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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소설Q
강성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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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나의 잠과는 무관하게-강성은

 

시인의 소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봐도 이 책에 나오는 소설들은 어딘가 독특합니다. 산문 같지 않은 느낌, 배경 묘사나 인물설정에서 어딘가 자유스러운 모습 같은. 거기에 저자가 시인이라는 걸 알고 나면 깨닫게 되죠. 이 소설은 시와 소설의 경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중간 중간 보이는 시적인 묘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마치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냥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 등이 가득한 이 소설들은 시-소설이자 소설-시로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매력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소설가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소설가의 개성을 이 저자는 이미 첫 소설집에서 매우 강력하게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적 지문 같은 개성이 가득 담긴,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이런 소설은 오직 강성은 작가만이 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사람들이 갑자기 늙고, 정체 모를 시체들이 마을에 나타나고, 개의 목소리를 번역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버스 기사가 내린 사이에 버스가 갑자기 사라지고, 이 세상 존재 같지 않은 이들이 무한정 버스를 기다리는 등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이 소설 속 세계는 내가 사는 현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언제나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시인들이 사는 시적 문학의 세계로요. 그러니 소설로 표현된 시적 문학의 세계가 어딘가 낯설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기를. 언제나 존재해왔던 시적 문학의 세계가 산문화해서 나타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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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2-2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급 땡기네요. 한국소설 안 본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표지그림도 매우 인상적이고...

시적문학이라...저도 한 번 보겠습니다!ㅎㅎ

짜라투스트라 2022-12-27 23:30   좋아요 0 | URL
아, 이게 시와 산문의 중간 느낌이라서 사람들마다 다 생각이 다를 것 같네요.^^;; 어쨌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뭔가 흘러나올 때 바로바로 써야 한다.

쓰지 않으면 글을 쓰기기 힘들다. 오늘 서평도 바로 생각난대로 써서 가능했다.

앞으로는 생각나면 바로 쓰는 걸로 해야겠다.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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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지음 / 냉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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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레트로 매니아-김쿠만

 

너는 앉아서 서평을 쓰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에 비해서 나오는 서평이 적은 것이 아쉬웠던 너는 이번에는 월요일부터 서평을 쓰면서 자신을 다르게 만들자는 맨날 하다 실패한 결심을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 쓸 책의 제목은 <레트로 매니아>. 저자는 김쿠만. 우연히 만나서 고른 책답게 너는 책의 내용도 전혀 모르고 저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그저 너는 <레트로 매니아>라는 제목에 꽂혀서 책을 골랐고 읽을 뿐이다. 사실 너는 알고 있다. 너 자신이 레트로 매니아라는 점을. 듣는 노래부터, 보는 영화부터, 책을 열심히 읽는 것까지, SNS를 거의 하지 않는 것까지 너 자신이 레트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너는 의식적으로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케플러 같은 아이돌 음악도 듣고, 아이돌 그룹에 대해 공부도 한다. 암호화폐, 메타버스, NFT, 자율주행차와 A.I. 같은 현대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기 위해 노력한다. 아프리카,트위터, 유튜브 같은 인터넷 생방송도 보고 채팅창의 흐름도 파악하려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도 들락 거리며 어떤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글을 쓰는지 파악해보려 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많이 하지 않지만 가끔식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는 살펴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력의 일환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하는 행동. 노력하지 않으면 너는 언제나 레트로에 머문다. 레트로를 벗어날 수 없었던 너의 눈앞에 <레트로 매니아>라는 책이 있으니 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읽었으니 글을 남겨야 하는 법.

 

너는 김쿠만이라는 저자의 출생연도를 살핀다. 1991년생. , 밀레니얼 세대군.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아는 순간 특유의 세대론적인 사고로 책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는 알고 있다. 세대론적 사고라는 게 얼마나 일반화가 심한지를. 밀레니얼 세대에게 비판받는 586세대에서 기득권에 속하는 이들이 겨우 10%를 조금 넘는 다는 것도 알고, 나머지 586은 기득권이라기 보다는 힘겹게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라는 사실도 안다. 밀레니얼 세대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이 너무 다르고, 자신이 속한 계층에 따라 사고방식이 얼마나 틀린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레트로 매니아>1991년생 저자가 썼다는 사실 만으로 세대론을 적용해본다. 그렇게 보는 게 편하고 쉽기에.

 

너는 책을 읽으면서 책 속 소설들이 과거에 머무른 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런데 너는 책 속 등장인물들이 과거에서 머무른 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는 사실도 파악한다.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아니 미래라는 단어 자체가 들어설 여지 없이 과거에 머무른 채 현재를 살아나간다. 미래 없는 과거가 아니라, 그냥 과거와 현재의 교집합으로서의 현재만 존재하는 소설들. 그들은 그저 살아나갈 뿐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어쩌면 그건 미래에 대한 희망 없는 허무와 환멸의 문학적 형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건 하나의 문학적인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미래의 희망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묘사도 문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적 삶의 방식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도 세대론적인 일반화에 따라서 책을 구분할 것인가? 너는 갑자기 이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세대론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진다. 생각하다보니 아리송해진다. 세대론인지 세대론인지 아니면 그냥 작가의 특징인지. 근데 뭐 어떠랴. 책이 재밌었는데. 그것 하나면 책 읽는 의미는 충분하다. 그렇게 너는 세대론 같지 않은 세대론, 문학론 같지 않은 어설픈 문학론을 들이대다 책을 덮고 서평마저 마무리한다. 역시 너답게 혼돈스러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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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 5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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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정희진

 

책을 읽는데, 책의 갈피갈피마다 새겨진 정희진 씨의 사유가 내 몸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내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정희진의 사유와 내 몸에 새겨진 나의 사유가 만나서 폭발하며 펑펑 터집니다. 사유와 사유가 만나서 터져 나오는 폭발의 굉음, 폭발의 흔적, 갈등과 충돌의 흔적들이 책을 읽는 내내 제 몸을 감싸고 돌며 정신을 못차리게 만듭니다. 저는 그 흔적들을 갈무리하며 생각을 정리하느라 엄청난 정신의 에너지를 쏟아냅니다. 책의 파트파트마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한 것 같습니다. 홀로 하는 내적인 대화의 장이라고 할까요? 정희진의 사유와 저의 사유가 만나서 행해진 무수한 사유의 흔적들을 서평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서평이 한 40개는 넘을 것 같습니다.^^;; 파트파트마다 다 서평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떨 때는 동의하면서, 어떨 때는 비판하고 반박하면서 새겨진 사유의 충돌들을 다 서평으로 쓰지는 못해서, 이렇게 크게 짧은 글 하나 남긴다는 비겁한 변명을 해봅니다. 이런 책 읽기는 너무 좋네요. 할 말이 너무 많고, 생각도 너무 많이 해서 에너지 소모도 크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책에서 말하는 융합이 아닐까요? 정희진 씨의 사유를 받아들이면서 내 몸의 사유도 변화해가는 과정이 읽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니까요. , 아니라면 할 수 없죠. 어디까지나 저만의 융합개념이기 때문에 다를 수도 있는데, 저는 이런 식의 변화과정이 융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나름의 융합 과정을 거쳤으니 이제 책도 덮고 글도 마쳐야 하는데, 제가 했던 무수한 생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가버리는 건 너무 아쉬워서 하나 정도는 남겨보겠습니다.

 

종이 신문 읽기에 대해서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를 읽다가 정희진 씨가 종이 신문 읽기를 권하는 부분에 눈이 간다. 종이 신문 읽기라... 그게 가능할까?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힘들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도대체 왜? 나를 둘러싼 삶의 구조가 종이 신문 읽기와 거리를 두기 때문에. 이건 내가 기독교를 믿거나 유신론자 되기가 힘든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나의 가족이나 친한 이 중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관계를 넓혀야 기독교인이 나오고, 그마저도 삶의 접점이 그리 크지 않다. 한마디로 나는 평생동안 신 없이 살아왔고, 신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내가 신을 생각하려면, 진짜진짜 억지로 관심을 가지고 신을 사유해야한다. 아니면 진짜 기독교를 믿게 하는 혁명적인 사건이 내 삶에 일어나거나. 이 확률은 기적에 수렴한다. 그나마 내가 서양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학이나 유신론, 무신론 관련 책을 읽어서 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면 나는 내 가족이나 친구들처럼 신 없이 살다 죽었을 것이다. 종이 신문 읽기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신문은 나의 삶이 아니었다. 신문은 어른들의 도구였고, 나에게는 tv편성표나 스포츠 결과를 볼 때 잠시 보는 정도였다. 이건 시간을 거치면서도 똑같았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종이신문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구독한 적은 당연히 없다. 구독이라고? 그건 부모님이나 나랑 나이 차이가 나는 윗세대의 이야기다. 나나 내 친구들에게 종이 신문은 자기 삶과 관련이 없는 매체였다. 학창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종이 신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종이 신문을 읽는단 말인가? 읽어 본적이 없고, 읽을 이유도 없고, 읽을 필요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읽어야 하지? 물론 책에 나오는 정희진 씨의 말은 옳다. 종이 신문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의 방식과 인터넷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의 방식은 다르고, 세상을 더 넓고 맥락적으로 보려면 종이 신문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의 방식이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니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종이 신문이 삶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도 해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만약에 종이 신문 읽기를 하려면 나 혼자 해야한다. 불교의 수도승이 면벽하는 느낌이거나 기독교의 사제들이 깊은 수도원에서 홀로 수련하는 기분으로. 오롯이, 홀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걸, 책의 저자가 권했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을까? 학자로서 정희진 씨는 주류의 언어를 벗어나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데 소수지만 책이나 이론의 도움이라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종이 신문 읽기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친구들이나 지인의 어떤 이해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걸 생각해보면 너무도 암담하고 힘겨워진다. 나는 종이 신문 읽기를 할 바에는 지금까지 해온 책읽기를 계속 할 것 같다. 종이 신문 읽기와 인터넷 매체 읽기의 차이를 살펴봐도 나는 종이 신문을 읽자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인터넷 매체를 읽으면서 종이 신문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의 방식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게 훨씬 나을 방법일 것이라고 이야기 할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나중에 생각할지라도


어쨌든 내게 너무나 힘든 종이 신문 읽기를 권하는 정희진 씨의 글을 보며 생각한다. 삶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권하는 방식이 다른 거라고. 나라면 종이 신문 읽기를 권하지 못했을 거라고. 나라면 인터넷 매체와 종이 신문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방식의 차이점을 말하며, 인터넷 매체가 불러 일으키는 사유방식과 종이 신문이 불러 일으키는 사유 방식이 비슷해지게 만드는 방법을 한 번 찾아보자고 말했을 것 같다. 그것이 내가 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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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06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짜라투스트라 2023-01-07 18: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투라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1-07 18: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thjang1001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thkang1001 2023-01-08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투라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남은 휴일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1-08 13:4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2-07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정희진읽기를 시작하신 시기에 (맞물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이신문 구독도 같이 시작하신 분이 계셔서인지 짜라투스트라님 글 더 관심이 가네요

정희진 선생님은 워낙 다양한 매체(신문사)에 기고를 많이 하시니, 정기구독권도 많으실 수 있다는 상상도 해봤어요 ㅎ

축하드립니다 이달의 당선작~^^

짜라투스트라 2023-02-07 15:4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eBook]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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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한청훤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저는 독서모임에 여러 가지 말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독서모임이 아니라 서평을 작성하는 중이기에 줄여서 크게 세 가지 정도로만 말을 해보겠니다.

 

첫째. 중국은 움츠러 들면서 변화를 추구하던 시기에 팽창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의 중국은 움츠러 들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시기였습니다. 아편전쟁에 뒤이은 청제국의 몰락과 서양 열강의 침탈, 청제국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등장, 군벌들의 대립과 국공 내전, 만주사변과 만주국의 탄생, 중일전쟁과 국공합작, 2차 대전, 다시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혁개방으로 숨가쁘게 이어진 시기 동안의 중국은 밖으로 뻗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추스르기도 힘든데 어떻게 밖으로 팽창할 수 있겠습니까? 이 시기 동안 중국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생존하며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나가야 했습니다. 생존하면서 강해질 여력을 모으는 시기를 버텨나가던 중국은 20세기 말부터 세계적인 밸류체인의 흐름에 편승하며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하게 됩니다. 책에 따른다면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시 사태 이후에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과시하게 됩니다.

 

중국이 팽창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 건 한국입니다. 중국이 분열되어 있을 때 근처에 있던 나라인 한국은 편하게 지내거나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중국이 통일되어 강해지면 한국은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역사를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역사에서 최초의 국가로 기록된 고조선은 한나라의 공격을 받아 망했습니다. 고구려는 516국과 남북조의 혼란 때는 승승장구했지만 중국이 통일되어 수나라, 당나라가 되자 연이은 공격을 받다가 패망의 길을 걸었습니다. 몽골은 중국을 통일하여 원나라를 세우고 고려를 줄기차게 공격하고 점령했습니다. 명나라 때에 조선은 명나라와 긴장관계를 형성했지만 조공국으로 자신의 입장을 세우며 위기를 넘깁니다. 하지만 청나라의 건국으로 조선은 호란이라는 침탈을 겪게 됩니다. 이걸 작금의 상황에 적용해 봅시다. 중국이 위기의 시기를 건너, 통일된 상태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팽창의 시기로 가게 되면 한국은 역사를 돌아보건대 위기를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게 이 책에서 말하는 차이나 쇼크입니다. 결국 우리는 팽창의 시기를 맞은 중국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등소평이 구축한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는 시진핑이 3연임을 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공산당 엘리트들의 권력분배 및 권력계승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 집단지도체제는 개혁개방 시기 이후로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죠. 하지만 시진핑은 3연임을 하면서 공산당 지도부를 자기파벌로 가득 채우면서 집단지도체제를 끝장냈죠. 팽창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낸 중국의 미래를 시진핑이 어떻게 할까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며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 현실, 후커우 제도로 드러난 상상을 초월하는 빈부격차와 지역간 격차, 인구 감소와 급격한 인구 고령화,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빚의 덫까지, 중국의 미래에 산적한 이 과제 앞에서 시진핑 중심의 공산당이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집니다.

 

셋째.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화려하게 내세운 굴기의 목표에 비하면 반도체에서 아직 초라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의 핵심적인 요소로 무엇보다 중요한 반도체를 두고 미국에게 뒤진 현실 앞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대만의 TSMC를 보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반도체를 얻기 위해 대만으로 쳐들어갈까요? 하나의 중국을 앞세우며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서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을까요? 쉽게 결단을 내리긴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대만 침공을 하나의 카드로서 손에 쥐고 있는 건 확실한 상황이니,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겁니다.

 

독서 모임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에 세 가지만 적고 보니 너무나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해네요. 무엇보다 우리 옆의 강대국이다 보니 한국은 중국을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중국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 중국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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