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를 철두철미하게 밑바닥까지 조사했다. 내가 살던 모든 장소, 고향 집은 물론 학교, 만수 형이 다니는 회사, 옥희의 고등학교 시절까지 샅샅이 다 뒤지고 흔들어보고 털어봤다. 일제 때 할아버지가 불온사상 때문에 재판을 받은 것까지 다 나왔을 정도였다.
그들의 조사는 역설적으로 나의 결백을 증명해주었다. 내가 별게 아니라는 게 밝혀지자 그들은 오히려 대단히 실망스러운 눈치를 보였다. 내가 그들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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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념과 강한 의지만 있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우리는 배웠다. 해외토픽에 보니까 교통사고가 나서 자기 아이가 차에깔려 죽게 되자 엄마가 트럭을 번쩍 들어올려서 애가 살아났다. 우리 집 아랫집에 사는 아저씨는 양잿물에 발을 담가서 병원에서도포기한 무좀을 고쳤다. 옆집 아저씨가 그러는데 좀 있으면 세상이불과 물과 기름의 심판으로 망할 거다. 그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모든 재산을 하나님한테 바치고 하나님이 지정해놓은 장소에 모여있으면 천국으로 가는 양탄자가 내려온단다. 그걸 타면 천국까지순식간에 날아가는데 양탄자를 타는 표를 따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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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죽은 돼지 두마리는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었다. 돼지가 죽는 바람에 피를 뽑지 못해서 고기는 질기고 냄새가 많이 난다고 했다. 원래 돼지값의 반밖에 받지 못해 아버지는 무척 화가 났다. 덜익은 돼지고기를 먹고 동네 사람들 중 절반 가까이가 토사곽란에시달렸다. 그래도 워낙 싸게 먹은 것이라 돈을 돌려달라고 온 사람은 없었다. 설사도 할아버지가 준 약을 먹고 나았다고 했다. 내 알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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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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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바람으로 불려갈 석탄에 삽날을 꽂으며 이제는각자의 생을 퍼 담아야 할 차례였다.
탐조등을 들고 일어서면 끓어오르는피에 놀라 우리는가만히 서로의 이마를 바라보았다. 욕망은우리를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역사를 걸어 나올 때무개화차 위에서 타는 불꽃을잠 깬 등 뒤로 얼핏 우리는 빼앗았다.
아아, 그곳에는아직도 남겨져야 할 것이 있었다.
폐광촌 역사에는아직도 쿵쿵 타올라야 할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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