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책을 구매하는 것도 또 책을 읽고 감상을 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북플을 멀리하고 살았는 데 사실 책을 아예 읽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읽고 안 후의 느낌을 글로 쓰려고 하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먼저 읽었던 고은규작가님의 첫 소설집인「오빠 알레르기」의 (오빠 알레르기)와 너무 순하고 맑아 저를 한달이나 잡아두게 만든 최은영작가님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의 (먼 곳에서 온 노래)에서 받은 느낌이 비슷(둘다 선배를 오빠라고 부르는 후배들을 경멸했다는 것이 생각이 나네요.)했고 그 반대의 느낌을 준 수컷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김언수작가님의 「뜨거운 피」는 595쪽에 달하는 쪽수이지만 빠르게 읽었습니다. 구암이라는 동네가 부산에는 실제로는 없죠. 만리장호텔도 없습니다. 혹시 이름만 만리장호텔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백수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인 「참담한 빛」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데 이번엔 항구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들이 많아서 흥미로웠어요.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셨던 김혜진작가님의 첫 소설집 「어비」에서는 치킨배달부, 편의점아르바이트, 비정규직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이번에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이지작가님의 「담배를 든 루스」에는 `날씨연구소`라는 조금 특별한 가게에서 일을 하는 타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무언가를 보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역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셨던 이수진작가님의 첫 소설집 「머리 위를 조심해」에서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렵지만 독특하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번째인 김중혁작가님의 「나는 농담이다」는 정말 재밌으면서도 끝에는 조금 슬펐어요. 구병모작가님의 「한 스푼의 시간」도 역시 내 주변에 있던 존재들이 자신 곁을 떠나지만 끝까지 남아있는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합니다.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받은 이희주작가님의 「환상통」은 요즘 아이돌그룹을 사랑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알아가고픈 팬의 모습을 담았으며 아이돌그룹들을 자주 보시는 이재익작가님의 「영등포」는 약간 전형적이긴 했지만 새롭게 삶을 꾸려가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고 압구정고등학교를 나온 글을 쓴지 10년이 된 윤재성작가님의 「외로움 살해자」는 기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로 인해 외로움을 알아버린 남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최근 제가 살고 있는 부산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김선정작가님의 「멧돼지가 살던 별」이 생각이 들었고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으신 신설작가님의 「따까리, 전학생,쭈쭈바,로댕,신가리」는 첫부분에 2003년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이 것이 13년전의 이야기라고 생각나지 않을 정도 지금의 학교의 모습과 너무 닮았으며 배미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바람의 사자들」은 오래된 옛이야기이지만 마치 제가 소설 속의 시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고,
최수철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인 「포로들의 춤」에서는 줄무늬에서 벗어나려는 남자와 붉은악마들 속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붉는기운을 감도는 남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영숙작가님의 소설집 「회색문헌」은 이전 강영숙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너무 오래간만에 읽었는 지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모습과 느낌들이 소설속에서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시인이자 문학동네편집자와 동명이인인 김민정작가님의 첫 소설집 「홍보용 소설」에서도 유명한 시인과 동명이인인 신인소설가 김은정씨가 자신의 소설의 광고를 의뢰하게 되는 데 읽으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물론 소설이지만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모르겠더군요.
뒤늦게 생각났는 데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혁진작가님의 「누운 배」와 한창훈작가님의 연작소설집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도 읽었네요. 「누운 배」는 누워있는 채로 썩어가고 있는 가망없는 배를 일으키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는 삽화가 있어서 그런지 쉬지 않고 한번에 읽었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읽었던 국내소설들을 다 복기해봤어요.
정말 책을 다시는 구매안하려고 도서관에 비치신청도 했는 데
정이현. 성석제. 천명관작가님의 신작과 표지가 좋았던 이은희. 김봄. 방현희. 김이은작가님의 소설과 그리고 혼불문학상수상작까지....
결국 오늘 알라딘에 주문하고 말았어요.
수중에 있던 월급이 줄어드는 현실이 쓰라리지만 빨리 보고 싶고 허기로 가득찬 마음의 양식을 늘어나는 가까운 미래에 웃음이 절로 나네요. (너무 허영심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금연결심하고 다시 담배에 손을 대시는 분들이.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너무 공감이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