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노름, 장난감과 흉내 내기-이것들이 세계를 여는 균열선들이다. 하지만 놀이 충동은 퇴행한다. 꿈과몽상으로, 소원과 동경으로, 제일 크게 한탕하고 싶다는 도박꾼의 갈망으로 퇴행하고, 경제 규칙의 파국을무마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마음으로 퇴행한다. 「기초를푸르게」에서 벤야민은 톰 자이데만-프로이트가 아동학습 입문서에서 보여주는 태도-"과장된 나댐"ㅡ에 경의를 표한다. 벤야민의 모든 픽션 작품은, 밤의 꿈과 공상이 등장하는 초기작들의 무모한 과잉이든, 나그네들과 모험가들의 허풍이든, 기원 신화들과 수수께끼들의허무맹랑한 논법이든, 그런 태도가 바탕이 된다. 벤야민은 최고의 이야기꾼인 프루스트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는 그리움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침대에 쓰러졌다.
그가 그토록 그리워한 세계는 현실과 비슷하지만 일그러져 있는 세계, 현실의 진짜 얼굴인 초현실이 돌발 출현하는 세계였다."53 벤야민에 대해, 그리고 벤야민 본인의 픽션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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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이렇게 말했다. "도박을 논하는 자리에 이상한 맥락을 들여오시는군요. 그렇게 보자면, 포켓 속에 굴러 들어가는 상아 공에 상응하는 것은 저먼어딘가로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닐까요.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비니까."
"맞습니다. 그럴 때 비는 소원은 올바른 소원이지요. 멀리서 바라보는 소원이니까요." 덴마크 사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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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인장 열매가 열리는 때는 지나간 지오래였습니다. 울타리는 앙상했습니다. 이제 곧 선인장줄기만 삐죽삐죽하게 남아, 그 말라붙은 줄기들이 오지않는 비를 기다리는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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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나날이었지만 결코 한가하지 않았으며, 몇 주 동안 어느 관능적인 여자를 섬기는 일에 모든신경을 동원당한 직후였던 그에게는 나날이 유익했다.
저녁에 침대에 누우면 그녀의 육체적 세목들을 탐색하기도 했고, 그 자신의 노곤한 감각이 기분 좋은 파도에실려 그녀를 향하기도 했다. 그녀라는 사람을 떠올리는일은 거의 없었다. 전차에 올라탔을 때 맞은편에 여자가앉아 있을 때면 멍한 표정으로 눈썹에 힘을 주었다. 무슨 뜻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감미로운 태만함을 위한 도도한 고독을 허락받을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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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는 방에서 소음 때문에 너무 고생을 했었다. 어젯밤 꿈이 그것을 잊지 않고 새겨두었다. 나는 지도 밖에 나와 있으면서 동시에 지도에 묘사되어 있는풍경 안에 들어와 있었다. 풍경은 경악스럽도록 황량했다. 황량한 풍경이 바위투성이 황무지였는지 활자들 말고는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회색 바닥이었는지, 누가물어보았다면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활자들이 바닥위를 구불구불 행진해 긴 산맥처럼 보였다. 그렇게 형성되어 있던 단어들은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내가 귀 지도의 미로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머리 내지 몸으로 감지되었다. 하지만 그 지도는 동시에지옥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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