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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평점 :
4.표현의 기술-유시민(글),정훈이(만화)
표현의 기술은 자유롭고 자신 있게 내면을 표현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6)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각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
어젯밤에 한 시간 가까이 <표현의 기술>에 대한 서평을 다 썼습니다. 다 쓰고 분명히 저장했는데 예상치 못한 제 실수로 다 날려버렸습니다. ㅠㅠ 기껏 써놨던 글을 다 날려버리니 멘탈이 가출해서 아직 돌아오지 않네요. 어떻게든 제 멘탈을 붙잡고 다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집나갔던 멘탈이 돌아올리도 만무하고,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네요. 글을 다 써서 날린 것도 안타깝고,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제 다짐도 있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앉아서 글을 쓰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앉아서 글을 쓰고 있지만 제 글의 방향은 오리무중, 갈팡질팡, 아노미, 카오스 그 자체네요. <표현의 기술> 서평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합니다. '포기하면 편할텐데' 하는 마음이 저를 유혹하네요. 유혹을 따르고픈 마음은 강하지만 포기는 없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보겠습니다.
잠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제가 썼네요. 사실은 저 문장이 제가 <표현의 기술>을 읽고 내린 결론이거든요. 결론이 앞에 나왔다는 것은 제가 '수미쌍관'이나 '두괄식' 구성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멘탈이 나가서 두서없이 쓰다보니 제멋대로 나왔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제멋대로 나온 글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음~~ 글을 들여다보니 뭔가 이상하네요. 유시민식 '표현의 기술'을 배우거나 들여다보려고 책을 읽었는데 나온 결론이 '글을 계속 써보겠다'라니. 이럴거면 뭐하러 <표현의 기술>을 읽었을까요? '글을 계속 쓰겠다'는 말은 굳이 <표현의 기술>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제가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저도 한 번 그 과정을 책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표현의 기술>은 저자인 유시민이 글쓰기 강의를 하다 받은 질문이 모티브가 되어 나온 책입니다. 유시민은 자기만의 '표현의 기술'을 글쓰기의 목적, 악플, 자기 소개서, 독서, 표절, 비평, 보고서, 회의록 같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단 유시민 특유의 글맛이 있는데다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글 자체는 쉽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무언가 '표현의 기술'을 위한 필살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마치 필살기가 필요해서 무공 비급을 구해서 읽었는데 필살기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일반초식만 가득 적혀 있고 일반초식을 제대로 익히면 필살기가 나온다고 적혀 있다는 상황이랄까. 표현의 기술에서 무언가 확실한 방법을 찾으려는 제 욕심이 지나친 것일까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저도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재미는 있는데 무언가 확실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던 제게 오히려 임팩트가 컸던 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만화가 정훈이의 만화 '표현의 기술'이었습니다. 책의 서문에도 적혀 있지만 이 책에서 정훈이의 만화는 일반적인 삽화와는 다릅니다. 만화는 그 자체로 글과 대등한 영역으로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만화가 정훈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만화를 통해 유시민의 글과는 다른 자기만의 '표현의 기술'을 드러냅니다. 저의 지나버린 20세기를 추억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만화를 통해서 만화가 정훈이는 자신에게 '표현의 기술'이란 삶에서 마주친 순간순간의 총합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간 머리속에 번뜩 하더군요. 머릿속의 번뜩임은 제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숙을 글을 써라. 글을 쓰다보면 너만의 표현의 기술을 얻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제가 <표현의 기술>을 읽고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과정이었습니다. 분명히 '표현의 기술'에 대한 좋은 방법을 얻으려고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나니 '글을 계속 써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리다니. 이건 읽은 것도 같도 아닌 것도 같고, 뭔가 얻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어쨋든 독서는 재미있었고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의욕은 강하게 얻었으니 좋게 생각하렵니다. 좋게 생각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요. 좋게 좋게 생각하며 이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첨부: 다 쓰고 보니 이 글은 서평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도대체 알 수가 없네요. 마지막까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니, 알 수 없는 게 '표현의 기술'인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