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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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아크라문서 소설의 배경은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기 전 날 밤을 배경으로 한다. 예루살렘의 시민들은 광장으로 모여들고 현자와의 대화를 통해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상황으로 설정된다. 이런 대화들이 훗날 문서로 기록되었다는 이야기다.

각각의 질문은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는 단어들이다. 소설을 읽으며 마치 다른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답을 엿듣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모두들 한 번씩 생각해봤고 또 현재도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고 앞으로도 삶에서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고민들인 것을 알기에 이 소설에서 현자의 답변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고독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에 그가 대답하였다.

고독은 벗의 부재를 뜻하지 않는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 영혼은 우리에게 자유로이 말을 걸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보다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삶이 최선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한다. "난 그 일을 해야 되는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하질 못했어."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훨씬 안전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는 삶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가 한계를 만들어 허우적대는 것과 같다. 차라리 '내 용기가 부족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란다. 최소한 남 탓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나는 고독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 고독이란 게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감정보다는 내 스스로가 만들 놓은 감정일 가능성이 더 큰 거 같다. 나의 내면이 뭔가 충족되지 않을 때 '고독'이라 명칭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을 고독이라 느끼지 않고 나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며,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면 고독의 시간들은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기 전의 도움이 되는 즐거운 외로움쯤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늘 내 곁을 지나가버립니다." 이에 그가 대답하였다.

참된 사랑은 스스로 대상을 유혹할 뿐 대상에게 유혹당하지 않는다. / 상대방에게도 같은 말을 들으리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억지가 개입하면 사랑은 의미를 잃고 태양도 빛을 잃는다. /인생의 큰 목표는 사랑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침묵이다./포기하지 말기를... 사랑은 열쇠고리 맨 끝에 달린 마지막 열쇠다. 그 열쇠를 써야 비로소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

우리는 누군가에게 감정을 주게 되면 그와 같은 피드백을 늘 기대한다. 부처님이 아닌 이상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무소유를 실천하기란 덕이 부족한 거 같다. 너무 현대사회의 기브앤테이크적인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하나를 주면 두 개를 기대하기도 한다. 소설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그저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억지의 감정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점점 끝장나는 길로 '질림'의 노선으로 들어간다. 등산을 왜 하는가? 그저 산이 그곳에 있고 산을 타면 내 기분이 좋아서이다. 내가 산을 탄다고 산은 좋아해 주진 않는다. 꽃이 피면 꽃을 보고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에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바보라고 향을 내고 활짝 펴주는 게 아니다. 내가 보고 행복해하면 그게 다이다.

사랑도 이와 같다는 말인데.... 아직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의 사랑만은 소유하고 싶고 똑같은 피드백을 받아야 그게 완벽해진 행복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 사람이 좋다. 그게 전부이다. 꽃이 자신의 향기를 꽃의 마음대로 자연스럽게 내듯이, 그 상대가 나를 좋아하든, 아니든 그건 그 상대의 마음이다. 내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도로시의 마무리>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늘 그렇듯이 내가 살아감에 있어 용기와 친절한 안내 가이드를 해주는 기분이다. 이 책은 마치 "너 이렇게 한 번 생각해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나를 앉혀놓고 따뜻한 미소로 삶의 지혜를 잘 경청해서 들은 기분이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생각하게 만든다.  뻔한 해결책이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함에서 우아함이 묻어 있고 그 우아함이 어려운 철학 책들 보다 더욱 따뜻한 빛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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