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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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지배 #한병철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로 시작하는 <피로사회>의 한병철 교수의 신간. 언제나 그렇듯.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라서 일주일을 붙잡고 있었다. 101쪽 분량의 짧은 책이지만 밀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은 리뷰보다는 요약문이라는 점 미리 밝힌다.
<정보의 지배>는 “오늘날의 디지털화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진실의 시대는 필시 지나갔으며 정보의 세계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저서마다 새로이 정립한 개념을 용어화시키고 있는 한병철 교수는 이 책에서도 현 세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용어를 속속 창출해낸다.

🌟인포크라시
오늘날 민주주의의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공론장의 디지털 구조변동에서 찾으며 이를 ‘인포크라시’, 라 명명한다.
📝“정보의 쓰나미가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 어느새 그 쓰나미는 정치 분야마저 덮쳐 민주주의 과정에 막대한 혼란과 장애를 유발한다. 민주주의가 인포크라시로 변질하고 있다.”

🌟미디어 바이러스
인터넷상에서 극도로 빠르게 확산, 번식, 변이하는 밈은 ‘미디어 바이러스’다.
📝“밈에 기초한 소통은 ‘바이러스 감염’과 같으며 가장 먼저 흥분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합리적 담론을 어렵게 만든다.”

🌟액체피드백과 움직이는 의회
디지털 민주주의는 더 많은 소통과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유동화할 것으로 보며 이를 액체피드백,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의회로, 움직이는 쇼윈도로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소비 및 소통 좀비를 만들어낸다.”

🌟공동체 없는 소통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개념으로 소셜미디어는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공동체 없는 소통으로서의 디지털 소통은 경청의 정치를 파괴한다.”

🌟탈사실화, 탈맥락화, 인터넷 기반 생활 세계
이로 인해 이해를 추구하는 소통은 훨씬 더 어려워 진다. 디지털 종족은 자신이 구축한 정보 안에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사실은 무시하고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소통 활동인 담론은 믿음과 고백으로 대체 된다. 서로 믿는 종족 구역 바깥은 무찔러야하는 적이되고 갈라놓고 양극화 된다.

🌟디지털 합리성
소통 없이, 담론 없이 존속하는 형태의 합리성을 뜻한다. 논증의 자리에는 알고리즘이 들어서고 계속 최적화된다.
📝“디지털 합리성은 담론적 배움을 기계학습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알고리즘이 논증을 흉내 낸다.”

🌟탈이데올로기화된 정보체제
트럼프는 진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맹이자 실재맹으로서 진실을 크게 위협할 뿐이다.
📝”의견의 자유(언론의 자유)가 사실관계 및 진실과의 관련을 깡그리 상실할 때, 의견의 자유는 코미디로 전락한다.“
그의 트위터의 가짜뉴스 정치는 어떤 진실과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이데올로적 이야기를 이루지 않으며 서사적 연속성과 정합성이 없다. 가산적이고 누적적인 디지털 정보에 가깝다.

🌟디지털 동굴
플라톤의 동굴에 갇힌 사람들이 신화-서사적 그림에 도취된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동굴이라는 정보 안에 가둬있다.
📝”진실은 정보와 전혀 다른 시간성을 지녔다. 정보는 현재성을 띠는 기간이 아주 짧은 반면, 진실의 핵심 특징은 지속이다. 그리하여 진실은 삶을 안정화한다. 진실의 시대는 필시 지나갔다. 정보체제가 진실체제를 몰아낸다.“

마지막 결론이 의미심장하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진실을 말하기’는 용기가 필요한 혁명 활동이다. 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사회에서는 진실의 열정은 아무 소용이 없고 정보의 소음 속으로 사그러 든다. “진실은 지난날의 짧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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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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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지배 #한병철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로 시작하는 <피로사회>의 한병철 교수의 신간. 언제나 그렇듯.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라서 일주일을 붙잡고 있었다. 101쪽 분량의 짧은 책이지만 밀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은 리뷰보다는 요약문이라는 점 미리 밝힌다.
<정보의 지배>는 “오늘날의 디지털화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진실의 시대는 필시 지나갔으며 정보의 세계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저서마다 새로이 정립한 개념을 용어화시키고 있는 한병철 교수는 이 책에서도 현 세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용어를 속속 창출해낸다.

🌟인포크라시
오늘날 민주주의의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공론장의 디지털 구조변동에서 찾으며 이를 ‘인포크라시’, 라 명명한다.
📝“정보의 쓰나미가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 어느새 그 쓰나미는 정치 분야마저 덮쳐 민주주의 과정에 막대한 혼란과 장애를 유발한다. 민주주의가 인포크라시로 변질하고 있다.”

🌟미디어 바이러스
인터넷상에서 극도로 빠르게 확산, 번식, 변이하는 밈은 ‘미디어 바이러스’다.
📝“밈에 기초한 소통은 ‘바이러스 감염’과 같으며 가장 먼저 흥분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합리적 담론을 어렵게 만든다.”

🌟액체피드백과 움직이는 의회
디지털 민주주의는 더 많은 소통과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유동화할 것으로 보며 이를 액체피드백,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의회로, 움직이는 쇼윈도로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소비 및 소통 좀비를 만들어낸다.”

🌟공동체 없는 소통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개념으로 소셜미디어는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공동체 없는 소통으로서의 디지털 소통은 경청의 정치를 파괴한다.”

🌟탈사실화, 탈맥락화, 인터넷 기반 생활 세계
이로 인해 이해를 추구하는 소통은 훨씬 더 어려워 진다. 디지털 종족은 자신이 구축한 정보 안에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사실은 무시하고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소통 활동인 담론은 믿음과 고백으로 대체 된다. 서로 믿는 종족 구역 바깥은 무찔러야하는 적이되고 갈라놓고 양극화 된다.

🌟디지털 합리성
소통 없이, 담론 없이 존속하는 형태의 합리성을 뜻한다. 논증의 자리에는 알고리즘이 들어서고 계속 최적화된다.
📝“디지털 합리성은 담론적 배움을 기계학습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알고리즘이 논증을 흉내 낸다.”

🌟탈이데올로기화된 정보체제
트럼프는 진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맹이자 실재맹으로서 진실을 크게 위협할 뿐이다.
📝”의견의 자유(언론의 자유)가 사실관계 및 진실과의 관련을 깡그리 상실할 때, 의견의 자유는 코미디로 전락한다.“
그의 트위터의 가짜뉴스 정치는 어떤 진실과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이데올로적 이야기를 이루지 않으며 서사적 연속성과 정합성이 없다. 가산적이고 누적적인 디지털 정보에 가깝다.

🌟디지털 동굴
플라톤의 동굴에 갇힌 사람들이 신화-서사적 그림에 도취된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동굴이라는 정보 안에 가둬있다.
📝”진실은 정보와 전혀 다른 시간성을 지녔다. 정보는 현재성을 띠는 기간이 아주 짧은 반면, 진실의 핵심 특징은 지속이다. 그리하여 진실은 삶을 안정화한다. 진실의 시대는 필시 지나갔다. 정보체제가 진실체제를 몰아낸다.“

마지막 결론이 의미심장하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진실을 말하기’는 용기가 필요한 혁명 활동이다. 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사회에서는 진실의 열정은 아무 소용이 없고 정보의 소음 속으로 사그러 든다. “진실은 지난날의 짧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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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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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심리학 #브릿프랭크 #흐름출판

봄볕에 입었던 외투가 덥게 느껴지면 마음이 설렌다. 그럴 만도 하지.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기단 북풍의 영향으로 11월부터 3월까지는 거의 다섯 달은 춥지 않은가. 1월은 무언가를 야심 차게 해내기엔 지나치게 춥다. 그러므로 새해의 진정한 시작은 3월이다. 그런데 무기력의 원인을 날씨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찮다. 내 안의 한 없이 미루고 가라앉는 <인사이드 아웃>의 우울이가 겨울이면 날씨를 핑계 삼아 더 활개를 칠 뿐.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거다. 아침에 세운 계획은 너무 쉽게 어그러져 있고, 어느새 나는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이 양산한 영상의 파도를 타고 있다. “계획한 일과 실제로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면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비결을 심리학에 의거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20대의 대부분을 마약성 진통제에 빠져 자기 부정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 그녀는 학교에서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고질적인 정신적 문제를 모두 극복하게 된다.

책에는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는 튜토리얼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몇 가지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값 비싼 심리 상담 못지 않다.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무기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기력한 감정은 잘못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우등생 같은 자아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여러 자아를 동시에 가진 복잡한 체계다. 이런 여러 자아에는 우월이 없다. 그저 내가 가진 일 부분일 뿐이다. 부분, 부분의 총합이 나란 사람이다. 이 여러 자아를 모두 인정해주는 것. 이것이 자기 이해의 출발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양육자가 되어 이들을 3인칭으로 이름 붙여 보살펴 주는 거다. 내 이름을 불러주며.

이런 메타인지적 사고는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나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한 발짝 물러서면 별일도 별일 아닌 게 될 때가 많다.

책에서는 심각한 사건의 트라우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작고 사소한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알게 모르게 그로부터 방어적인 일면을 갖춘다. 그렇게 형성된 어두운 자아는 우리 내면의 그림자와 같은 것으로 관심사병처럼 특별히 돌봐주고 들여다 봐주어야 하는 존재다.

☀️백수린 소설가의 단편 <아주 환한 날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강사는 수업시간에 그렇게 말하곤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너무 무서워.

부디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못난이라 치부한 내면 아이를 너그러이 대면하자.

📝자신을 게으르다고 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수치심이 생길 뿐이다. p.86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는 표현은 실제로는 ‘나의 뇌는 나를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p.89

📝건강한 신경계는 동적이다. (중략) 건강한 신경계는 업과 다운을 부드럽게 왔다갔다 한다. p.90

📝싫어하는 자아도 우리 정신의 일부다. 우리의 자아는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의 내면에서 필연적이고 가치가 있다. 자아는 숙련된 보호자나 코치가 없을 때만 문제가 된다. 숙련된 보호자는 규칙과 한계를 정한다. 숙련된 보호자는 감정을 인정하고 경계를 세울 줄 안다. p.121

우리 내면의 숙련된 보호자가 있는가? 한 마디로 나 스스로를 잘 알고 나 자신을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할 수 있다. 결국은 자기 이해가 우선이다. 책에서는 이를 ‘자기 양육의 기술’이라고 부른다. 내면이 허기를 느낄 때 이른바 “그림자 간식”을 먹이는 거다.

📝그림자 간식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며 심지어 즐거운 관용이다. p.124

📝 온전해지려면 그림자가 필요하다. 온전함에는 빛과 어둠이 모두 필요하다. p.128

책은 이 밖에도 가족, 친구, 사랑 관계와 중독과 나쁜 습관에서 비롯된 무기력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한다. 체스게임에 빗댄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간단한 규칙 7가지는 전략적이다.위에도 언급했듯이 비싼 심리 상담 못지 않다. 이 한 권의 책에서도 충분히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 어린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출생, 유아기, 걸음마 시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버텨냈다. 이것만 해도 자랑거리다. 제 역할을 하는 어른으로 연금술처럼 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앨리스가 왕과 여왕, 토끼와 광기의 미로를 빠져나왔듯이, 우리도 할 수 있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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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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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은 언제나 재밌는 주제다. <지위 게임>의 저자 윌 스토는 인간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지위 욕구’에 대해 뇌과학,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을 경유하여 분석한다. 책은,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크고 작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관점을 취한다. ‘게임을 한다’는 건 지위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은유다. 이 관점 하나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다단한 세상만사가 읽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사소한 관계에서부터 학교, 직장, 정치, 온라인까지. 삶의 갖가지 리그 안에서 서로 적이 되어 경쟁하거나 편이 되어 연대하고 승리하거나 패배할 수 있다.

이 지위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나이처럼 단순한 것에서부터 외모, 재력, 재능, 문화 등. 현대 사회에서는 주로 합의된 상징을 내면화하여 지위를 드러낸다. 이 지위 욕구는 인간의 본성에 새겨진 불가피한 것으로 저자는 이를 쟁취하기 위한 게임을 세 가지로 나눈다.

지배 게임, 도덕 게임, 성공 게임

“지배 게임에서는 힘이나 두려움을 무기로 지위를 차지한다. 도덕 게임에서는 남달리 의무감이 강하고 순종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에게 지위가 주어진다. 성공 게임에서는 단순히 이기는 차원을 넘어서 기술이나 재능이나 지식을 필요한 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지위가 돌아간다.” p.63_지위 게임의 세가지 변종에서

이 세 가지 게임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혼재되는 게 일반적이다.

애플을 예로 들자면, 애플은 혁신을 도모하면서 성공 게임을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광고할 때는 게임을 하고, 특허권 침해로 경쟁사들을 고소할 떄는 지배 게임을 한다.(p.64)

“공식적인 제로섬 게임에 자주 노출되는 현실이 21세기에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과 불안과 탈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p.145_제로섬 게임 중

“사실 인생은 상징으로 이루어진 게임이고, 신념은 침략자의 깃발 못지않게 상징적일 수 있다. p.215_이념이라는 영토, 신념의 전쟁 중”

이 게임은 시대를 거쳐 가며 룰을 바꾸어 나간다. 1980년대 이후 출현한 ‘신자유주의’ 게임은 더 자유롭고 규칙에 덜 얽매이며 더 개인주의적이 되었다.(328p) 게임에서 이기기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더 경쟁적이고, 물질적이고, 더 자기에게 집중해야만 가능해진다. 미국 여피족의 성공은 이를 증명한다.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은 많은 사람이 명성과 부를 쫓길 촉구한다.

“우리는 개인주의자들이다. 승리가 우리의 능력에 달렸다고 믿는 시대에는 승리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의 잘못, 오로지 우리의 잘못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패자가 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존재가 된다.”
“심리학은 이처럼 실패 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명칭을 붙여주었다. 바로 완벽주의자다.”
“신자유주의적 꿈속에서 산다는 것은 일종의 지위 불안에 시달리는 과정이다.” p.331_너 자신을 사랑하라 중

문제는 이 게임판의 룰도 영원하지 않다는 거다. 2008년 세계 금융경제 위기 후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였다. 온라인 플랫폼의 급진적인 정서는 오프라인까지 확장되어 인종, 성별, 계층을 초월하길 꿈꾸지만, 이는 금수저 신화라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태어날 때부터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승자가 되어 그들만의 리그에서 특권을 만들어 내고 평범한 이들은 그들을 선망하고 모방하고 분노할 것이다.

“엘리트가 누리는 특권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게임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다. 엘리트는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고, 그들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은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p.353_공정과 불공정 중

책은 지위 게임의 작동 원리를 간파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규칙 일곱 가지를 제시한다. 이 게임에 말리지 않을 필살기를 전수받는 양 무척 흥미롭다. 짧게 몇 개만 소개하면 한 가지 게임에 매몰되기보다 여러 다양한 게임에 참여하길 추천한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을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협상하고 거래하는 집단으로 보길 바란다. 끝으로 이 모든 세상이 거대한 공모의 장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결론의 몇 문장이 너무 좋아서 계속 맴돌고 있다.

“그 누구도 세상 모든 사람과 경쟁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가 선망하고 경외하는 슈퍼스타도, 대통령도, 천재도, 예술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면 위안이 될 것이다. 약속의 땅은 신기루다. (중략)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라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라는 진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p.406_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 중

책을 읽으면서 이 모든 게임판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살아 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이 리그에서 초연할 수 없을까? 이탈된 낙오자가 아니라,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인삼밭에서 누가 뭐라든 홀로 해맑은 고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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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플레이(Replay)
허린 / 조은세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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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줄 소설. 겨울에 처음 읽고 봄이 되어 다시 읽으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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