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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요즘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에 꽂힌 아이는 생성형 AI가 만든 말도 안되는 캐릭터에 잘못된 이탈리안식의 이름을 붙인 캐릭터 이름 대기 게임을 하자고 말한다. 이 생소하고 해괴한 출력물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 지브리 스타일로 사진 만들기를 즐기는 요즘 어른들 그리고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글로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며 새로운 기술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이 된다. AI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요즘, AI열풍에 편승하기보다는 프로그래밍을 넘어서는 한 인간으로서 새로움의 저주에 대해 생각해보고, 의사결정의 윤리적 측면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AI 생산망에서의 공정 업무를 연구하는 세분의 저자님은 패어워크 AI 프로젝트(패어워크 AI 프로젝트는 플래폼 기반 기술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평가하고, 기업이 더 책임감 있게 운영되도록 압박하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시민 사회 주도의 캠페인으로 기업의 평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한다.)에 참여하여 노동의 더 공정한 미래를 연구하고 계시는데 AI의 동력이 되는 인간 노동에 대한 기록들을 이 책에 담으셨다고 한다. 세분의 저자님들은 AI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AI가 우리의 일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보며 AI를 추출 기계로 바라보는 저자님들의 시선에서 전적으로 인간 노동과 물리적 인프라에 의존하는 AI 시스템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AI 추출 기계에 휘말린 일곱 명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들이 겪는 현실을 보여준다. AI로 복제된 자신의 목소리와 경쟁해야 하는 성우 로라, 아웃소싱 센터를 통해 고용된 주석 노동자 아니타 등 모두 같은 착취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오늘날의 AI산업은 애초부터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구조로 설계된 식민주의적 착취 구조의 최신 버전으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구조 시스템은 자본만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이 책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기술 개발과 기술 배치의 현실을 매일 직접 확인하는 노동자들의 집단 지성 그리고 그들의 시간, 개방성, 통찰력이다. 전 세계 노동자 집단들과 어우러져 수년 동안 연구하고 움직이며 발전시킨 아이디어들이 이 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플랫폼 자본주의에 맞서 이를 변화시키는 노동 조직화의 측면에서 접근하며 AI생산 네트워크 전반에서 다양한 노동자 집단 간 연대와 정보 공유, 그리고 공동의 요구를 명확히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기술 변화의 주체라기보다는 객체에 가까운 평범한 사람으로서 허걱하며 읽은 부분이 참 많았다. AI기업과 투자자들이 활동하는 현대의 AI비지니스 환경, 그리고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통해 소유주와 경영진이 기술 개발의 방향을 독점적으로 결정한 자본 집적지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접하며 이윤과 성장, 확장과 지배의 논리가 기술 발전을 지배하는 원칙속에 살아왔고 살고 있음에 경악했다.
기술과 인프라는 창업자와 기업가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저크버그를 비롯하여 스스로를 '글로벌 커뮤니티의 지정학적 리더'로 자칭하는 소수 인물들의 반민주적 엘리트 통치 철학, 사유재산과 시장의 절대적인 지배력에 기반한 인간 자유라는 매우 특이한 비전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사상의 가장 공격적인 인물인 피터 틸이 제기하는 담론 속에서 저자님은 '한 집단에 좋은 일이 다른 집단에는 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정치적인 질문이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과거 식민주의의 권력 구조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 AI 추출 기계에 투입되어 생산, 권력, 이윤으로 전환되는 시스템 즉, 소수가 사적으로 소유하고 통제하는 사회 질서인 자본주의 경제 구조 시스템의 권력구조를 고발하며 공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구조 자체를 해체하고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제안한다.
시스템이 변화하고 가치와 권력이 보다 공정하게 분배되기를 바라는 저자님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민 사회의 압박과 엄격한 업스트림, 다운스트림, 네트워크 규제를 도입하여 집단적 힘을 구축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인간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이윤을 뽑아내는 시스템 앞에서 기계를 멈추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전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사회적 관계 자체를 재구성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AI 추출 기계를 해체하고 그 잔해를 해방의 도구로 다시 조립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하신다.
AI 정렬(AI alignment, 미래에 등장할 AI 시스템이 올바른 가치관을 내재화하고 인간이 설명한 목표와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는 문제)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고, 이윤추구보다 공익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저자님들의 철학에 마음이 끌렸다.
지식의 식민성(coloniality of knowledge, 유럽식 사고 방식이 마치 보편적이고 우월한 진리인 것처럼 포장되는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AI 그리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했던 구조, 백인 중심 사회에서 유색인종을 억압했던 구조,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비유럽 민족을 지배했던 구조와 같은 과두제(oligarchy, 소수 권력층이 다수를 지해하는 상황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노동에서 발생한 가치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며 어떻게 하면 인간이 기계의 하인처럼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수 있을 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고, 단순히 이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위해 기술이 개발되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미래의 일자리에서 AI가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생각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기술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전 지구적인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발간 되었다. 기술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현대적인 맥락에서 AI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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