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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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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한 권의 책 안에 5편의 중편소설이 들어가 있다. 각각의 내용들 안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년이 넘은 나이들이다. 그리고 모두 불안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년 이후가 되면서 느껴지는 어려움은 다양한 이유에서 올 수 있는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불안이다.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던 평범한 일상을 지내가 어느덧 나이가 들고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을 하고 난 이후에 자신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말해준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거 같았다. '아... 인생의 큰 사건이 없어도 나에게도 언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들...'

『 "회사에 있을 때는 몰랐어.그 밑에 검버섯이 까맣게 피어

있다는 걸..." 불안과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버티고 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불안만 던져 주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내 또 허무하게 만들더니 다시 슬그머니 희망은 있다고 알려준다. 누구에게서 받는 것도 아닌 빼앗고 빼앗기는 게 아닌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의 느낌이 맞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정신이 번뜩 들게 하는 소재들 안에서 나도 노력을 했다. 무언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견하려...

소설 안에서 "물"이 5편 모두 등장한다. 새로운 생명 같은 것이랄까? 인생은 새롭게 순환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며, 새로운 무언가 발견할 수 있는 나이. 늦지 않은 나이 5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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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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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두 번 읽을 일이 많지는 않다. 그것도 어릴 적 읽었던 책을 다 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한번 읽을 일은 더 흔치 않다. <비밀 독서단> 프로그램을 즐겨 보기 때문에 추천해 주는 책은 매 회마다 적어도 1 권정도는  꼭 읽으려고 노력한다. 10회에 나왔던  "1988년에 응답하고 싶은 사람들을" 편에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됐다. 그것이 다시 읽어보게 된 이유다.

사실 이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내용들이 상기되고 뭔지 모르게 새롭게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마 전 아이유의 신곡 발표 노래 중 '제제'라는 곡이 이슈가 된 것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다. 이 책 내용도 가물가물해서 그런 이유도 있거니와 아이유는 그냥 인기 많은 아이돌 여가수라고정도만 생각하고 있는 터라 그 노래에 사람들의 호불호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해서 단순하게 지나가는 생각으로는 그냥 소설 속 인물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서 만든 가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는 ....................

다시 읽은 내용은 새로워도 너무 새롭게 읽힘에 약간 당황했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제제는 자꾸만 나의 감성을 새롭게 자극했다. 징징 짜거나 동정을 바라는 아이가 아닌데 그 보다 훨씬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조숙해도 너무 조숙한 이 꼬마가 가지고 있는 '배려'는 놀라웠다.

제제는 외롭지만 자신에게 든든한 좋은 친구들이 있다. 밍기뉴나무가 있고 에드문두 아저씨,뽀르뚜가 아저씨도 있고 세실리아 선생님도 제제의 좋은 벗이다. 

​제제는 가족들에게 많이 맞는다.. 하지만 그 가족들의 폭력성은 가난과 힘든 삶에서 생긴 하나의 습관이 된 것은 아닐까.. 때론 제제가 나쁜 아이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때론 현실의 초라함에 대한 화가 매가 되어 제제에게 매로써 전해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기대하는 제제와 루이스형의 대화에서 제제는 자신이 착한 예수님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제제는 자신의 피에 악마가 들어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너무 빨리 철이 든다. 여러 현실의 상황들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눈치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형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 하거든.

아기 예수도 사람들이나 신부님이나 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야." / ~ 우리집 식구는 모

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해 주지 않느냔 말이야? /~그래서 난 아기 예수가 그

냥 보이기 위해서만 가난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

해. 그다음엔 부자들이 더 소용 있다고 깨달은 거야.... 이런 얘기 그만하자. 내가 한 말은 큰 죄가 될지도 몰라."』​

 

제제의 순수성은 에드문두 아저씨와 새에 대한 대화에서 사랑스럽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요즘 작은 새가 정말 있는지 의심이 간다구요. 어떤 때는 마음속으로 얘기도 하고 보기도 하면서 소리 내말한단 말이에요."

 

"작은 새는 어린애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는 걸 도와주려고 하느님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걸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해. 그러면 하느님은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다른 꼬마에게 넣어 주시지. 아주 멋진 일 아니니?

 

/나는 가슴이 뭉클해져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었다

메마른 가슴에서 새가 떠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작은 새야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가. 계속 올라가

하느님 손끝에 앉아.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

주실거야. 그러면 너는 내게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지. 잘 가, 내 예쁜 작은 새야!"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제...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이지만 '어른들의 권장도서'가 더 맞지 않을까 싶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주어야하는지...아이가 아이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한다. 또래보다 조숙한 제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제제가 앙큼한 제제가 되어 들려오는 노래는 불편한것이 사실이다. 잔혹동화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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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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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잘못 보낸 메일로 시작해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메일로 이루어지는 주인공 에미와 레오의 대화를 읽어 있다 보면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지만 마치 그들 둘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된 듯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남 연애에 대해선 모두가 선수라는 말이 있듯이... ㅋ 나도 모르게  속 터지는 둘의 대화법을 읽으며 혼자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 아놔~ 지금 장난들 하나? 얼씨구? 왜 저래?'라고 참견하게 된다.

때론 긴 대화가 오고 가지만 짤막 짤막한 말들을 메일로 보낼 땐 은근히 짜증 나서 실시간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텐데 참~ 둘 다 유들이 없다. 생각하다가도 또 요런 게 꽁냥꽁냥하는 맛이 있지...라며 성질 급한 나는 다시 심호흡 한번 한 후에 착한 독자로 돌아가 다시 읽기를 한... 4,5번쯤 됐었나..픕.

이 소설책은 남자와 여자가 대화법에 있어서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남녀의 차이인것이다.

그 정도 대화를 하면 한 번 만날 법도 한데... 두 사람은 두려웠던 거였겠지... 혹시 모를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황이 꼬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미리 차단하는 것일 것이다.

내꺼인듯 내 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아슬 아슬 썸타는 두 사람 연애 스타일도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묘~한 심리전.  하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갈 사람이 있다. 에미의 남편은 뭔 죄냐...;;; 남편은 이런 말을 에미에게 퍼 붓고 싶었을 수도 있다. "육체적인 관계만 외도냐? 정신적인 관계도 외도다!!!"

"가깝다는 것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는 게예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 만을 보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외모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머,,,,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야겠지만. 외모가 호감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사랑까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감'이 중요한 것이다.

이 소설은 남녀 사이의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외적인 면이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이는 시간이 좀 더 관계 형성에 있어서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 읽은 후 이런 생각을 해봤다. '지금 새벽인데 미친척하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메일 한번 보내봐?'  그러곤 두 번 생각 안 하고 잤다. 나에게 있어서 새벽 세시는 숙면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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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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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이 소설을 알게 된것은 비밀독서단 프로그램에서이다. 8회에 '한국 문학 안 읽은지 오래된 사람들'편에 나와서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되었는데 나는 '퀴르발 남작의 성'을 재밌게 읽었던 지라 이 소설이 뽑힌것에 대해서 의아했다. 퀴르발 남작의 성 보다 더 재밌어서 뽑혔나?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결론은... 뽑힐만하다. 예상보다 여운이 깊게 남는다!

 

한 여자가 숲으로 무엇에 이끌려 계속해서 들어간다. 뒤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불러 세운다.

어딜 가느냐고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누군가 따라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를? 인상착의를 말하다 보니 자신이다. 본인의 그림자였다.​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말라고 남자가 말한다.

소설의 초반부터 '그림자'가 마치 사람인양 이야기들을 한다. 그림자가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읽다 보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실 그림자만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갔다.

그림자가 자주 등장한다. 단골손님이다. 서서히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가 어렴풋이 안 좋은 느낌임을 짐작하며 여주인공 은교와 남자 주인공 무재의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순수하게 '썸 타는'대화를 즐기며 읽었다.  도시에 오래된 전자 상가가 있다. 곧 철거된단다. 그 전자상가 안의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한 번씩 그림자들을 만난다. 은교가 전자상가의 한 수리점에 있는 여씨 아저씨와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그림자가 일어났다고 여씨 아저씨에게 말하자 아저씨가 은교에게 묻는다.

『 그래서 그림자를 따라가는 기분이 어땠나.

나쁘지 않았어요. 자꾸 따라가게 되던데요,라고 말하자 그렇지,라는 듯 여씨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서운 거지, 그림자가 당기는 대로 맥없이 따라가다 보면 왠지 홀가분하고, 맹하니 좋거든, 좋아서 자꾸 따라가다가 당하는 거야, 사람이 자꾸 맥을 놓고 있다 보면 맹추가 되니까, 가장 맹추일 때를 노려 덮치는 거야.. 』​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여씨 아저씨와의 대화에서 아저씨의 그림자가 일어섰을 때 어땠는지를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림자'가 힘들게 살아가며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림자가 일어선다는 뜻이구나 해석했다. 내 해석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의 판단은 그렇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 거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림자'를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읽고 있는 나는 좀 오싹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등장인물의 대화들에서 무서움을 느꼈달까...

무재가 은교에게 이런 말을 한다. 간밤에 자신이 그림자에 걸려 넘어졌었노라고... 그 말 안에 어떤 의미들이 있는 것일까... 무재의 그날은 유독 힘든 하루였던 것일까...

『 그림자 같은 것은 완전히 잊은 채로 한동안 누워 있었다, 바닥이 차갑고, 무언가가 묵직하게 등을 당기는 듯해서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때 뭔가 들러붙었다, 등 쪽으로 빈틈없이 붙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대단히 힘이 셌다, 엎드리지도 못하고 돌아눕지도 못한 채로 밀착되어 있었다, 밀면 미는 만큼 등 뒤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힘을 느끼며 애를 쓰는 와중에, 차피,차피, 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자세히 듣고 보니 어차피, 어차히, 라고 말하고 있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이 밀어붙이는 대로 몸이 뒤집히면 만사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다해 버텼다...... 』

무재의 그날 밤... 그림자에 걸려 넘어져버린 밤. 새벽에 깼을 때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자의 존재.. 그리고 들려오는 말. '어차피...어차피...'​ 이 말에 무서움을 느꼈다.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이 자포자기할 수도 있는 순간이라고 느껴서 일까... 이 소설은 마치 한편의 짧은 독립영화를 본 거 같은 기분이 든다. 2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는 짧은 장편소설이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은 더 길었다. 잔잔하게 내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 그림자를 따라가려는 사람은 무재가 말한다.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라고 말이다. ​ 아무리 길을 잃어도 말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따라가지 말자! 그림자는 그저 우리를 따라 오게해야 하는 존재이지 우리가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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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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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현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결정적인 상상력>

이 책은 8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책의 맨 처음 소개되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첫 번째로 나오는 이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1993년 6월 9일) 어느 한 강의실의 교양과목으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중이다. 그 영화는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1953년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라는 소개와 함께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작의 성은 인간의 욕망이 내재되어있는 공간의 상징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다른 시공간으로 커트#. ( 1932년 6월 9일 뉴욕)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가 한 출판사 편집장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나서 다시 커트#( 2004년 6월9일 동경) 일본 영화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년도는 계속 바뀌지만 날짜는 모두 6월9일! 수많은 6월9일이 소설 속에 나오며 독특한 전개를 펼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후딱 하면 다른 컷으로 넘어가니 말이다. 혼란스러울 수 있다.~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소설과 영화에 주된 내용이 이런 것이다.

돈에 힘들어하는 한 여성이 있다.  돈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언니가 부잣집으로 시집갔다. 다행이다. 게다가 돈도 꿔주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오라는 제안을 한다. 그래서 동생은 남편과 어린 딸을 데리고 언니가 사는 성으로 여행을 간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언니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 자신은 이미 많이 늙어있는데 언니는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 그리고 사는 모습은 어떠한가! 산해진미와 우아한 생활은 그녀를 질투와 부러움을 넘어서 현실감 없게 만들어 버리기 충분했다.

어느 날... 언니가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목장 두세 개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줄 테니 자신의 딸을 양녀로 달라고 제안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언니가 자식은 없다는 것에 묘~한 통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이들 부부는 이 성이 악마의 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헛간에서 어린아이들의 뼈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남작은 200살도 넘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은 사실 언제든 성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떠나지 않았다. 왜?? 이곳을 떠나면 남은 생활은 초라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남작의 말들은 점점 세뇌되어 가고.... 끔찍한 결말은 이 부부의 딸을 네 사람이 화려한 식탁에 앉아 요리해 먹으며 포도주에 대한 감상평을 하는 장면... 인간이 얼마나 괴물로 변해가는가 그 끝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런 내용을 소설 속에서 액자 형식으로 꾸며가는 것이다.  나는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영화와 소설이 존재하는 줄 믿었다. 여럿 당했을 것이다. 하하하~  그런 뒤통수는 소설을 읽을 때 즐거움을 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매듭>이라는 세 번째 나오는 소설이 흥미로웠다. 이 소설 역시나 후딱 하면 장면 커트가 많이 나오는데 넘긴 장을 몇 번 다시 돌아가 보곤 했어도 읽으면서 "웬일이니~얼씨구? 대박~"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 소설에서는 한 인간의 기억이란 온전히 사실 그대로를 기억하는지, 우리는 살면서 내가 지우고 싶은 기억을 무의식중에 지워버리며 있었던 그 사실.. 그 시간 속의 추억에서 빼 버릴 수도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비밀 독서단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듯이 최제훈 작가는 기존에는 없는 방식을 새롭게 펼쳐 보인 소설가인 것 같다. 이런 새로움은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겐 신선함과 다양성을 선사하는 것이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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