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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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하고 빽빽한 나무들 위로 바라 보는 이미지가 인상깊고 왠지 모를 서늘하게 느껴지는 성혜령작가님의 첫 소설집 「버섯 농장」을 읽어보았는 데 표제작을 포함한 8편의 단편모두 심상치가 않았어요.
(버섯 농장)
진화와 만났던 남자친구의 아는 동생이 개통해준 휴대폰, 정확히는 진화도 모르게 만든 또 하나의 휴대폰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며 수많은 빚을 지게 된 진화가 친구 기진과 함께 아는 동생의 아버지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 그 아버지를 만났지만 자기 신세 한탄만 늘어놓아 분노가 치밀어오른 진화를 보며 제 일도 아니지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윤 소 정)
윤, 소, 정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정이 보이스피싱을 당하여 자기 자신을 자책을 넘어 혐오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만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위로말고는 없었던 윤과 소가 정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며 정과 함께 살았던 어머니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는 버스에 오르는 대목인 60쪽에서 ‘윤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 매점에서 물과 초콜릿을 샀고 쇼핑백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정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라는 문장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물가)
항암치료를 받는 아이를 보살피는 유안을 대신해 유안이 키우던 치와와 치약이를 대신 보살피게 되고 산책을 시키지만 날씨상황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대신 산책시켜주는 크림이라는 사람에게 치약이를 맡기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치약이를 찾는 두 사람(유안과 나)의 상반된 심정이 눈길이 가더군요.
(주말부부)
조오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남미와 살림이라는 이름이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한 개비에 무려 100만원이나 하는 살림의 담배를 피워버린 조오때문에 살림의 외국인 친구가 남미와 조오에게 찾아와 돈 500만원을 요구하는 다소 터무니없는 상황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대체 근무)
육아휴직으로 잠시 자리 비운 임 주임을 대신해 학원 강사일도 그만 두었던 단강이 예상밖으로 임 주임이 다시 복직하면서 위태로워진 단기계약직 단강의 자리와 일처리가 늦고 매번 자리를 비우지만 정규직이기에 묵직한 임 주임의 자리가 대비되는 와중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혐오가 뒤섞여 있어서 읽으면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공장의 매캐한 냄새가 여기까지 번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구간에서 하룻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입증되지 않는 제품들을 팔아치웠고 심지어 돈까지 빌렸으나 돈을 갚지 않고 문진의 소유가 된 별장에 찾아와 손님을 가장해 방문하여 문진에게 문진은 생전 처음 듯는 문서를 들이밀며 역시 터무니없는 관리비를 요구하는 노부부와 함께 웃고 떠들며 마치 별장의 주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문진의 일상을 뒤흔드는 순연이 괘씸하였고 돈 갚기를 요구하는 문진의 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는 모습에 더더욱 분노가 치솟아 살인 충동까지 느껴졌다면 너무 오버한 것일까요.
(간병인)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로 인해 아직은 발병되지 않았지만 절제술을 받기로 한 나진의 간병을 맡게 된 의뭉스러운 간병인 미형과 아버지와의 관계또한 의뭉스러웠습니다.
(사태)
아이를 맡기고 캠핑을 즐기려는 희도와 보정 부부를 따라 역시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감시카메라가 있는 애견호텔에 맡긴 경주에게 소나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산사태주의보까지 내려지며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군인이 찾아와 화장실을 쓰며 물 먹는 하마처럼 경주와 희도, 보정 부부가 가지고 있던 물을 다 마셨음에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수돗물을 받아 마시기까지 하는 기이한 모습에 불길하고 나쁜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암이 발병 되어 투병생활을 하셨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시는 작가님을 보며 거울 속에 비친 현재의 제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어 많은 생각이 들었고 저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성혜령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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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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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고용된 사람이기에 자영업자이신 사장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홀로 저녁부터 해가 뜨는 아침까지 일을 하면서 손님이 한 분도 오시지 않은 채 1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사장님 못지 않게 불안(사장님과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더 열심히 응대를 하고 권유도 많이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들긴합니다.)하고 조마조마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서수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에 등장하는 한강공원 근처이지만 보증금없이 월세가 저렴한 자리에 카페를 차리게 된 자영업자 공마은이나 그 맞은 편에 꽃집을 운영하는 채영, 마은보다 먼저 카페를 차린 솔이, 그리고 서울을 떠나 울산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마은의 엄마 지화 씨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내며 읽으면서 물론 이 소설에서는 여성 자영업자들의 시선이 주로 담겨져 있지만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여러가지의 두려움을 안으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졌고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더 나은 쪽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서로를 의식하고 질투하며 경쟁을 벌이는 야근을 잘 하지 않는 보영과 그런 보영이 뽑은 야망을 지닌 신입 현수의 불꽃튀는 경쟁구도 또한 소설 속에서나 있는 일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손님(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취향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센스있게 착 손님에게 드리면 좋아하시겠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시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면 뒤에서 험담하거나 다시는 오지 않으실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는 그러한 모습도 있고 손님의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데 자기 자신만의 입장만 내세우며 고객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자영업자의 모습을 보며 138쪽 ‘결국 주민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이가, 반면에 자신의 가게 앞을 모른 척 스쳐 지나가는 주민들을 은근히 미워하며 마음을 굳게 닫고 그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이도 있다. 아마도 우리 자영업자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하루를 보내고 견딜 것이다. 거기에 정답은 없다.‘ 라는 구절이 오랫동안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이서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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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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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하이라이프」를 읽었는 데 서문인 (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이어 (귀신들), 표제작 (하이라이프), 그리고 나머지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두 정원 이야기), (♡100479♡), (소유의 종말), (벌레 구멍), (몰보이)까지 읽으면서 김사과작가님의 작품을 「더 나쁜 쪽으로」와 「N.E.W.」를 읽었기에 처음 접한 것도 아닌데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코올에 취해, 카페인에 취해, 심지어는 대마초나 코카인 같은 마약에 취해 환영을 보고 망상을 하게 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단편들을 보며 알코올은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정도 섭취하고 카페인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물 마시듯(요즘에는 제 나름대로 신경쓴답시고 디카페인으로 마시려하는) 마셔대며 망상을 하는 제 자신을 돌아 보게 되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늘어 놓게 됩니다.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의 어쩌면 착실하게 번듯한 직장을 다니며 훤칠한 외모와 지성과 재산을 가진 완벽한 신랑감을 찾아 가정을 이루어야 할 이수영을 오염(타락)시킨 한비를 찰거미리같이 찰싹 달라붙은 그 여자애(108쪽)나 그 요망한 계집(같은쪽)이라며 싸잡아 그녀를 욕하는 이수영의 어머니나 (두 정원 이야기)에서 악착같이 절약하여 마침내 서울 D구(동작구나 동대문구 중 하나지만 계속 읽으니 동작구일 것이라는 확실한 예감)의 프리미엄 H아파트로 입성한 자신(김은영)과 달리 사치를 과감하게 부리면서 귀티를 잃지 않으며 공교롭게도 자신과 같은 아파트로 오게 된 윤은영을 향해 찰거머리 같은 년(155쪽)!이라고 쌍욕 박는 모습을 보며 작가님은 실제로도 욕을 참 맛깔나게 하실 듯하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났었고 「N.E.W.」를 읽었을 때의 감정이 이 두 편의 단편을 통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한물간 개그맨 최XX에게서 매력을 느겼으나 이제 더이상 그러지 않게 되는 (벌레 구멍)의 인물과 미래지향적인 나인원한남에 살면서 자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소유의 종말)의 이지훈과 몰에서 사라진 몰보이들을 보며 자신도 사라지고 싶어하는 (몰보이)의 사라진 클레이 콴을 찾는 탐정, 그리고 10년째 열셋에 갇혀있는 (귀신들)의 귀신같은 인물이나 실제로 그러면 잡혀가지만 소설 속에서 코카인을 수시로 흡입하는 (하이라이프)의 인물, 마지막으로 멀리있지만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는 (♡100479♡)의 섬뜩한 친구까지...... 「하이라이프」를 읽고 여기에 등장하는 이 다채로운 인물들을 언젠가 제가 알고 있었던 혹은 곁을 스쳐지나갔었던 인물들이 아닐까하는 망상을 하게 되는 데 (하이라이프) 81쪽 누나와의 대화 속 ˝너 남편은 잘 있어? 라는 물음이 왠지모르게 낯설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글을 마칠까합니다.
김사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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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오늘의 젊은 작가 44
이희주 지음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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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44번째로는 이희주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나의 천사」이고 2024년 3월 29일에 출간되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두번째 장편소설 「성소년」(E-BOOK까지 구매했음에도 읽어보지 않았음.)시작부터 등장한 시신 2구가 발견된 산장의 위치가 강원도 응랑이었고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던 위픽시리즈의 2번째였던 「마유미」에서도 응랑에 있는 희구대가 주 배경이었는 데 이번 세번째 장편소설 「나의 천사」에서도 국가무형문화제 인면장(人面匠) 선우판석(이명으로 선우)이 천사를 제작하며 아름다운 소년들을 초대하던 장미 저택이 있는 지역도 응랑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들어지는 부르는 사람마다 다양한 이름이 불리지만 ‘천사‘라 칭하는 관용사만의 천사가 탄생하는 장미 저택에서 선우가 피살되며 관용사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질 큰 위기를 겪게 되는 한 편 미리내, 환희, 유미 이렇게 셋이서 함께 다니는 무리가 소문만 무성했던 자비 천사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공아파트(유미도 살고 있는)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1부와 이 세 친구가 세월이 흘러 뚱뚱해서 놀림받던 미리내는 누구라도 호감을 갖게 되는 라이징 스타가 되었고 유미는 이모가 남겨준 집을 구매하며 청소업체 미루클린홈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었으며 환희는 일찍 결혼하여 두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열정을 이미 빼앗겨버린 사람이 된 모습을 보여주는 2부, 그리고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모든 일이 벌어지던 3부의 끝까지 읽었는 데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에선 450페이지라는 다소 긴 이야기에 속하지만 무언가 더 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벌써 끝이 났다는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음.)과 그래서 왠지 모를 편집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 같다는 예감(아틀리에였다가 아뜰리에로 표기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213쪽 화제로 신도 전원이 사망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그룹홈에서 지내다가 미루클린홈에 들어온 이야기, 257쪽 류카와 유카의 쌍둥이 수술 사례였다에서 보통의 루카와 유카보다 개성 있었다라는 문장-앞서 읽은 페이지를 보니 루카가 맞음. 들로 보아)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고 읽고 나서는 나(만)의 천사를 갈구하고 싶어졌습니다.
이희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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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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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소설집「위험한 비유」가 출간된 것이 2019년 11월 말이었으니 (판권지에는 2024년 3월 27일에 출간 되었다고 나오지만 사실 이서수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보다 조금 늦게 알라딘에 등록된) 2024년 4월 초에 출간된 최제훈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에 실린 8편의 단편들 중 제일 첫번째에 실리면서 가장 먼저 2020년에 발표하신 (사라진 배우들)부터 실제로 배우가 아닌 버츄얼 휴먼들이 배역에 맡게 연기를 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배경등을 주입시켜 더 사실감있게 만들어주는 라이프 디자이너라는 미래지향적인 직업을 다루고 커플들의 미래를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스포일러)속 시뮬레이션, 꿈을 자신이 자각하거나 인위적으로 방해하면 전기세가 할증이 되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애프터서비스)의 드림캐쳐, 이미 죽은 사람의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기계를 조나단 오 박사가 발명하여 실험해보는 (닥터 블랙의 영혼 추출기), 외로운 자기 자신에게 대화상대를 만들어 낸 연구원과 자기 자신을 쏙 닮은 AI 말벗의 대화내역이 인상적인 (혈액, 순환)과 이전에 꾸었던 꿈도 다시 이어서 꾸게 되는 매력적이지만 역시나 무시무시한 중독성을 지닌 (, 고로 존재한다)속에 등장하는 드림캐쳐라는 마법의 약, 힘들게 범인을 취조할 필요도 없이 범죄를 저질렀던 현장 속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추출 혹은 작곡)의 상황들도 흥미로웠지만 소설집 제목인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토피아)라는 단편 속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풍족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부러우면서도 과거 자신의 기억을 잃고 토피아라는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 가엾기도 했으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으로 인해 그러한 마음이 싹 사라지고 이러한 설정들이 현실이 되면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들 모두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표지 또한 오픈AI가 개발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모델 DALL*E 3에서 추출된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재가공하여 소설집에 걸맞게 디자인된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을 읽었던 기억이 사라지고 불순물이 섞여들어간들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최제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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