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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기반으로 세상의 어둠, 폭력을 응시하는 냉정한 눈을 가지고 있는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의 영국 기행문. 저자답게 책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영국의 표면이 아니라, '영국의 표면'을 둘러싼 맥락에 가닿고 있다. 영국의 부와 힘이라는 게 '대영 제국'이 식민지 국가에 행한 착취와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런 맥락을 깔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영국의 예술이나 영국 지식인들의 삶이나 지성을 단순히 그것 자체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이 '대영 제국'이라는 맥락과 필연적으로 연관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영국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대영 제국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형성된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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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박스>는 해리 보슈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작품이다. 초반부의 작품들에서 해리 보슈는 베트남전의 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상처 같은 과거의 극복하지 못한 것들과 대면하며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의 작품들에서 그는 정치적인 압력, 극악한 연쇄 살인마, 범죄자와 대결하며 범죄자처럼 어두워지는 자기 자신 같은, 현재의 사건들과 맞부딪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나간다. 노년에 이르면, 해리 보슈는 미제 사건 전담팀에 들어가 과거의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과거를 거쳐 자신의 현재, 타인들의 과거로 나아가는 셈. <블랙박스>는 타인의 과거와 만나며 그 과거의 어둠을 파헤치는 해리 보슈의 모습이 그러져 있다. 그가 이번에 맞부딪친 사건은 1992년의 LA폭동의 와중에 살해된 덴마크 여기자 사건. 그 사건의 초기 수사를 담당했다 폭동 때문에 사건과 멀어져 이 사건이 미제 사건이 됐다는 자책감이 있는 해리 보슈는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사건의 진실'에 이르기 위해 모든 난관을 견디어내며 오로지 직진한다.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지면서. 우리가 할 일이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해리 보슈를 응원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행동이 이 사회의 어둠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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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은 오직 칼비노만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주를 배경으로, 과학적인 전문지식을 바탕에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F가 아니고, 그렇다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소설도 아니고. 동화같고, 우화같고, 철학서같고, 패러디문학 같고, 환상문학같고. 무엇이라 정의하기도 어렵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문학. 모든 것을 초월한 문학이자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칼비노만의 문학.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이야기이자, 지구 생명체가 등장하는 지구문학이자, 인간들이 등장하는 인간들의 문학까지 포괄하는 이 전우주적인 규모의 문학은, 시간적으로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 우리 시대까지 모든 시대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한번도 본 적 없고, 읽은적 없는 유니크한 소설의 세계를 헤매며 다시금 칼비노는 유일무이한 소설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자기자신만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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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0-01-1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이탈로 칼비노 전집 읽는게 목표라... 이번달에 이 책 읽을 예정인데... 빨리 읽어야겠네요. 어떤 느낌인지.^^

짜라투스트라 2020-01-17 11:22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칼비노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소설들이 꽤 있을 겁니다^^
 

'브라운 신부'는 셜록 홈즈, 에르퀼 푸아로와 더불어 세계 3대 탐정으로 통하는 캐릭터이다.(이 세계 3대 탐정은 누가 정하는건지 궁금하다.^^) <브라운 신부의 순진>은 '브라운 신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첫 단편집으로 '브라운 신부'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 캐릭터 자체가 갖춘 반전매력,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수수께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황에 대한 잘 정리된 인식을 바탕으로 풀려나가는 미스터리 퍼즐 해결의 쾌감까지. <브라운 신부의 순진>이 갖춘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매력과 더불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이 책을 감싸고 있는 가톨릭적인 세계관이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아무 생각없이 처음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가톨릭적인 세계관은, 다른 문학 관련서와 체스터턴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동시대 다른 문인들과 문학비평가들이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문학적인 '가톨릭 선교'라는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하지만 이 정도의 재미와 위트,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춘 문학적인 가톨릭 선교라면 충분히 들어줄만하지 않는가. 이렇게 재미와 매력을 가진 소설이 주는 가톨릭 선교라면 듣고 충분히 공감할만하지 않는가. 신을 믿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는 신없는 인간의 허무와 좌절, 그에 비해 신을 믿는 이들의 안정과 조화가 대립되는 형태로서의 문학적인 가톨릭 선교로서. 거기에 덧붙여 나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진짜로 연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벌어진 연극적인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으로서. 이곳과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의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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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이성애'라는 글자에서 '한 글자'만 바꾼 단어이다. 하지만 한 글자만 바꾸었는데도, 20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아무 문제 없는, 또 하나는 금기시되고 발각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는. 다른 말로, 하나는 사회적 수용의 대상이고, 다른 또 하나는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를 긍정하는 소설을 쉽게 발표할 수는 없었을 터. 당연하게도 작가인 E.M. 포스터는 1914년에 이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하여 발표하지 않았고, 소설은 작가 사후인 1971년에야 발표된다. 이 사회적인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바라보면 <모리스>는 많은 장점을 가진 소설이다. 밀도 높은 구성, 길게 늘여쓰지 않고 단문 위주의 짧은 호흡임에도 충분히 문학성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글과 표현들, 섬세하게 주제를 펼쳐나가는 스타일까지. 사실 내 개인적인 의미에서도 <모리스>는 충분히 좋은 소설이었다. 딱 내 스타일에 맞는 문학이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로서. 그러나, '동성애'라는 주제는 읽으면서 나로 하여금 어떤 머뭇거림을 느끼게 했다. 이 머뭇거림이 나에게 넘어설 수 없는 금기의 벽인건가. 책을 덮고 나서, 앞으로는 종종 이 금기의 벽을 넘는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야 나라는 인간이 가진 인식과 생각의 폭이 넓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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