수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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