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리는 아리송 창비청소년시선 45
정연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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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시인님은 '아이들의 팔짱 사이에 끼어 있거나 말과 표정과 웃음과 한숨과 호들갑과 오두방정에 대롱, 매달린' 시를 너무나 유쾌하게 하지만 깊이있게 들려주신다.

'수식어의 덫' 갇히기 싫다는 송아리는 얼핏 보면 철없는 열일곱 소녀같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혜림이의 말못할 사정을 헤아리기도 하고, 함께한 추억이 차고 넘치는 준기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아빠엄마를 생각하면 아침부터 울컥하고 눈물이 터지는 속깊고 마음 따뜻한 여고생이다.

무엇보다 <순례주택>, <빨강머리 앤>을 읽고, MBTI와 소크라테스를 연결짓고, 토인비 '메기효과'에 반박할 줄 알고, 오페라 '마술피리'를 보고 내 힘으로 소중한 걸 지키자 다짐하는 이 소녀는 정말이지 내면이 밝고 맑고 단단해서 '아리송'하기만한 십대를 꿋꿋하게 잘 보낼 것 같다. (그 시절 지나온 아줌마가 척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당차고도 여리면서, 되바라진 듯 고민많은 십대의 일기장 같은 시집이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읽었더라면 친구를 찾은 느낌이었을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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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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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마령의 세계]를 통해 최상희 작가님을 처음 접하고 [델문도], [그냥 컬링]까지 쭉 읽었었다. 작가님만의 상냥하고 따뜻한 문체와 은근히 미소짓게 만드는 유머가 정말 좋았다.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내신 소설집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의 표제작에 녹주, 오란, 차미의 다른 에피소드들을 더해 이번 책을 내셨다🎊

일단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과 도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텐데, 이야기 속 도토리(도서관 서가에 의도적으로 잘못 꽂아둔 책들)로 등장하는 소설들과 세 친구 대화에 등장하는 추리소설들도 목록을 다 적어두었다. 이 책들 읽으면서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나도 오란, 차미같은 친구를 만나게 될지도🤭

특히 중독성있는 오란의 말투♡ "굼벵이야,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수수부꾸미야, 뭐야. 책방 이름이 수수해도 너무 수수해.", "두꺼비야, 뭐야. 그런 꿍꿍이가 있었다니.", 쪄 죽을 것 같아. 고구마야, 뭐야." 정말 재미있고 재치있고 따라해보고 싶어서 잠자리에 누워 자꾸만 꿈틀거리는 아들에게 "지렁이야, 뭐야. 왜 이렇게 꼼실거려."라고 했다가 둘이 같이 한참 웃었다. (아직 아무거나 잘 웃어주는 나이입니다ㅋ)

책을 다 읽고 나면 자동차 아래를 살피는 녹주, 오란, 차미와 곰젤리와 야광토끼와 고양이까지 다 품고 있는 책표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삭막하고 외로웠던 내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추억보정해주는 책이었다. 평범하고도 불가사의한, 따뜻하고도 미스터리한 세 여학생의 푸른 시절을 엿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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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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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을 주도하는 경쟁력을 갖추자는 이야기에서 메타버스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진로체험이나 교육콘텐츠도 계속 개발되고 있고, 말 많았던 새만금에도 잼버리 축제를 앞둔 8월에 국내최초 메타버스 오프라인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메타버스 기업 임프라버블의 CEO 허먼 나룰라는 이 책에서 메타버스의 기원부터 바람직한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방법, 메타버스 시대의 트랜스휴머니즘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초반부터 작가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와 따로 존재하는 한 현실 세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창출한 가치가 현실 세계에도 도움이 되려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진짜 의미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결합체라는 뜻이다.

🔖피라미드 건설의 원동력이 된 이집트의 사후 세계 신앙부터 경기 결과에 따라 거리 행진 또는 폭동으로 번질 수 있는 프로 스포츠 팬의 열정까지, 역사상 인간이 상상한 세계는 현실 세계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소통해왔다. 이처럼 두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는 성질이 메타버스의 핵심이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세계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다.

그리고 만족스럽고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세계를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바람직한 디지털 가상 세계 구현 원리를 설명한다.

🔖첫째, 셀 수 없이 많은 사용자와 사물 간의 개별 상호 작용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각 사용자가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기회를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요구 사항을 꾸준히 만족한다면 틀림없이 물리적, 심리적 깊이와 유용함을 모두 갖춘 가상 세계가 될 것이다.

🔖만약 가치를 창출하고 저장하고 측정하고 교환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정한다면, 가상 세계와 경험은 개인의 심리적 만족을 넘어서는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개발자에게 집중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수익이 소수에 집중된다면 오늘날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이 더욱 공고해지고 메타버스에 투자할 의욕도 꺾일 뿐 아니라 사용자도 애착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외에도 메타버스에서 규제의 범위와 효력, 인간 이후의 포스트휴먼 미래까지 예상하며 메타버스를 통해 밝고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인다.

🔖미래의 인간과 컴퓨터의 공생 가능성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분명 우리에게 가장 좋은 미래일 것이다. 포스트휴먼의 시대가 오면 행복과 지식 발전, 내적 성장의 기회가 상상할 수도 없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 우리 환경과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이 하고, 알고, 되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예부터 더 성장하고 느끼고 배우고 관계를 맺고자 가상 세계를 만들어 왔다. 이 오랜 여정의 절정기가 가상 사회이며, 가상 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가 실제로 펼쳐질지 알 수 없고 독자 각자의 이유로 동의 또는 비동의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가상현실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는데에는 도움이 되는 책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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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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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서 독특한 직업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화가-은행원-승무원-변호사를 거쳐 경찰이 된 송지헌경정님, 카이스트에서 항공 우주학을 전공한 오승훈 아나운서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에 도움을 받기위해 로스쿨 지원을 결심하고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한 가지 직업만 잘하기도 벅찬 나로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경력들인데, 이번에는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자인 기욤 마르탱 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니체의 저작을 가지고 운동과 관련한 현상을 다뤄보고 싶었다. (중략) 나의 연구 목표는 분명했다. 스포츠를 철학의 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스포츠를 통해 철학을 흔들고 교란하되 두 세계 사이에 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다리를 놓겠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대회에 참가한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나누 가상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책 속에서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두뇌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아주 강하다는 것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철학은 일종의 묘약으로, 이것을 마신 자는 힘과 지구력이 상승하는 것만이 아니라 팀원들 간에 어떤 시련도 감당할 만큼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결정했습니다. 독일 팀이 상위권에 들려면 철학자들을 합류시켜야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그리스 선수들과 대결할만한 동등한 무기를 갖춘, 최상의 요소를 갖춘 철학자들을 선발하겠다는 겁니다.

바로 독일 사이클팀 매니저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 이토록 두려워하는 그리스팀을 이끄는 리더는 '소크라테스'이고, 프랑스 팀의 코치 '사르트르'와 만국의 자전거 노동자들에게 단결을 요구하는 '마르크스'도 등장한다.

<독서모임 후기>
🙋‍♀️ 철학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지만 너무나 유명한 위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서 사이클 대회라는 압박감 높은 상황에서 다양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어. 하지만 역시 -배경지식이 많아야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철학자의 사상이나 성향에 대해 많이 알았더라면 더욱 깊이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좀 아쉬움이 남아.

🙋‍♂️그 말에 진짜 동감해. 그리고 난 이거 번역하신 분 정말 존경스러워. 싸이클도 잘 알아야되고 철학도 잘 알아야되는 거잖아. '파스칼의 바퀴', '오컴의 면도날' 같은 개념도 비유적으로 나오고, 니체나 칸트가 지냈던 도시도 역자 각주 없었으면 모르고 넘어갔을거야. 전설적인 사이클 경기 장면 오마주도 나오니까 해설보고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솔직히 나중에는 조금 벅찼어.

🙋‍♀️나도 그래서 이 책 내용을 모조리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작가님의 신선한 시도를 통해 다양한 철학자들의 통찰이나 일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맨날 일기 쓰는 것처럼 깨알 재미가 있더라. 읽기 쉬운 책에만 손이 갔었는데 새로운 독서 경험할 수 있었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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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이천 년을 내려온 나를 돌보는 철학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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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면서 스스로가 잔소리 폭격기로 느껴질 때가 많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하는 말들이지만 내가 말하면서도 내 귀가 따가울 때도 있다🤐

독서가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듣는 충고는 잘 들리지 않다가(때로는 오히려 기분이 나쁘기도) 책에서 같은 내용을 읽으면 밑줄을 긋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려 이천년을 살아남은 잔소리(?) 모음집이 여기있다. 폭군 네로의 스승이었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에세이 중 세 편을 한 권으로 엮은 책 [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를 읽으며 차가운듯 따뜻함이 느껴지는 츤데레 할아버지의 정겨운 인생조언을 듣는 느낌이 들었다.

잔소리라는 게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이제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때도 있다. 느슨해진 마음에 고삐를 당기고 싶은데, 자칫 오지랖처럼 들리는 조언을 듣기 싫을 때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왜 수명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두고 기네, 짧네 하고 불평을 늘어놓습니까?

🔖타인에게 자랑하며 보여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선을 추구하면 어떻겠습니까?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일을 놓지 못하는 죽음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자신에게서 달아나지 않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타인에게 자랑하며 보여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선을 추구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받아들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곱씹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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