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노름, 장난감과 흉내 내기-이것들이 세계를 여는 균열선들이다. 하지만 놀이 충동은 퇴행한다. 꿈과몽상으로, 소원과 동경으로, 제일 크게 한탕하고 싶다는 도박꾼의 갈망으로 퇴행하고, 경제 규칙의 파국을무마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마음으로 퇴행한다. 「기초를푸르게」에서 벤야민은 톰 자이데만-프로이트가 아동학습 입문서에서 보여주는 태도-"과장된 나댐"ㅡ에 경의를 표한다. 벤야민의 모든 픽션 작품은, 밤의 꿈과 공상이 등장하는 초기작들의 무모한 과잉이든, 나그네들과 모험가들의 허풍이든, 기원 신화들과 수수께끼들의허무맹랑한 논법이든, 그런 태도가 바탕이 된다. 벤야민은 최고의 이야기꾼인 프루스트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는 그리움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침대에 쓰러졌다.
그가 그토록 그리워한 세계는 현실과 비슷하지만 일그러져 있는 세계, 현실의 진짜 얼굴인 초현실이 돌발 출현하는 세계였다."53 벤야민에 대해, 그리고 벤야민 본인의 픽션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