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까지 나의 메이지 유신에 대한 대략적 개념을 잡아준 책은 최승표의 메이지 이야기와 굽시니스트의 한중일 세계사였다. 둘 다 좋은 책이지만 너무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아서(물론 번정으로 인한 여러 번 들의 난립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기준 안에 다 넣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서술이겠지만) 사쓰마, 조슈 등 외번들이 막부를 몰아내고 신정부를 세우는 과정에 대해서는 사건들을 대단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묘사하였지만 인물들 자체에 대한 서술은 표면적 행위를 위주로 캐릭터를 잡아서 조금은 피상적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박훈 교수님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에서는 인물 위주로 접근하게 되어서 메이지 유신을 이끈 사무라이들의 좀더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인물들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들의 성장배경과 읽어온 책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엮어낸다. 마치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책만 읽는다면 자칫하면 메이지 유신을 지나치게 개인화된 관점들에서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들을 바라보는 개인들의 관점도 새로웠지만 요시노부와 가쓰 가이슈 등 막부가 진행했던 근대화 노력들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지엽적이고 편협한 관점에서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껏 읽어왔던 책들에서는 요시다 쇼인을 유신의 인재들을 길러낸 스승, 깨어있는 인물 이정도의 서술밖에 없었기에 유신을 일궈온 그의 사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으로 막말 유신기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요시다 쇼인의 사상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특히 울릉도와 만주 등으로 팽창해야한다는 쇼인의 시각은 조슈번벌 출신들이 왜 그토록 집요하게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다.(물론 메이지이야기에 나오듯 멕켈 대령의 '한반도는 일본을 향해 뻗은 대륙의 주먹'이라는 말도 있겠지만)

요시다 쇼인이 그동안의 매체들에서 나오던 급진적 사상을 전하지만 온화한 스승의 모습이 아닌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고 실제로 온갖 의거활동 및 테러활동의 조짐을 보여서 막부가 처형한 것을 보여주어서 새로웠다.(물론 만화 '은혼'에서는 두 모습을 다 보여주긴 한다.)

확실히 메이지 유신에 대하여 책마다 공통적이면서도 다른 서술을 하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인물이 바뀌게 되는 듯하다. 최승표의 메이지 이야기를 읽을 때는 시마즈 요시아카라나 도사의 야마우치 요도가 좋았지만 굽시니스트의 한중일 세계사를 읽을 때는 소탈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좋았다. 하지만 박훈 교수님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을 읽고 나서는 그동안은 음흉하고 그늘져보였던 오쿠보에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확실히 유신기를 보여주는 좋은 책이긴 하지만 메이지 유신에 대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책들과 같이 읽어야 시너지를 보이는 책인 듯 하다. 마치 대학교 전공서의 각론서를 보는 듯 하다. 그 자체로 좋은 책이긴 하지만 그 자체만으론 이해하기 힘들고 총론서와 같이 봐야 이해가 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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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메디치 WEA 총서 10
마이클 타이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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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중국이 겪은 만큼의 가혹한 역사를 견뎌낸 국가는 없었으며, 지난 두 세대 동안에 중국이 이룩한 만큼의 성취를 이뤄낸 국가도 없었다. 그런 성취는 세계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하며 교역 파트너들과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를 공유하고자 하는 중국의 바람은 이뤄질 것이다." p250 중국과 세계질서 중에서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는 냉정하게 말하면 학술적 총서라기보다는 정훈교육 자료를 보는 듯 했다. 그는 나라간의 관계를 서술할 때 전근대의 중국과 현대의 중국을 의도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는 결국 사건과 사실을 통해 결과를 보여주는 역사학적 방식이라기보다는 의견을 먼저 짜 맞추고 그것에 사건과 사실을 맞추고 있다. 류큐왕국이 일본과 미국에 의해 겪는 피해를 보여주면서 중국과 친할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서술하거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외교를 보여줄 때는 전형적으로 중국의 입장에서 아전인수적 해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중국과 친하게 지내며 피해를 보지 않은 국가들은 중국의 해군력이 닿지 못하는 먼 바다에 있었던 국가들이었다. 베트남에서의 서술을 본다면 결코 중국이 여기서 악의 축으로 삼는 미국, 프랑스 등 서구열강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전문적인 학술서나 개론서로는 추천하지 않지만 스페인 점령기 필리핀의 중국인 공동체나 말레이시아의 중국인 공동체 등 동남아시아에서 화교 생활사를 잘 그리고 있기에 그러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나 중국의 동남중국해 국가들을 보는 관점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추천은 하지 않지만 그부분은 꽤 많은 자료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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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2021-01-0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내용 관련 전문 학술서로 추천해주실만한 것이 있나요?
 
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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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가 갓 왼편을 건드리면 멀리서 바라보던 포졸들이 잡지 말라는 신호로, 갓 오른편을 건드리면 꼭 잡아라는 뜻으로 알았다. 그리고 포교가 범인을 발견하고 확인하면, 뒤따르던 포졸들에게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인다. 이것은 오라로 묶으라는 신호이다.'p137, 제 3장 포도청

허남오 교수님이 쓴 조선 경찰은 중앙과 지방의 경찰제도를 총 망라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진영장이 지방에서 포도청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특히 조선시대의 저자거리하지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조선시대의 형벌과 수사, 경찰제도를 총 망라하다 보니 장과 세부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또한 오히려 조선시대의 대표 도적들 및 범죄사례, 형법전이나 제도의 설명을 너무 자세하게 하느라 본 책의 소개인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들의 생활에는 조금 맞지 않는 듯 했다. 차라리 조선의 형벌과 수사기관을 통해 본 조선인들의 생활이라 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해다. 오히려 주인공인 포도청보다 지방 경찰기관에 대한 소개가 많았고 그동안 사극에서 보이던 원님이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육방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던 모습에 머물러 있던 지방경찰제도에 대한 나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었다.

이 책에서 보이는 조선시대 경찰기관들은 단순히 도적과 강력범죄자만 잡는 게 아닌 풍속 교정과 물가단속 등 요즘에는 특별사법경찰로 행정기관이 맡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는 유교국가로서 법률이 교화의 도구로 사용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 했다. 이는 개화기 경무사, 경시청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볼 때 왜 갑신정변기나 을미개혁 시기 개화파 대신들이 경찰기관을 개혁하고 손에 넣으려 했는 지 알 수 있을 듯 했다. 형벌과 질서벌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았던 당시 개혁의 정령을 서민들이 생활로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1895년 단발령 당시 경무사 안경수와 순검들이 행인들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조선시대의 범죄자들과 포졸들의 모습이 눈으로 그려질 정도로 미시사적 분야에서는 많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포도청을 다룬 수많은 드라마나 소설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들은 많지 않았다. 추후 조선시대를 다룬 소설을 좀더 생생하게 쓰려는 작가들이 있으면 자료집으로 일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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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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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디의 입담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밀라노를 함께 걸을 수 있어 좋은 소설이었다. 그당시 밀라노 궁정의 모습을 보며 작가의 고증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인물들의 모습이 고증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좋았을지 모르지만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몹시 평범했다. 심지어 다빈치 조차도 수많은 다빈치 관련 책들에 나오는 다빈치의 모습을 고증했으나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인물 자체가 빠져들거나 동조할 만한 흡입력을 가지진 못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 또한 시오노나나미의 르네상스이야기나 HBO사극 보르지아에 나왔던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샤를8세의 모습은 여태까지의 모습과 달라 새로웠다. 이제까지의 매체들에서는 끝없이 밀려오는 프랑스군을 이끄는 비록 외모는 볼품없지만 강력하고 리더십 있는 군주의 모습이었다면 여기서는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유약한 왕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이 시기를 다룬 작품들에서는 샤를 10세가 풍기는 거대한 힘의 아우라와 그에 대항하는 혹은 그에 동조하는 모습의 인물들이 나오는 당시 이탈리아의 중압감이 이 소설에서는 너무나 덜했다.

  오히려 이 소설의 진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인물은 루도비코 일 모로였다. 그는 그의 땅에서 생긴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드는. 어쩌면 진주인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음험하고 무자비한 독재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있는 지도자로 묘사되어서 또 새롭게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소설은 제이슨 굿윈의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 1권 예니체리부대의 음모'를 생각나게 했다. (야심 시리즈는 소설 자체로도 재밌지만 풍부하게 묘사된 배경은 다른 소설을 쓸 때 설정집으로도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한다.) 사실 제이슨 굿윈이 더 나았다. 황태후와 야심, 발레브쉬카 등 인물들은 몹시 유쾌하고 비록 용두사미 느낌일망정 작품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이 끊임없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척도에서도 서술자의 유쾌한 서술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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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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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 속에서 산삼은 주인공이 어떠한 고난을 겪고서야 얻어내는 신비한 영약이었다. 아픈 부모님을 살려내기 위해 효자는 구렁이를 만나기도 하고 되살아난 시체에 쫓기기도 한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산삼으로 인해 부모님은 살아난다.
이러한 민담과 드라마 상도를 보면서 인삼은 동아시아권에서 영약으로 묘사되지만 서양도 이에 대해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오히려 양의학에서 인삼의 사포닌이나 진세노사이드에 대한 과장된 효능에 대해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서구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삼에 대한 구미국가들의 오랜 관심과 무한한 짝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삼에 대한 존숭과 숭배는 중국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중국이 강하고 부유하다고 느껴졌을 때 서구권의 학자들은 발달한 중국의학에 대해 기를 쓰고 배웠다. 하지만 서구에서 화학과 식물학에 기반한 양의학이 발달하고 서구의 힘이 중화를 능가하고 중화를 무릎끓리게 되면서 중화에 뒤집어씌워진 전제와 고루함이 인삼에 덧씌워졌다.
오비디우스가 말했듯 짝사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 대상의 안좋은 모습을 생각하고 또 보면서 마음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설혜심교수님의 책은 그러한 서구의 시각들을 다양한 자료와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그럼에도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그 발걸음을 하나하나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인삼을 가지고 조선과 미국이 무역경쟁을 하는 모습은 요새도 주력산업이 겹치는 두 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미국의 물량에 맞서 조선인삼이 고급화로 맞서 무역전쟁에서도 그 가격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은 꽤 흥미로웠다.

나도 그동안은 인삼에 대해서는 양의학의 입장에서 효과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동안의 하나의 편협한 편견이 아니었나 한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사물을 보는 나의 눈을 한층 더 넓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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