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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부산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원에 몸담고 계신 저자님은 자연과 고독, 사랑과 기도, 그 모든 것 속에 숨은 은총의 빛을 담아 이 시집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자연(NATURE), 사랑(LOVE), 고독(LONELINESS), 기도(PRAYER) 네가지 주제아래 각각 15편씩 총 60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읽다보면 잃어버렸던 다정이 다시 살아나며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것만 같다. 깊어가는 세월이 느껴지기도 하고, 삶이란 뭐길래 이렇게 장미 가시처럼 따갑고 아픈지 싶다가도 시인의 고운 마음과 좋은 생각, 좋은 태도를 귀하게 가꾸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신록의 숲에서 나를 찾으며 맑고 높이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집을 읽으며 무럭무럭 맑게 잘 늙고 싶다는 생각, 잘 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눈꽃의 온유함을 배우고,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함을 배우고, 호들갑떨지 않고서도 기쁨을 노래할 줄 아는 호박꽃의 넉넉함도 배우고, 밖으로는 눈꽃을 안으로는 뜨거운 지혜의 꽃을 피우며 기다림의 긴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나무의 지혜도 배우며 조금씩 철이 드는 기분이다.

<장미의 기도A Rose's Prayer>, <장미를 생각하며 Reflecting on a Rose>에서의 장미의 서사도 마음에 들고, 눈꽃이 사라지는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한 <눈꽃아가> 역시 마음에 든다. 눈이 올때 다시 읽으며 눈꽃을 가만히 바라보아야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해질녘의 단상을 표현한 <해 질 녘의 단상 Fragmentary Thoughts at Sunset> <해 질 무렵 어느 날 At Sunset on a Certain Day>였다. 욕심을 버리고 문득 오늘은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시집을 펄럭거려보아야겠다.

음미할 표현들이 참 가득한 시집이다. 늙는 내내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대단치않은 보통의 멋진 사람으로 살아가며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함을 다시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맑은 시를 마주하며 덩달아 마음이 맑아진 기분이다.

잠시 멈추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배우고, 고요한 기쁨을 발견하며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시집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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